그래 생각해보니애를 셋 낳아서 키웠던 것부터 내 인생은 고난의 행군1이었다.
그리고 그 애들 셋이 모두 예 체능을 했던것은 고난의 행군 2였었다.
집에 돈이 있기가 무섭게 휙휙 렛슨비 내는 일에서 벗어난 지금 내 인생 봄날이다.
그리고 지금 생협 점장일은 고난의 행군 3쯤 되는 것같다.
1.밀려드는 물량 2.까탈스러운 조합원 3.내 맘에 들지않는 사람
김연아가 공중에서 세 번 도는게 아사다 마오가 공중에서 세 번 도는것만 트리플악셀이 아니다.
나도 트리플악셀!!
서 있기도 힘든 얼음판에서 트리플 악셀을 뛰었으니 내가 어쨌겠어
그대로 공중에 떠서 아래로 푹 자빠졌지.
하지만 이것은 상상속의 트리플악셀이었고 실제로 아침에 출근길에 버스에서 내리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큰절을 하고야 말았으니
대 참 사!!
손은 까졌고 핸드폰은 저만치 굴러갔다.
버스에서 내릴 때 정류장 계단이 좀 멀다 느끼는 순간 이미 나는 공중에서 헛발질을 장렬히 하셨고
그대로 땅바닥에 추락
일 이초의 순간이 참으로 아득했고 아직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골밀도 우수에 빛나는 나의 관절들이 대단하다. 다른 사람같았으면 기브스했었을거다.
하지만 뼈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메주때문에 마음에 기브스를 했다.
지난주 메주가 나를 얼마나 힘들게 했었는지 작년에 김장은 메주에 비하면 정말 풍선껌이지 싶었다.
강원 손틀 메주로 14개 예약을 받았는데 강원손틀메주가 물량이 딸려서 결품상태가 되어버린것-.-
메주라고 다 메주가 아닌게 우리 안양 조합원들이다.
누구든 자기들이 주문했던게 다른 제품으로 대체가 된다고 하면 기분좋을리도 없고
똑같은 퀄리티라고 아무리 말을 한들 이미 물건너 간 일이 된것-.-
고집들이 보통이 아닌 조합원들을 상대로 일일이 전화를 해서
나 "조합원님 강원 손틀 메주가 결품이어서 정들콩 메주로 대체를 해주시면 안될까요"
조합원 "아니 왜 그래 나는 강원메주 받을껴 안되니께 나는 강원메주 줘"
나 "조합원님 정들콩 메주는 파주 장단콩이 원물이라 우리나라 콩중에서 가장 비싼 콩으로 만든 메주예요 제발요-.-"
조합원 "싫은데 나는 그냥 강원메주 그걸로 줘어"
이런 대화를 오전 내내 하고 또해서 강원손틀메주에서 정들콩 메주로 갈아타기 일부 성공
그렇게 노력했어도 결국 싫다고 하신 분은 어쩔수 없이 취소작업
그러다보니 정들콩메주로 대체되었다가 그게 싫어서 취소하신 분들의 몫은 고스란히 매장에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항아리 부자 메주 부자로 월요일을 산뜻하게 시작하게 되었다.
내 안에 너있다.no 항아리있다. yes-.-
그리하여 정신상태가 살짝 메주가 된 나는 조합원이 오시면 미친듯이 장을 담그시라고 설득
우리 남편 또래의 남자 조합원에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장담그시라고 헛소리를 날렸다.
나 "조합원님 장 담가보세요 메주가 아주 좋은게 들어왔어요"
남자 조합원 "허걱 저한테 왜 그러세요.
나 "아 네 메주땜에 제가 좀 이상해졌어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나를 걱정시켰던 메주는 그래도 술술 팔려나갔다.
무점포에서 연결해준 조합원이 방문해서 메주를 사갔다.
메주를 사러 오시겠다는 전화를 받고
나 "메주와 함께 기다리고 있을테니 꼬옥 오세요^^~"
조합원 "하하하"
어찌어찌 우리 매장에 굴러들어온 지리산 메주까지 SOLD OUT
메주의 종류도 참 많은 생협
지리산 메주
강원 손틀 메주
정들콩메주
그래 내가 니들이랑 정들판이다. 그치만 정은 들지 않고 메주에 학을 떼고 다 팔아버렸다.
지금은 항아리만 부자인걸로 끝난 메주와의 전쟁
메주를 다 팔고 났더니 고로쇠가 쳐들어왔다.
조합원 "고로쇠 예약하고 싶은데요"
나 "성함이..."
조합원 "인천할 때 인 맥주병 병 오징어 오"(이런식으로 본인 이름을 설명하셨다.이름을 그냥 말해줬어도 될 테지만ㅋ)
나 "쿱ㅋㅋ 그럼 전화번호는요"
조합원 "010 3333 4444" -이런 번호 배열로 정말 거짓말같은 번호조합을 알려주셨다-
나 "번호가 참 좋으시네요"
조합원 "돈 주고 샀슈"
이것도 리얼 대화다.
그리고 나는 조금 웃었지만 절대 상대방은 웃지 않으셨다.
시트콤같은 대화가 오가는 우리 생협에서 그래도 그런 시트콤대화때문에 생활재가 팔리기도 한다.
이번주에 들어왔던 제주 은갈치
생물은 그날 팔지 못하면 끝이다-.-
두마리에 68,000원
내가 봐도 너무나 좋은 은갈치였지만 가격이 사악했다.
하지만 은색이 그대로 코팅이 된 듯 입혀져있는 갈치 표면을 본 순간 사악한 가격이라는건 나의 판단일 뿐
그래도 현실의 허들은 높았다.
단문문자로 "살았는데 죽은 척하는 제주 은갈치/68,000원" 이렇게 나갔으나 문의전화도 없었다.
생협 전화야 말로 살았는데 죽은 척하는건 아닌지 싶을 정도였으니
그래도 인정이 살아있는 우리 조합원들이었다.
두마리를 함께 엮어서 판매는 어려울것같아서 작전을 바꿔 한마리씩 판매
오후에 오신 조합원께
나 "조합원님 순도 24k 순은갈치에요"
조합원 "하하하 순도 24k라는 말땜에 안 살래야 안살수가 없네
본인만 산게 아니라 다른 분께 전화까지 걸어서 갑자기 갈치 홍보대사가 되셨다.
그래서 힘들어도 할 만하기도 한 생협일이다.
집에 먹을 사람이 없다고 하시면서도 점장이 사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사러 오셨다고 하시는 조합원들도 계시고
일부러 요구르트 두개 사서 한개는 드시고 한개는 주고 가시는 조합원들도 계신다.
더 귀여운건 그 분이 드신 요구르트 병을 버려드리겠다고 달라고 하면 정색을 하고 말씀하신다.
"왜 그려 깨끗이 씻어서 깨 담아 놀건디"
병에 집착하는 우리 엄니 황여사를 보는듯했다.
쓰지 않는 물건은 아무리 추억이 있더라도 확확 버려버리는 우리 엄니 황여사 유일하게 집착하는 물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병"이다.
엄마는 빈 병을 용도에 맞게 씻어서 고추장도 담아 보내주고 깨도 담고 된장도 담아서 보내주느라 늘 병이 모자란다고 하신다.
자식들에게 나눠주느라 반찬통도 병들도 모아두지 않으면 택배 보낼 때 아주 곤란하다는게 우리 엄니 황여사의
말씀이다.
우리 시어머니그런 말씀 하신적이 있었다.
"니들이 가져가기만 하고 안갖고옹께 집에 통이 읎어"
이제는 여든이 넘으신 우리 어머니 지난 주에는 응급으로 스탠트 시술을 받으시고 지금도 병원에 계신다.
남편이 먼저 내려가서 수술 들어가기전 어머니를 뵜다고 했다.
오후에 내려가서 남편을 봤을 때 남편이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다.
수술들어가기전 어머니가 나를 왜 살렸냐고 우시다가 구급차안에서 죽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는거다.
웃을 일이기도 아니기도 한 노인의 푸념이다.
나는 남편과 대화에서 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이 자기 동생이랑 아버님을 모시고 자장면을 먹으러 갔다는데 맛없었던 집은 패쓰하고 좀 더 맛있는
집으로 갔다는 얘기에 내가 푸하하 웃어버렸다.
"아니 어머니는 지금 중환자실에 계시는데 지금 자장면 맛이 중요하냐"
하지만 삶이란 그런 거다.
남편이 어머니 생각을 덜 해서 그런것도 아니고 우리 아버님이 어머니 생각을 소홀히 해서 그런것도 아니다.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지
목 금 연달아 쉬는건 여름휴가 아니면 쉴 수도 없다는 점장계의 룰을 파괴하고 목 금 이틀을 쉰다고
휴가를 냈다.
당연히 팀장한테 한소리 두소리를 듣고 오늘 하루 종일 쉬면서 집안 대청소를 했고 승범이랑 밖에 나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힘듬은 당연 극복은 셀프 휴식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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