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살기가 더 어렵다"

by 나경sam 2019. 4. 8.
728x90
반응형



"일본에서 살기보다 한국에서 살기가 더 어렵다"


집으로 돌아온 지 이제 3주 정도 되어간다.

집을 치우고 정리하고 아들을 분가시키고 엄마가 있다 집으로 가셨고 부활절이 돌아오는 시기라서 성당 성가대 연습도

주일까지 시간을 들여서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되고 아침이면 학교가는 딸을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고

가끔 도시락도 싸주고

나는 그러다가 엊그제부터 병이 났다.


내가 과신하는 건강중의 하나는 "감기에 쉽게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 있을 때는 살짝살짝 감기의 기미가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추워서 그랬을 뿐 몸을 혹사시키거나 무리해서 걸린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내가 일본에서 혼자 지낼 때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냐고 그랬지만

한국에서 있을 때는 새벽에도 벌떡벌떡 일어나서 딸 데리러 다니고 잠도 5시간 안쪽으로 편히 자본적이 없었으니

비교해보자면 오히려 일본에서의 생활이 편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무리를 해서 걸린것이 틀림없는"감기몸살"

가만히 있어도 아픈 지경에 이르러 드디어 병원에 갔다.

나는 어지간히 아프기 전에는 병원에 가지 않는 편이데 내 발로 병원에 갔다는건 정말 아팠다는 것이다.


사람도 많아서 한참 기다렸다가 진료를 보기 직전


간호사 - "저기요.외국에 계셨었나요"

나 - "네 잠깐 있었는데요"

간호사 - "의보공단에 출국으로 떠 있어서 보험혜택이 안되세요.일반으로 진료하시고 나중에 환급받으세요"


물론 그럴려면 신분증을 가지고 갔었어야 되는데 신분증도 놓고 갔었고

결국 나는 기다리다가 내 뒷사람 좋은 일 시키고 돌아온거다.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에는 일본에 가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만 찾아보고 꼼꼼히 메모를 하고 가서 일처리를 했건만

정작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도 할 일이 있다는걸 알게 된것이다.

의보공단에 전화를 해서 다시 의료보험을 복원시키는것


진료를 못받았으니 약국 감기약으로 이틀을 지내고 몸을 70프로는 다시 원래대로 만들어 놓았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살기가 더 힘들다는 결론


파란하늘만 보고 살다가 차에 앉은 먼지를 보고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공기청정기를 지난주에 샀고

지난주에는 빨래를 하다가 빨래 사이와 사이에 책 한권이 들어가 있는걸 모르고 그대로 작동시켜서 세탁기안에

종이죽이 만들어져있는걸 중간에 발견

검정 티셔츠와 양말 남편의 검정바지는 그대로 버릴수 밖에 없었다.

그날 군산 집에 가려고 아침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엄마는 우리 식구들 욕을 하면서 세탁기안을 다 청소하고

빨래를 헹궈서 다시 세탁기안에 집어 넣었다.


책 한권이 준 파급효과는 엄청난것이서 종이가 세탁조안에 붙어있는걸 봤을 때는 세탁기를 다시 사야 되나 싶을 정도로 심각했었으나

엄마가 욕하면서 마구 세탁기를 청소하고 났더니 깨끗해졌다.

아마 그 책은 내가 넣어둔것 같았으나 엄마가 무서워서 "엄마 아무래도 승범이가 그런것 같아" 라고 말했다.

승범아 미안-.-


지난주에는 시댁 작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서울로 조문을 다녀왔는데

상계동이라서 집에서부터 지하철을 타고 거의 두시간을 걸려서 갔다.

작은 어머니라고는 하지만 얼굴도 뵌 적이 없어서 돌아가신 다음에나 뵙게 되는게 참 죄송했지만


각각 집안에는 말못할 사정들이 있는 법이니 패쓰하고-.-

남편이랑 함께 조문하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두시간을 어떻게 왔는지 모르게 와서 그길로 된통 아파버렸다.

다음날 어머니한테 전화를 드려서 조문다녀온 이야기를 했는데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나는 어머니가 참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어머니는 나이가 드셔서 이제는 청력이 약해지졌다.


나 - "어머니,어제 작은 어머니 조문 다녀왔어요"

어머니 - "그려,고생했다"

나 - "작은 어머니는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 옆으로 모신데요"

어머니 - "뭐. 친정어매도 돌아가셨다고"

나 (당황해서) - "아니요 아니요.작은 어머니 산소를 먼저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 옆으로 쓴다는 얘기..."

어머니 - "충격받으셨나비다" - 전라도 사투리 "충격받으셨나보다"

우리 어머니 귀가 좋지 않으시니 내 말을 어머니 혼자 듣고 싶은 부분만 추려서 들으시고 혼자 결론 내리신것이다.

내가 결혼했을 때 아직 60이 안되셨던 어머니는 그때도 뭐 다리도 아프시고 그러긴 했지만 그때는 그래도 귀도 좋으셨는데

점점 귀도 나빠지시고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진 노인네가 된거다.

전화를 끊고 나서 어머니와 대화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서 저녁에 남편한테 들려주고는 둘이서 웃었다.

웃픈이야기가 아닐수 없지만 어쩌겠는가!

웃음이 나는데

젊고 깐깐하셨던 어머니를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으로 만들었지만

결혼하고나서 처음으로 그런 어머니가 귀엽다고 느꼈다.


이일,저일 할 일이 참 많고 신경 쓰고 살아야 되는 일들이 한 두가지 아니게 된 생활로 다시 돌아왔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이 키우는 것 들"  (0) 2019.04.21
"아들과 바이올린"  (0) 2019.04.13
"엄마는 돌아왔고 아들은 집을 나갔다"  (0) 2019.04.01
"돌아온 아줌마"  (0) 2019.03.26
"4월7일-8일"  (0) 2018.04.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