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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엄마는 돌아왔고 아들은 집을 나갔다"

by 나경sam 2019.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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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돌아왔고 아들은 집을 나갔다"


11개월 20일 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 모두를 성장시킨 시간이었음에는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집 안과 밖을 일주일 정도 치우고 버리고 겨우 사람사는 집 꼴로 만들어 놓았고

집이 정돈이 좀 되자 내 마음도 안정이 되었다.


슬슬 동네 도서관에 이틀 정도 다니면서 공부도 다시 시작했고

새우튀김도 해줬고 고등어도 구워서 밥도 잘 차려줬고 스파게티도 해줬고 미역국도 종류별로 끓여줬고

밥 해주는 엄마의 자리로 돌아와서 밥을 해주는 고단함과 기쁨을 다시 알아가는 중이다.

아침에는 딸기와 토마토를 갈아주고 아침에 학교가는 딸을 위해서 닭가슴살 샐러드를 해서 통에 넣어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기가 일본에서 학교다니고 빵집 알바할 때만큼 다시 바빠졌다.


고등어를 구워서 밥을 차려줬더니 아들이 그런다.


"집에서 생선구이 먹은게 일년 만에 첨이야"

찬진교육 - 얼굴표정 / 일러스트


그랬을것이다. 남편이 고기는 구워줬어도 생선구이를 해서 먹였을 만큼 구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

그래서 딸은 가끔 밖에서 친구들이랑 밥을 먹을 때 생선구이나 조림을 시켜서 먹은 적도 있었다고 했지만

아들은 그런 주변머리는 없었으니 생선은 아마 명절 때나 얻어 먹었을 것이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알아서 설거지를 착착 하길래 놀랬다.


"우리가 뭐 해먹고 사는 건 잘못했어도 설거지를 쌓아놓고 살진 않았거든"

그러면서 설거지를 아주 싹싹 뽀드득 해놓았다.

그건 딸도 마찬가지

아들이 설거지 하는 것보다 저녁 먹고 나서 딸이 설거지를 알아서 하는게 더 놀란 일이기는 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아들은 꼭 한마디씩했다.


"식탁에 냉동식품이 없으니까 이상하다.만두나 치킨너겟이 있어야 되는데 -.-;;;

냉동실에서 정말 이렇게 큰 냉동만두 봉지가 발견되었다.


 3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저 어마어마한 냉동만두 봉지가 그동안 이 집안 식구들을 먹여살렸던거다


"쌀 사서 먹고 산 게 아니라 냉동만두 팔아서 먹고살았구나 싶었다"

이 집이 "올드보이"도 아니고 그동안 지 아빠가 열심히 (남편 말은 - 김치 부대찌개)  (딸말은  김치 잡탕 찌개)를 열심히 끓여서

주었지만 그래도 반찬이 될만한 것들은 만들지를 못했으니 냉동만두나 치킨너겟으로 빈 자리를 채우고 살았던 거다.


내가 없는 동안 일년 휴학하고 집을 지키고 내 대신 동생 운전기사 열심히 했던 아들이 어제 날짜로 학교 앞 원룸을 얻어서 나갔다.

그동안 한학기 기숙사에 있었던 걸 빼놓고는 통학했었는데 4학년이 되니꺼 연습 시간도 부족하고

학교 앞이 편하다고 해서 어제 짐을 싣고 떠났다.

아들 한 명 가는데 남아 있는 가족들 모두 가서 사는 집을 보고 필요한 물건을 사서 들여 넣어주고 돌아왔다.


집에서 짐 싸서 나간 자식이 벌써 두번 째가 되었다.

막내도 그렇게 보냈고 이젠 아들이 나갔다.

둘째가 "자기는 이제 외동딸 되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자식은 그렇게 크면 다 떠나가는거지 싶다.

집에서 버티고 있는 둘째라고 언제까지나 집에만 있겠나 언젠가는 나가겠지.

4학년이 되니까 이제 졸업하면 뭐 하고 저 애가 살아갈까 싶어서 고 3이었을 때보다 걱정이 더 많아졌다.

그래도 4월 초에 강릉시향 연주회에 객원으로 가게 되어서 강릉시향에서 우리집으로 악보를 보내왔다.


자식들은 모를것이다.

저 노란 봉투를 집에서 받았을 때 내 마음은 설렜다.

지금은 객원 연주자로 참여하는 것이지만 언제가 우리 아이가 저런 시향에 정규 단원으로 출근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 까 싶어서

나는 다른 것은 그때 그때 잘 버리고 정리도 잘하는 사람이지만

저 노란 봉투는 못 버릴것같다.


자식이 집을 나간게 본인들은 잠깐 필요에 의해서 나가는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부모의 마음은 좀 다른것같다.


이제 저 아이들은 저렇게 독립하는거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니 나가는 사람이 생겨서 우리집은 다시 일년 전과 숫자가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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