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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돌아온 아줌마"

by 나경sam 2019.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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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아줌마"


돌아 온 아줌마가 되셨다.

3월 19일 오전에 집을 아니 방을 뺏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먼저 가스 아저씨가 와서 검침을 하고 돈을 받아갔다.

다음에는 인터넷 설치 아저씨가 오셔서 장비를 수거해가셨다.

마지막에는 부동산 아저씨가 오셔서 방을 둘러 보시더니 내가 냈던 보증금에서 청소비의 명목으로 보증금을 다 까버리셨다.

전날 저녁까지 내가 곰팡이 피었던 곳을 약품으로 청소하느라고 했지만 그 아저씨의 작지만 예리한 눈을 피할수는 없었다.

(작지만 예리한 눈이 우리 남편말고도 일본에도 있었어)


그리고 방은 내 짐만 남기고 빈 방이 되었다.




부동산 아저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저 짐들을 들고 쓸쓸이 퇴장을 하셨다.

나오자마자 핸드폰 유심칩을 반환봉투에 넣어서 우편함에 넣고 의료보험 카드도 반환 봉투에 넣어서 히가시야마 구야쿠쇼에 보내고

시간이 너무 늘어지게 있어서 잠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교토역에 가서 락커에 가방 넣어두고 혼자서 교토 오반자이를 마지막으로 먹고 하루카타고 칸사이 공항으로 가버렸다.


마지막으로 본 교토역은 글쎄 쫌 감회가 새로웠다.

잠시지만 계속 있을 때는 교토역을 봐도 그냥 그랬는데 간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관광객의 기분이 되어서

아쉽기도 하고 있을 때 더 여기저기 다닐 껄 하는 2프로의 아쉬운 기분


하여간 칸사이 공항에는 일찍 도착해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는 가장 늦은 비행기를 탔으니 공항 난민이 되어서 시간을 보냈다.

한국 사람이 많은 비행기 안에서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말들이 해석을 거치지 않고서도 시원하게 들린다는게 감격스럽기도 했고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정말로 이제 집으로 가는구나

엄마 집에 간다 얘들아.


전날 거의 잠을 못자고 방청소하고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한국 도착이었다.

칸사이에서 삿포로갈때나 칸사이에서 인천 오는 것이나 시간이 같다니

정말이지 가깝고도 먼 나라 맞긴 맞다.


집에 오니 12시도 넘어서

나는 마치 파티 끝내고 집에 부랴부랴 돌아오는 신데렐라 아줌마 된것같았다.

집에 와보니 남편이 그동안 치운다고 치웠지만 나는 너무나 놀랐다.

집이 집이 집이


썩어 있었다.

얼ㅁr전 병원ㄷr녀온 썰...ㅁ7ㅁ8 (역류성식도염주의)



바닥에 뭔가 가득 늘어져 있었는데 그건 빨래

빨래를 개서 놓으면 정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거기서 찾아다 입었던 것

그게 넓지도 않은 거실에 가득차 있었다.

그걸 발로 헤치고 각자 자기들 방으로 들어갔던 가족들

그리고 작은 식탁에는 박스랑 쓰레기같은걸로 가득 차 있어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확 줄어들어있었다.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워서 치우고 싶을 만큼 더러웠으나 꾹 참고 다음 날 쓰레기 봉투로 몇봉지를 버렸는지 모르겠다.


다음날 순서대로 돌아오던 가족들이 다들 놀래서


귀신의집에서 놀란 표정 포착.jpg


그래 이게 집이었어


(눈들은 정상이다)


시댁도 다녀오고 여전히 우리 시어머니 나를 보고 "우리 강아지 고생했쪄.우리 강아쥐"

나는 어느 시점에서 멍멍을 해야 되는지 살짝 또 고민이 되었지만 멍멍은 결국 하지 못했다.

재작년 어머니 팔순 잔치 때부터 우리 어머니 나를 보시면 강아지라고 해서

아주 민망하다.

나는 49살까지는 사람이었다가 50이 되면서 어머니한테 강아지가 되었다.

머리를 몇번이나 쓰다듬어주시면서 "우리 강아쥐 강아쥐" 그러시는게 악 진짜 적응이 안되기는 했지만

어머니 나름대로는 반가움의 표현이니까 어쨓든 우리 엄마한테도 한 번도 못들어본 강아쥐 강아쥐를 질리도록 들었다.


집을 깨끗이 치우고


"내가 좋아하는 우리집 각도"



진짜 우리 엄마가해 준 밥을 먹고


엄마가 만들어 준 "풀치 찌개" - 갈치 작은걸 풀치라고한다.


나는 집에 왔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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