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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어서와 -삿포로 2"

by 나경sam 2019.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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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삿포로2"


나혼자 여행의 장점 - 로비에 몇시까지 모이세요가 없으므로 늦잠을 자도 되고 일정을 빡빡하게 굴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못해 넘쳐난다.


둘째날은 "오타루" 관광으로만 일정을 잡고 오후 늦게 돌아와서는 삿포로 타누키코지와 스스키노역 주변의 맛집을 가기로 했다.


오타루에 가기 전 삿포로의 "시덴"을 타보고 싶어서 "시덴" 탑승


노면전차 시덴(路面電車 市電)


노면전차답게 타는 곳도 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버스 정류장처럼 기둥에 지붕이 얹혀있는 정류장이다.

내가 탔던 시덴의 기관사는 젊은 아가씨처럼 보였는데 꽤나 인상적이었다.

외선과 내선으로 순환을 하면서 운행하는데 200엔이었다.

호기심이 많아서 무엇이든 보이면 해보고 굴러가면 타보고 싶어하지만 사실 나는 놀이기구도 회전목마밖에는 못탄다 -.-;;;



시덴을 타보고 뿌듯한 마음으로 오타루행


미나미오타루 역에 내렸을 때 나는 이런 시골 마을에 뭐가 있긴 있나 그런 의심이 확 들었다.

분명히 오르골당과 운하가 있다고 조사를 해보고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렸는데 내려보니 시골역도 시골역도 이런 시골역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나같은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려서 어딘가를 열심히 걸어가는 게 보여서 꽝은 아닌가보다.

일단 밖에서는 데이터가 안되기때문에 구글링을 할 수 없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등대삼아 함께 시골길을 내려갔다.

점 점 어디선가 오르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르골당



엄청나게 많은 오르골을 보고 오르골 소리가 한데 섞여서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만큼 실컷 들은 후에 오르골 당을 나왔는데

걸어가면서도 귀에 계속 오르골의 환청이 들려와 이게 뭐지 싶어서 휙 둘러보면 진짜 오르골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던 오타루였다.


오르골 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아래로 아래로 쭉 쭉 내려가면 오타루 운하와 만난다.

홋카이도 3대 야경중 하나라던데 낮에 왔으니 야경이 아니고 "주경"인가 싶다만은




운하의 한쪽은 창고 건물들이고 한 쪽면은 산책길이다.

오타루는 바로 옆이 바닷가라서 고기를 잡아서 그걸 운반하는 레일이 따로 있었을만큼 경기가 좋았다고 한다.

예전에 경기가 좋았던 곳에서 늘 들을수 있는 말이


"동네 개도 100원짜리를 물고 다녔다"거나

내가 제주도에 잠시 살았을 때 알게 된 연심이 언니는 서귀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밀감 경기가 너무 좋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에는

자기가 위미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서귀포의 작은 초등학교) 

고무줄 하다가 10원짜리 떨어져도 줍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1968년생에게 10원짜리는 손님이 오셨을 때나 받을 수 있었던 큰 돈이었는데 그걸 누가 줍지도 않았다는 이야기가 거짓말같았지만

그것은 사실


10원이면 마미과자를 사먹을 수 있었고 10원을 받는 날에는 한 쪽 손에 10원을 쥐고 절대로 펴지 않았던 나였었다.

그런 10원을 제주도 애들은 줍지도 않았다니-.-


딴나라 이야기같았던 10원의 전설이다.


어렸을 때 텔레비젼위에 돼지저금통이 세 개 있었다.

하나는 내 것 바로 옆은 내 동생 것 또 하나는 다른 동생것인지 소유주는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나와 바로 아래 동생의 것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내 바로 밑 동생은 돈도 잘 모으고 절대로 허튼 짓을 하지 않는 순둥이였었는데 그만큼 돈도 잘모았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질 못해서 내 저금통은 당최 모이지가 않았지만 동생의 저금통은 쑥쑥 올라왔었다.

어느날 내가 동생 저금통의 아래 부분을 칼로 쨰고 돈을 꺼내서 과자를 사먹었었다.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었었다.

과자를 먹고 다니면 엄마가 돈이 어디서 나서 과자를 먹고 있냐고 물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주제였지만 당당하게 "줏었어" 그랬었다. 10원짜리를 줏어서 사먹었다고 거짓말을 한거다.

나중에 엄마한테 걸려서 맞았었던것같다.


10원짜리는 내게 그런 돈이었다.


오타루의 저 운하 앞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고 나도 사진을 찍었지만

나는 저기서 오타루 1일 승차권을 잃어 버렸다. 1번 밖에는 쓰지 않았는데 분명히 저기서 사진 찍고 찾아보니까 없어졌다.


개가 물어갔다고 생각해야지


승차권이 없으니 걸어야지


걷다가 "카마에이" 어묵공장이 있길 래 간식으로 먹은 어묵과 링고 하이츄




오타루에서 만난 인생 시비


"인생이라는 여행"




하이츄 한 병 병나발을 불고 알딸딸해져서 인생 시비를 딱 만나 저걸 읽는 순간

오타루에 오르골 소리를 들으러 온게 아니라 저걸 읽으려고 온거구나 싶었다.


1일 승차권 잃어 버린 속상한 마음도 싹 사라져버리고


귀에서 징징징 울리는 오르골 소리를 들으면서 기차가 달리는 바로 옆 바닷가 풍경을 바라보면서 삿포로로 돌아왔다.




삿포로에는 눈이 또 내리기 시작했었고 찬바람이 시원하다고 느꼈었다.

낯설지가 않았던 찬바람의 느낌


그동안 너무 따뜻한곳에서 있었기 때문에 잊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겨울을 삿포로에서 다시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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