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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나 이대 나온 여자 아니고 일등한 여자야"

by 나경sam 2019.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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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대 나온 여자 아니고 일등 한 여자야"




오늘 마지막 수업을 하고 돌아왔다.

남은건 이제 월요일의 졸업식만 남았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작년에 왔을 때 카모강에 피어 있던 벚꽃이 한 해를 착실히 보내고 다시 피었다.



시간은 정확히 돌아오고 계절에 맞춰 제 할 일을 해낸다.

꽃이 저렇게 환하게 피었다가 꽃이 진 자리에 연두잎이 나오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눈이 내리는 걸 보고 난 뒤

이렇게 다시 꽃으로 돌아왔다.


일년을 참 열심히 살았다.

마지막 시험에서 우리반 일등을 했다.




원래는 저렇게 성적표만 나눠주고 등수는 알려주지 않는데 오십 넘은 아줌마가 열심히 공부한게 기특했는지

성적표 나눠주면서 선생님이 살짝 알려줬다.

작년 4월에 입학해서 한학기에 시험을 4번 작문 시험은 2번 매주마다 복습 테스트

올해 시험까지 셈해보면 시험만 8번에 작문은 4번 시험을 봤으니까 엄청난 양이었다.

그렇게 시험을 보면서 실력이 늘어가긴 했을거다.

그래도 이번 시험이 가장 마지막 시험이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마음도 후련하고 보람있게 일년을 마무리한것같아서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지난주에는 한국에서 "임대표"님 ~ 이 오셔서 "아사히 맥주"에 가서 생맥주 마시면서 한국말 수다를 엄청 떨고

아 속이 다 후련한 그런 기분^^


빵집 아줌마들하고도 송별회를 가졌다.

"ana 크라운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줌마들이 사주는 거라 좀 미안하긴 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나가서 저녁을 먹고

빵집 생활도 돌아보고 감사의 인사를 전할수 있어서 좋았다.

훌륭한 일본 인삿말을 전했더니 아줌마들이 모두 감동받았다고 했고

 나는 부페에서 먹었던 스시에 감동받았다.





이치모토상은 처음에 일을 끝도 없이 시켜서 내가 얼마나 미워하고 블로그에 욕을 써댔는지

지금은 미안하다.

후지모토아줌마는 손가락을 다쳐서 지금은 쉬고 있지만 저 아줌마가 일을 많이 가르쳐주었었다.

목소리가 크고 체격도 커서 겁도 없어 보이지만 알고봤더니 혼자서는 오사카도 못간다는 겁보 아줌마다.

교토에서도 자기 동네를 벗어나서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다른 동네로 갈 때는 마음이 벌렁벌렁거려서

집에서부터 체온계를 챙겨서 나온다고 한다.

놀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열이나기 때문에 그럴때는 체온을 재고 약을 먹어야 해서 체온계는 외출의 필수품이라고 했다.

체온계를 놓고 외출했을 때는 드러그스토어나 편의점에 가서 손에 쥐고 있어야 편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자기 집에 있는

체온계가 한 두개가 아니라고

오노상은 너무 나를 많이 도와준 친구같은 아줌마

나카무라상은 언제나 나를 칭찬해주고 용기가 있다고 멋지다고 해주던 모델같은 빵집 아줌마

그래서 내가 "미스 보로니아"라고 불러주면 세상 다 가진것처럼 행복하게 웃던 귀여운 아줌마

한카이상은 빵집 인재 - 빵자르기의 달인 수준이다. 빵집 일도 못하는 일이 없이 만능이고 열심히 일하고 여행도 잘다니는

멋쟁이 아줌마다.


학교도 시험을 본 후뒤로는 수업은 하지 않고 토론이나 일본 전통 "라쿠고"를 보거나 하는 활동으로 한 주를 보냈다.


마지막 날 아이들이랑 기념 사진을 찍었다.





전부 16명인데 결석도 많이 하고 남아 있던 알바있는 애들은 끝나자 마자 바로 나가버려서 남아 있는 애들이랑만 찍어서

빠진 애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늘 어벙벙한 엔상은 학기 초에 교과서를 잃어버리고 자기 이름 엔상 앞에 교과서 잃어버렸던 엔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대학에 가거나 대학원에 가거나 전문대학에 입학하거나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졸업하고 자기 일을 찾아서 사화로 나가는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고 충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하고 조금은 쓸쓸했고

무척 더웠었고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했었던

50대의 빛나던 내가 있었던 교실



이대는 못나왔지만 일등은 하고 돌아간다.


충분히 열심히 살았고 멋졌던 일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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