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토일기

"이제 진짜 3월이다"

by 나경sam 2019. 3. 1.
728x90
반응형



"이제 진짜 3월이다"


2월 28일과 3월 1일은 하루 차이지만 마음이 확 달라졌다.

어제 날짜로 "밤부"알바는 빵집 알바에 앞서 먼저 정리를 했다. 작년 9월부터 딱 6개월을 일했다.


동네에 있는 평범한 식당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나름 분위기 있는 일본 식당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번 정도만 나갔지만 6개월이 진짜 빠르게 지나갔다.

빵집 일도 일을 익히기 전까지는 한시간이 벌서는것처럼 길었던것처럼 밤부 알바도 만만한 것은 아니어서

식당 뒷문을 열고 들어갈 때 언제나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들어 갔었다.

주문을 잘못 받으면 어쩌나, 빠르게 돌아가는 주방에서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을 까 늘 걱정을 달고 살아서 그랬는지

어제 끝나고 돌아올때는 허전한 마음보다는 뭔가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후련한 기분도 들었던걸 보면

힘들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늘 주방장이 나더러 일하는 속도가 빠르고 정확하다고 칭찬해줄때는 일이 할만 했었다.

막판에는 일본 아줌마들과 비교하면서 한국 아줌마는 이렇게 잘하는데 일본 아줌마들은 못한다고 셀프 디스까지 해가면서 칭찬을 해줬다.

"아이고 고마워요 카츠상"


빵집도 그만 둘 때가 되서 시프트를 대폭 줄이고 요즘 같아서는 약간 실업자가 된 기분으로 학교 - 집 - 스타벅스 - 이온 스파의 뺑뺑이를 돌고 있다.


다음주 화요일 마지막 시험을 보고 다음주에만 반짝 빵집 알바하고 나면 삿포로 갔다 와서는 귀국하는 일만 남았다.


빵집 알바가 없는 한가한 일주일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일주일은 여전히 빠르다.

오늘 수업은 내가 제일 좋아한ㄴ "나가오"선생님 수업이었다.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항상 창의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라서 나가오 선생님 수업은 긴장이 되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질문도 폭탄 돌리기처럼 정신없이 여기갔다 저기로 갔다 또 언제 나한테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졸틈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조는 애들은 졸긴 하더라만은

에상도 틈틈히 졸고 코까지 과감하게 골아서 내가 깨우기도 한다.


깨어 있을 때는 자기가 하는 작은 사업 - 중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물건을 파는 일을 열심히 한다.

물건의 종류에 관계없이 판매를 하는 에상이 오늘은 뭔가 건강 식품을 팔고 자기 이익을 4000엔 남겼다고 나한테 자랑을 했다.

자기는 수업도 하면서 교실에서 돈도 번다고 자랑질을 하길래


"아니 니네 나라는 그 물건이 없냐 왜 너한테 사냐 그랬더니 자기 나라는 인구가 많아서 품절이 금방 되기 떄문에 일본에서 사서 보내는게 더 빠르다고"


아 역시 인구는 많고 볼 일이다.

중국의 어마어마한 인구덕분에 "에상 통신 판매"는 호황이다.

자기가 물건을 사면 자기가 산 물건을 우체국으로 가져다가 자기 대신 보내주는 사람까지 있다고 - 얘는 거의 1인 기업수준이다.

그러면서 자기 고객 300명 이상중 남자는 5명도 안된다고 자기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고 실실 거린다.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보니 물론 반 애들도 90프로 이상이 중국 사람이라 중국 사람 국민성이 그런지

애들이 어려서 그런지 쉬는 시간이면 차이나타운 시장통같이 변해서 어떤때는 짜증이 확 나기도 한다.

더구나 얘들은 선생님 눈치도 안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선생님 말을 무시하는것 같다.

질문을 하면 "몰라요" "그런거 관심없어요" 거의 정해진 패턴으로 대답을 날려버린다.


 오늘도 나가오 선생님이

다음주 금요일에는 중요한 학교 활동을 하니까 지각하지 말라고 중국 애 "쵸상"에게 부탁을 했다.

그러자 "쵸상"이 발끈해서 화를 냈다.

"저는 결석은 해도 절대 지각은 하지 않는데 왜 저한테 그러세요" 라고

그래 생각해보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쵸상"은 결석은 자주 해도 지각은 하지 않았다. 그건 나도 잘아는데 선생님이 봤을 때는 워낙 불성실하고 대답도 핑핑 날려버리니까

"쵸상"한테 선입견이 있어서 선생님도 모르게 그런 부탁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얘는 마치 자기 엄마한테 화를 내듯이 발끈하는 바람에 교실 분위기가 쌔했었다.


에상이 조용히 자기 노트에 "저 애는 정말 또라이같다" 라고 써서 나한테 보여줬다.

그래서 내가 "너도 또라이야"라고 쓰고 싶었지만 한 중 우호관계를 생각해서 참고 "그래 쫌 그런 구석이 있긴 하지" 그랬다.


안그래도 이상한 애들이 금요일이 되자 더 이상해졌다.

중국 남자애 "엔상"도 나가오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교과서에 나온 "선물"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질문을 했을 때


나가오 쌤 - 엔상은 어렸을 때 뭔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어떻게 했나요.

엔상 - 가지고 싶은 물건은 많았었어요.그런데 사주지 않았어요

나가오 쌤 - 그럼 사달라고 졸랐나요.어떻게 했나요.

엔상 - 조르면 바로 맞았어요.많이요.

선생님이 원했던 대답은 "졸랐다" 까지만 이었을 텐데 엔상은 조르고 많이 맞았다까지 "거침없이 직진"


엔상이 맞았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애들이 27살이나 먹은 엔상을 다 쳐다봤다.

불쌍하게 생긴 얼굴이 더 불쌍하게 보였다.

나가오 선생님도 대략 난감한 얼굴로 -.-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중국애들 틈에서 일주일이 확확 지나간다.



"아 니가 어렸을 때 그렇게 많이 맞아서 지금 상태가 그렇구나"

불쌍한 엔상


잠깐은 좀 안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 시간에 엔상이랑 짝이 되서 함께 답을 찾는 걸 했는데

엉뚱하게 자기 주장만 하길래 속으로 "니가 떼를 써서 맞은게 아니라 그렇게 엉뚱한 소리를 하니까 맞았던 거다"라고 알려주고 싶었지만

엔상도 에상의 경우처럼 통과



다음주 화요일이면 빵집 아줌마들이랑 호텔 부페에 가서 저녁을 먹고 빠이빠이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교토의 생활이다.


스타벅스 오는 길에 벚꽃이 피어 있는 걸 보니 여기는 봄이 벌써 왔다.



오늘도 하루가 간다.




'교토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경투어 - 어서와 삿포로는 처음이지 첫날"  (0) 2019.03.16
"나 이대 나온 여자 아니고 일등한 여자야"  (0) 2019.03.08
D21  (0) 2019.02.27
"갈 준비"  (0) 2019.02.20
"마지못해 산다"  (0) 2019.02.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