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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배워서 남주는 게 진리 - 쓰앵님"

by 나경sam 2019.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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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주는게 진리 - 쓰앵님"


한학기에 6번의 테스트를 봐야 학기가 끝나는거라 작문 2번 정기 테스트 4번의 압박이 생각보다 부담스러웠었다.

작년 4월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었다. 그래서 시험 앞두고는 알바할때도 마음이 편치 않고

얼른 집에 가서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싶어서 짝 안맞는 신발 신고 있는것처럼 불편했었는데

너무 내가 나를 죄고 사는게 좀 가여워서 이번에는 평소에 열심히 했으니까 좀 쉬엄쉬엄 하자 그런 마음으로

여태까지 했던 공부의 반도 하지 않고 좀 느긋하게 시험을 봤다.

그리고 오늘이 시험이었는데 지난 금요일에는 자원봉사 담당 선생님과 또 그 선생님의 친구 나 이렇게 셋이서

겨울방학때 은각사 회동이후 2차 저녁 약속을 잡고 밤부에 가서 술을 마셨다.


사장님이 내 준 써비스 안주 - 사장님 써빙해서 가져오고 안주 하나 하나 설명까지 해주면서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일본인 사장님이 내 블로그를 볼 수없다는게 참 다행이야

안주 접시에 사슴고기까지 있었다.


함께 만났던 선생님들에게서 선물도 받고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시험이 끝났으니까 이제 열심히 읽어야지


빵집은 알바가 한 명이 늘었다.

빵집 전담 택배원(야마토 택배)이었던 미즈타니상이 택배 회사 그만두고 빵집으로 전직을 한거다.

빵 택배 상자 가지러 올 때 보던 아저씨가 이제는 동료가 된 것

이치모토가 나더러 "메이신" 납품 들어가는 빵 종류별로 챙겨서 스티커 부치는 것부터 미츠타니 상에게 잘 알려주라고 부탁을 했다.


*메이신 고속도로 名神高速道路(めいしんこうそくどうろ) 메이신코오소쿠도오로 휴게소에 납품들어가는 빵*

내가 처음 빵집에서 일을 할 때 지금은 손을 다쳐서 쉬고 있지만 "후치모토"아줌마에게 많이 배웠었는데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된 거다.

미즈타니상에게 내가 했었던 실수를 예로 들면서 일을 가르쳐주었다.


"미즈타니상. 시나몬 롤과 캬라멜빵은 색깔이 비슷해서 스티커를 잘못 붙일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됩니다"

"제가 그랬던 적이 있거든요"


"미즈타니상. 봉투 하나에 한종류 빵이 두장 들어가지만 빵 포장지의 앞면만 보면 안되요. 뒷면에 종류가 다른 빵이 들어가 있을수도 있거든요"

"제가 그랬던 적이 있어서 잘 알아요"


빵집 알바 10개월 동안 실수가 이것저것 많았었기 때문에 그 실수를 통해서 배운것들이 남을 가르칠 때 정말로 도움이 되었다.

내가 했던 실수만 가지고도 충분히 가르칠거리가 되었다.

내가 했던 실수들을 나열하면서 미즈타니상을 가르쳐주자 듣고있던 "오노상"이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증맬증맬 뭘 그런 걸 갖고 박수씩이나


그렇지만 나는 정말 미즈타니상에게 쓰앵님이 되었고 미즈타니상이 나더러 훌륭하다고 해주었다.

시간이 그냥 흐른게 아니었다. 쭉 서서 하는 알바가 너무 힘들어서 처음에 빵집 알바 끝나고 집에 와서는

잘 걷지도 못하고 그대로 기절한 적도 있었는데 그런 시간들을 견디고 났더니 이젠 일본 아저씨를 가르치는 "사수"가 되었다.


시험이 끝난 오늘은 집에 와서 낡은 여행가방을 버릴려고 교토시 쓰레기처리 담당부서에 전화를 해서 내 번호를 부여받고

다음주 화요일에 쓰레기를 내놓기로 약속을 했다.

쓰레기에 붙이는 스티커는 편의점에서 팔지만 그걸 그냥 사서 붙인다고 가져가는게 아니라

교토시에 전화를 해서 쓰레기 품목을 말하면 얼마짜리를 사라고 알려주고 그 다음에는 그걸 내놓는 내 고유 번호를 부여해주는것

그럼 그 번호를 스티커에 써서 지정된 시간과 날짜에 내놓는 시스템이다.

참으로 사람 귀찮게 번거롭게 하는 동네인건 틀림없지만 이게 맞는것같다.


오늘 알바하면서는 "카미쓰나"아줌마를 가르쳐주었다.

카미쓰나 아줌마로 말할것 같으면 나보다 더 오랫동안 알바를 했음에도 아직도 일이 띠엄띠엄인 전형적인 허당아줌마다.

물론 나는 카미쓰나아줌마의 그런 허당기가 마음에 든다.

카미쓰나 아줌마도 네시간 알바 나도 네시간 알바기때문에 가급적이면 둘이 겹치지 않게 쉬프트가 나오기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늘이 그날이었던것

카미쓰나 아줌마는 나보다 더 일을 할줄 몰라서 본인이 맡아서 하는 일이 끝나고 나면 어쩔줄 몰라한다.

네시간이 바쁘게 돌아갈 때도 있지만 요즘은 좀 한가해진 분위기라서 일거리가 하나 끝나고 나면 손 탈탈 털고 있을수도 없고

이래저래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무작정 빵만 나르는 키타무라처럼 앞 뒤 잴것없이 빵만 나를수도 없는 노릇이라 자기가 할 수있는 영역을

최대한 늘려가야 하는게 빵집일의 특성이다.

그래야 남도 도와서 일을 함께 할 수도 있고 네시간 알바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거다.


그래서 오늘은 카미쓰나 아줌마의 쓰앵님이 되기로 마음을 먹고

"메이신 납품" 빵을 꾸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메이신 납품 빵은 관리자인 이치모토가 하던 일인데 이치모토가 자기가 바쁠 때를 대비해서 "키타무라"한테 알려주었고

요즘은 키타무라가 메이신 납품 표를 들고 그걸 보면서 자기가 납품 빵을 추리는 일을 했었다.

키타무라가 그걸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것처럼 은근히 잘난척을 하길래

나도 그 일이 대단한 일인줄 알았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그걸 내가 스스로 터득해서 빵집이 몹시 바빴던 날 메이신 납품 빵을 정확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빵집 알바 짬이 쌓여 경험이 일 처리 능력을 길러준거다.

이런 경우에도 돌아가신 솜리고모는 나를 보고 신동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치모토가 쉬는 날 내가 메이신 납품 빵을 만든걸 이치모토가 알게 되었고 그후로는 키타무라말고 나도 그 일을 공식적으로 하게 된거다.


카미쓰나 아줌마한테도 메이신 납품표를 보고 빵 꾸리는 법을 알려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카미쓰나상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메이신 휴게소 납품표를 보고 내일 납품 해 야 할 빵이 예를들어 플랜 하프가 120개면

빵집 재고 현황표를 보고 날짜가 오래된 빵부터 출고 시킬 빵을 추리기 시작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플랜 빵이 끝나면 다음엔 시나몬 빵 등등 종류별로 추리면 된다고

그리고 나중에 출고시킨만큼 재고에서 제하고 재고 현황을 다시 숫자로 기입해놓으면 끝이라고 설명해주었더니

전적으로 나를 믿은 카미쓰나상이

새로운 세상을 만난것처럼 놀라워했다.

키타무라가 납품표를 들고 혼자서 계산기두드려가면서 그걸 할 때 자기는 그게 대단히 어려운 일인줄 알았다는거다.


물론 나도 키타무라가 계산기 두드려가면서 하는걸 봤을 때는그게 대단히 어려운 일인줄 알았는데

스스로 터득하고 보니 진짜 계산기도 필요없는 일이더구만

세상이 늘 그렇듯이


"알고보면 별것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카미쓰나상의 "쓰앵님"이 되셨다.


그런데 우리 둘이 메이신 빵 추리는 걸 하고 있는 걸 본 키타무라가 갑자기 우리 사이에 오더니

"지금 이거 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중에 하세요" 라고 아 진짜 이 여자 나를 제대로 열받게 했다.


우리가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나름 일을 하면서 남을 가르쳐준것뿐인데

지가 뭔데 지금해라 나중에 해라 아유 진짜 개똥같은 경우를 봤나 싶어서


"기타무라 - 지금은 일이 없고 한가해서 이걸 먼저 하는것 뿐입니다.그럼 놀고 있을까요"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해요"

좀 꺼져줄래요


빵집 알바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남에게 대놓고 싫은 소리를 했다.


그리고 내가 좀 유치하게 이치모토한테 바로 가서 "지금 메이신 납품 만들고 있는데 하고 있어도 되는거죠"했더니

밖에서의 사태를 모르는 이치모토가 물론이죠 라고 대답을 해줬고 키타무라는 부르르 떨면서 후퇴


아시안 컵 축구에서 카타르한테 졌고 키타무라는 오늘 나한테 졌다.


덕분에 키타무라는 끝나고 나갈 때 내가 건넨 인사도 안받고 씹고 나가기는 했지만 뭐 니가 인사 씹는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속이 뭐랄까 진짜 시원했다.

오늘 그렇게 하고 싶은 말 못했으면 귀국해서도 두고두고 생각날뻔했다.


 

사람들의 화난 표정이 똑같은 이유


그러게 왜 니가 나를 건드려 진짜


남에게 배운것도 남주고 스스로 배운것도 남한테 알려주고 퇴근


시험이 끝났지만 내일은 조별 프로젝트 발표 아유 증맬 스트레스는 키타무라 니가 안줘도 차고 넘친다.


혼자서 설 기분 내면서 새우+쪽파+당근 넣고 부침개를 지져서 호료요이 한 캔 마셔버리고



전기장판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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