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오늘의 나를 만났다"
월요일 - 4교시가 주는 즐거움이 있다.
알바도 없는 월요일 - "사라사니시진"을 찾아서 집에서부터 출발
46번 버스와 206번 버스를 타고 센본쿠라마구치에서 내리기로 미리 구글링 검색해서 출발
이젠 데이터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구글 지도를 볼 수없는 내 휴대폰은 그야말로 카메라의 기능을 위해서 들고 다니는 것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검색하지않으면 이제 낭패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그러더냐. 미리 준비했다고 해서 길을 잃지 말란 법도 없고 준비를 안했다고 해서 길을 잃으란 법도 없다.
그래서 재밌는 거지만
문제는 버스에서 잤다는 거다. 그래서 순간 내릴곳을 잘못 판단하고 내려버린것
아무리봐도 "사라사니시진"은 방향조차 안보여 마치 나를 위해 길에 서 있는것처럼 보이는 아저씨한테 물었더니
걸어서 30분은 걸릴거라면서 힘내서 다녀오라는 막말을 마구 던지신다. 게다가 웃기까지
하지만 나에게는 버스 일일권이 있다규 이 아자씨야-.-
내가 내린 버스 정류장 이름정도는 알아야 다시 출발을 할 수 있을것같아서 그 아저씨를 패쓰하고 조그만 가게에 똑똑
할머니 한 분이 증맬증맬 조그만 가게에 앉아서 바느질을 하다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졸다가 세 정거장 전에 내린걸-.-
그리고 할머니가 다시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만 더 가면 사라사니시진이 나올거라면서 당신 가게에서 하찮은 거지만
선물로 줄테니 가지고 가라고 주셨다.
나더러 일본어가 아주 키레이하다면서 칭찬도 해주시고 선물도 주시고
할머니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그래서 다시 잘 찾아간 "사라사니시진"
가는 길에 본 "후나오카온천"
저 앞에 서서 쳐다보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 한 분이 툭 하고 한마디 던지고 지나가셨다.
"3시부터 문열어"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로 전달이 되지 않고 귀로 쏙 들어왔다.
모국어는 귀가 먼저 듣지만 외국어는 머리가 먼저 듣는다는게 내 지론이었는데 요즘은 점점 머리보다 귀가 먼저 듣기 시작한다.
어려운 문장이든 아니든 귀가 먼저 자연스럽게 그걸 들을 때 느껴지는 경이로움같은게 있다.
동네에서 46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도 버스를 함께 기다리던 할아버지 한 분이 내가 우산을 쓰고 있는 걸 보면서
"비 와" 그러셨는데 내가 "할아버지는 모자쓰고 계셔서 모르신거예요"하고 대답해줬다.
그때 내렸던 가는비때문에 우산을 잠깐 펼쳐들고 있을 때 할아버지랑 나눈 대화
집에서 돌아오면서는 빵집 오븐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스즈끼"상을 우연히 만나서
"저 고상이예요,그때 시나몬 롤 가지러 갔었던^^" 웃으면서 인사를 했더니 "스즈끼"상도 웃었다.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써서 눈만 내놓은 체 일을 하기 때문에 내가 그냥 지나갔어도 스즈끼 아저씨는 몰랐을테지만 인사를 하면서
시나몬 롤 이야기를 했더니 스즈끼 아저씨가 웃음이 팍 터진 걸 보면 스즈끼 아저씨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무서운 사람도 아니고, 그저 소통하는 방법이 서툰 사람이었던거지.
사라사니시진을 잘 찾아갔다.
구글 지도가 없어도 사라사니시진까지 잘 찾아갔다.
돌아가신 고모
우리는 그 고모를 솜리 고모라고 불렀다.
지금은 익산시지만 내가 어렸을 떄는 익산이 아니고 이리가 도시 이름이었고 더 정확하게는 "속리"였었다.
속리를 자연스럽게 "솜리" 라고 불렀던 거고 고모가 거기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솜리고모"가 된 거다.
그 솜리고모 집에 내가 초등학교 입학전 아주 어렸을때 놀러갔다가 혼자서 고모네 집에서부터 사촌오빠가 맹장으로
입원해있던 "산삼병원"까지 단박에 찾아왔다고 나를 천재라고 했었다.
고모네 집에서 큰 집 사촌오빠가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오빠가 맹장이 터져버려서 급히 병원을 간 거고
나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초등학교도 입학 전 고모 말로는 다섯살 쯤 되었나
그때 잠깐 고모집에 간거였는데 고모가 병원에 한 번 데리고 갔는데 내가 혼자서 거길 다시 찾아간거라고
내가 아주 클 떄까지 산삼병원 얘기를 하면서 나를 거의 신동인것처럼 이야기를 두고두고 하셨다.
40년전 쯤의 병원 이름다운 "산삼병원" 나의 신동설화 근원지되시겠다.
중학생이던 오빠는 환갑도 넘은 아저씨되셨고 신동 소리듣던 나는 단어 한 개를 외우면 저절로 열개를 까먹는 신기술을 익히고 있다.
고모는 20년 전 쯤 진작에 돌아가셨고
고모가 돌아가시기 전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내가 드렸던 5만원이 내가 드렸던 최초이자 마지막 봉투가 되었다.
여자 주인공"코마츠나나"가 앉았던 창가의 자리가 오늘은 비어 있어서 그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처음에 쓴 맛 나중에 단맛인데 오늘 마신 커피가 딱 그랬다.
집을 나설 때 배터리가 거의 없던 휴대전화는 사라사니시진에 와서는 사진만 찍고 수명을 다했다.
영화의 여자 주인공 "코마츠나나"보다 더 예뻤던 가게 점원이 묻지도 않았는데 인테넷 비번을 알려줬다. 숫자 영이 다섯개라고^^
(코마츠나나는 눈과 눈 사이가 멀어서 잠자리상인데 가게 점원이 진짜 더 예뻤다)
인터넷도 되지 않고 사람도 별로 없고 벽에 붙은 타일이 딱 내 취향이었던 월요일의 사라사니시진에 앉아서
영화의 제목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나다"였지만
"나는 오늘의 나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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