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첫 눈과 히코네"
어제 저녁부터 눈이 푸짐하게 내렸다. 하지만 쌓이지는 않았고 눈은 왔지만 날씨는 겨울이 아닌 가을같은
좀처럼 춥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 교토의 이 따뜻한 겨울
하지만 바닥이 텅빈 듯한 이 집은 전기장판을 켜고 자도 이불밖으로 내놓고 자는 부분은
마치 밖에다 얼굴을 내놓고 잔 것처럼 꽁꽁 얼지경이지만 이것도 좀 익숙해졌는지 이젠 그냥저냥 살만해졌다.
어제까지 열심히 알바하고 오늘 하루 종일 쉬는 날
히코네로 갔다.
히가시야마역에서 전철을 타고 "아마시나" - "히코네"
ㅇ
교토에서 벗어나 히코네로 갈 수록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같은 반 애 중에서 히코네에서 학교까지 통학하는 애가 있는데 얘가 거의 매일 지각을 해서 속으로 흉봤었는데
직접 "히코네"를 가보니까 "인상"이 지각을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교토를 벗어나 이렇게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보는 것도 고베 이후에 처음인것같다.
집을 나서면서 우산을 가지고 나온 게 참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마구마구 내리는 눈
히코네는 작은 도시였다. 비와호와 히코네 성이 있는 시가현의 도시
눈을 맞으면서 발이 푹푹 빠지는 저 길을 걸어서 15분정도 걸어서 쭉 올라가면 히코네 성이 나타난다.
멀리 히코네성의 천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발은 눈에 완전히 빠져서 신발속이 난리가 났지만 그럼 어때 이런 날이 매일인것도 아니고 눈에 발이 빠지면 빠진대로 그냥 걷는거지 뭐
비와호의 풍부한 물을 끌어올수 있어서 히코네 성의 해자는 폭이 넓고 물이 충분해보였다.
마라버린 니죠성의 해자와 오사카 성의 해자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충분한 물이 확보된 해자
근처에 있는 비와호의 영향일것이다.
등산로를 따라서 좀 낮은 산을 등산하는 기분으로 올라가면 히코네성 천수각이 나타난다.
미끄러질까봐 다리를 후덜덜 떨어가면서 신체 나이 70의 느낌으로 설설 올라갔던 저 길
사진으로 보니 그렇게 올라갔다는게 무색할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지만 바닥이 미끄러웠던 아디다스 운동화로서는 무리였다.
바닥뿐만 아니라 신발 안쪽까지 이미 홍수가 나서 저 때 나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천수각으로 들어가기전 저 나무 다리를 통과해야한다. 유사시 적이 쳐들어오면 저 나무다리를 없애버리는것으로 적의 차단을
막을수 있는 용도였다는데 저 나무 다리 없애는데 하루도 더 걸릴만큼 튼튼해보이던데 그게 가능하기나 했을까 싶었지만
어쨌든 그런 용도의 나무 다리였다니까 그런가보다
가문의 성주가 키웠다는 저 고양이가 바로 "히코짱"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고양이는 죽어서 캐릭터를 남겼다.
히코네성의 천수각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이 되어 있고 지어진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나고야 성이나 오사카성처럼
근대들어 새롭게 축조한 형식이 아니라서 더 가치가 있다고 한다.
천수각은 성의 가장 높은 건물로서 적의 침입에 대비해서 동태를 살필 수 있고 진두지휘를 할 수 있게 끔 지어 진
성의 요새와 같은 작전본부같은 곳이다.
오사카성 천수각은 화려함의 극치였다면 히코네성 천수각은 소박했다.
규모도 오사카성에 비하면 굉장히 작았다.
하지만 천수각이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수 있었던 히코네성
저 삼각형과 사각형의 틈으로 바깥을 향해서 총이나 화살을 쏠 수 있었고 물론 적들은 어디서 날라오는지 알 수 없었던 것
천수각의 맨 위로 올라가려면 이런 경사가 급한 계단을 두 번 정도 올라가야 된다.
떨어지면 끝장난다.
천수각의 가장 위에 올라오면 비와호가 보인다.
비가 와서 잘 안보였지만 그래도 저기 보이는 바다같은 호수가 "비와호"다.
비와호까지 가서 보고 왔으면 좋았겠지만 신발 상태로는 도저히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일사후퇴 피난민 꼴이 되어서
천수각 보고 바로 후퇴
히코네 역 앞에 있는 짬뽕집 - 우연히 들렸는데 소화 38년 서기로 치면 1963년 창업 한 집이다.
춥지- 배는 고프지 - 신발은 젖었지 소화 38년 역사를 자랑하지 않아도 2시에 맛없을 점심은 없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jr
날씨는 교토로 돌아올 수록 화창해져서 으이구 진짜 아 놔 증맬증맬
멀리서 보이는 교토 타워 - 일년도 안 살았지만 이제 저 타워를 보면 어쩐지 마음이 놓이고 반쯤은 집에 온 것같은 기분이 든다.
이온몰에 가서 신발사고 먹을거 사서 돌아 온 집
"내 신발 귀엽쥬"
이제 내일부터는 저 신발 신고 보로니아 알바 용병으로 또 일하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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