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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사람과 사람들"

by 나경sam 2018.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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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들"


봄학기 우리반을 봉숭아 학당이라고 썼던 블로그의 글을 찾아서 "영재반"이었다고 정정하고 싶어졌다.

301호 가을 학기 반의 아이들을 보니 진정한 중국 파워가 어떤건지 알 것같다.


아침마다 맥모닝 셋트를 열심히 먹는 "쵸상"은 선생님의 주의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당돌한 대륙의 딸이다.

생긴것도 무섭게 생겨서 손에 긴 막대기 하나 쥐어주면 바로 무술이 튀어나올것 같은 캐릭터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는 그냥 자버린다.


오늘도 수업 시간에 쿨쿨 잘도 잤다.

수요일에 들어오시는 선생님은 순하디 순해서 "쵸상"을 깨우지도 못하고 선생님이 일부러 "쵸상"쪽을 안보는걸 느낄수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쵸상과 정 반대편 자리였던 나는 오늘 수업 시간 내내 선생님의 애정어린 눈길에 녹아내릴 지경이 되었다.

선생님 사랑도 정도껏이지-.- 너무 부담스러운 하루였다.

얘가 그나마 정신이 들어 있었을 때 선생님이 무슨 말인가 시켰었는데 그게 아이들을 좋아하냐는 질문이었었다.


선생님 - "쵸상.아이들 좋아합니까"

쵸 - "아이들을 너무 싫어합니다. 생각만해도 짜증이 나요"


이 말 한마디를 끝으로 쵸상은 책상에 엎드려 자버렸고 그 시간 이후 내내 나는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것


교과서를 잃어버리고 다음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중국 아저씨 "엔상"은 교과서 분실 이후에

수업 시간에 놀림받을 일이 많아졌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엔상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 "엔상은 잘하는게 무엇이 있나요"

아이들 - "교과서 잃어버리는거요"


엔상이 무슨 대답을 하려고 우물우물하는 사이에 아이들이 먼저 대답을 해버렸다.


봄학기 반에 비해 평균 연령이 확 내려가서 그런가

먹기도 잘먹고 자기도 잘자고 확실히 연령이 내려간 탓에 교실 분위기가 웃겨진건 있다.

 봄학기때는 반 아이들이 나를 부를 때 "고상" 이랬었는데 지금 가을 학기 반에서는 어떤 중국 아이가 나를 보고
"오네에상" - 언니,누님,누나 -

이렇게 부르는데 "고상" 이렇게 부르는 것보다는 훨씬 듣기가 좋았다.


식당도 한 달을 채우고 월급을 받았고 가을 학기도 한달을 채워가고 있다.

벌써 다음주면 1차 작문 시험과 테스트가 있으니 시간이 진짜 빨리 지나가고 있다.

식당에서는 싸가지 없다고 욕을 했었던 "소상"이 의외로 츤데레 자슥이었다.

지난주 식당 알바할 때 냉동면을 전자렌지에 넣고 돌린 후에 꺼내면서 내가 그걸 뚫린 쪽을 아래로 잡아서 면이 다 쏟아져버린 일이 있었다.

내가 잘못햇으니까 내가 치울려고 했더니 갑자기 어디선가 "소상"이 나타나서 그걸 맨손으로 막 집어서 버려주었다.


처음에 일 좀 가르쳐달라고 했을 때 "나더러 스스로 하라고 하면서 했던

"지분데" - 스스로 -  그 말에 상처받아서 블로그에 욕을 욕을 썼더니만

그 블로그도 내려야 될 판이다.


가만보자.


이치모토.소상. 두 명의 욕이 들어간 블로그는 이제 내려도 될 것같다.


어쩄든 소상 이놈의 시키가 그걸 내 대신 무뚝뚝하게 치워줘서 그 녀석이 아주 고마웠었던 날도 있었고

사람은 한 번 겪은 일로는 절대 평가를 하면 안되겠다는 걸 느낀 날이었다.


월요일 한 주가 시작되면 거짓말처럼 금요일이 되어버린다.


오늘은 빵집에서 "이토오"아줌마가 생강밥을 만들어서 주었다.

나한테만 조용히 저걸 주시면서 잘 들고가라고 속닥속닥

사실 뭔지도 모르고 집에 와서 포장을 뜯었더니 생강밥이었다.

저녁밥도 없었는데 저걸 먹으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이토오 아줌마가 지난주에는 샐러드도 만들어 주고 우리나라 오이지 비슷한것도 만들어 주셔서 맛있게 먹었었는데

이토오 아줌마가 일본 엄마같다.


우동이 떨어진걸 내 대신 처리해준 소상도 있고 교과서를 잃어버려서 우리를 웃게 한 엔상도 있고

엄마처럼 챙겨주는 이토오 아줌마도 있고 선생님 말을 그냥 쌩까버리는 대륙의 딸 네미도 있어서

일본에서 이렇게 지내는 것도 할 만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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