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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나이 오십에 알바하면서 세상을 다시 배운다"

by 나경sam 2018.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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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에 알바하면서 세상을 다시 배운다"


빵집 알바 쉬는 오늘은 동네 일본식 식당 "밤부"에서 알바를 하고 왔다.

5시부터 9시까지가 정해진 시간이지만 손님이 많으면 뒷정리가 시간이 필요해서 오늘은 시간보다 더 늦게 퇴근???을 했다.

물론 여기는 자기가 일한 만큼 시간에 틀림없이 포함시키는 곳이라 빵집처럼 10분 늦게 나가는 것이 미덕인 알바처는 아니지만

오늘은 월요일인데 무슨 손님이 그렇게 많이 오는지

너후나상이랑 함께 짝으로 일하면서 참 이런저런 일들이 오지게도 많았다.

물론 내가 일을 못하고 배우는 과정이라 나에게는 일이 많았던 하루였고 너후나상에게는 그저 일못하는 한국아줌마랑 짝이 된

뭐랄까 재수없었던 하루였을지도 모르겠다.


신입사원 단체팀 회식이 있어서 얘들이 얼마나 나마비루를 마셔댔는지 생맥주 드럼통을 너후나가 한 번 새로 갈고

얘들의 회식이 끝났다.

술을 마시고 나니 얼마나 시끄럽던지 그 주변에 있던 외국인 손님들이 일찍 일찍 나가서 결국은

오늘은 일본의 승리

외국인 손님 테이블 3팀을 1시간안에 쫓아냈으니 결국 3:1로 일본 승리

주방장까지 음식하면서 자기도 일본 사람이지만 일본 사람 너무 시끄럽다고 흉을 봤다.

얘들 덕분에 없는 정신이 더 없고 온전하지 않은 내 정신은 카운터 석에 갖다 줘야 될 쏘스를 들고 엉뚱한 테이블에 한 번 갔다 왔고

생맥주 추가 주문을 듣고 한개 더 추가 표시를 해두었는지 안했는지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정신없이 허둥대니까 너후나가 나를 불러서 한마디했다.


"나경상, 심호흡을 한 번 하세요.훨씬 마음이 편해집니다"


병주고 약을 준다. 써글놈


바빠서 정신이 귀국 상태인 지경이었는데


1. 젓가락 넣어두는 통에 컵받침을 함께 넣어뒀다고 깨알 잔소리

2. 녹차 내 갈 때는 만들어 놓은 것부터 소진하라고 잔소리

3. 컵받침과 젓가락을 놓을 때는 간격을 따져보고 놓으라고 깨알 잔소리

4. 생맥주를 만들때 거품과 맥주 양을 잘 따져보고 만들어야지 나경상이 만든 생맥주 거품과 맥주 비율이 전부 다르다면서 깨알 잔소리

5.일본 술을 시킨 외국 손님의 말을 듣고 영어로 주문표에 써놓았더니 나더러 모든 사람이 알아 볼 수 있게 일본어로 써놓으라고 잔소리

그래도 너후나 말이 틀린 말이 한 개도 없다.

남의 집에 돈벌러 알바왔으면 시급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되는게 알바의 미덕아니겠는가.

내가 한국사람이니까 나는 이거는 못 알아들어서 못해요 그럴꺼면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거니까

국적떼고 그냥 알바 그 자체로 제대로 일을 해내야 되는게 맞는거고

그건 이미 빵집에서도 몸으로 익힌 미덕이긴 하지만 여기는 또 새로운 곳이라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빵집도 시간이 벌써 육개월이 되었는데도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백화점 행사에 보내는 빵을 포장하면서 내가 박스 다섯개를 꾸리는데 네개는 잘 꾸리고 한개를 실수 한 일이 있었다.

이치모토가 일을 시켰는데 평소에 이치모토를 늘 흉 보고 살았던 내가 그날은 이치모토에게 뭐랄까 감동 비슷한 걸 받은 날이다.


네개는 잘 꾸리고 마지막 박스가 뭔가 이상해서 ( 빵에 붙이는 빵 유효기간 스티커의 갯수가 맞지 않았다)

이치모토한테 갯수가 맞지 않다고 말했더니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마지막 박스를 뜯어 보자고 했다.

마지막 박스를 뜯어보니까 내가 잘못 붙인 스티커의 빵들이 들어가 있었고 그건 보로니아로서는 아주 큰 실수 인것이다.

만약 그대로 빵이 발송되었더라면 정말 큰 실수를 보로니아측에서 하는 게 되었기 때문에

미리 박스를 뜯고 이치모토와 확인을 했던 것이 백번 천번 나았다.

물론 이치모토한테 엄청 미안해서 내가 미안하다고 했더니

이치모토가 나를 감동시켰다.


"고상.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저도 물론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지금 고상이 하고 있는 이 일(박스를 꾸려서 백화점에 보내는 일)은 우리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 제가 고상한테 하찮은 일을 맡긴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맡긴 거예요"


박스를 꾸리면서 그게 한 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치모토가 중요한 일이라고 조용히 말을 하면서 자기가 나한테 중요한 일을 맡긴 거니까 앞으로는 빵을 포장할 때

종류가 맞는지 틀린지 확인해줄것을 다시 부탁한다고 했다.


이치모토가 나이는 어리지만 역시 관리자가 된 데에는 역시 다 이유가 있다.

뭐라뭐라 내가 그렇게 욕을 해댔지만 그래도 관리자는 역시 다른 데가 있었다.


알바하면서 세상을 새롭게 배워가는 기분이다.


너후나의 잔소리도 이치모토의 쓴소리도 쓸데없는 소리는 아닌게 틀림없으니까.


그래도 뭐 오늘 계산도 한 테이블- 세금까지 정확하게 넣고 하긴 했으니까 한 개쯤은 성공 동그라미주고


시험공부 시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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