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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이렇게"

by 나경sam 201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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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빨래 안해입고 더럽게 살기도 처음이고

알바를 두 탕씩 하는 것도 처음이다.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유학생들은 알바를 주당 28시간 이내에서 하게 되어있다.

빵집이 보통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번은 쉬는 날이 있으니 주당 28시간에서 최대 8시간에서 4시간은 여유 알바 시간으로 남게 된다.


여차저차 하여간 동네에 있는 일본식 식당에서 알바를 시작한지도 벌써 삼주가 지났다.

일주일에 두번 아니면 한 번 저녁 시간에 4시간 일하고 돌아오는데 알바 하는곳이 집하고 가깝다는게 우선 장점이고

식당에서 주문받을 때 존경어를 써가면서 주문을 받는데 머리가 막막 아프기는 하지만 그리고 심지어는 시험보는것처럼 떨린다.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두번 가는거라 손님이 메뉴를 시키면 천천히 받아쓰기 하듯 적고 - 그래도 기다려주는 걸 보면 착한 사람 참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사케

 종류가 너무 많고 종류에 따라서 나가는 방법이 각자 다르다는거다.

저울로 재서 약 조제하듯이 각각 사케가 나가는 게 다르다는것



너무 어렵다. 빵집에서도 처음 일 익히기 시작할 때는 모든게 낯설었던것처럼 시작이 반이라는말도 현장에 있어보면 다 거짓말이다.

시작은 시작일 뿐

모든걸 새롭게 자기가 익히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일하러 나가는 날이 적다보니 함께 만나서 일하게 되는 알바생들과 겹치는 날이 거의 없었다. 늘 새로운 아이들이었는데

그래도 대부분 대학생들이라서 애들이 아주 친절했는데 어디나 불친절한 애들은 꼭 있는게 세상살이다.

물론 그들이 나를 위해서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불친절한 사람을 보면 마음이 떨떠름하긴 하다.

"쇼 상"  이 쉐끼 아주 불친절했다.

나는 처음에 쇼상 이라고 하길래 여기도 쇼상이 있나 . 학교에도 두 놈 있었는데 (하나는 소,하나는 쇼)그랬더니

여기 식당은 무조건 이름으로 부르는 곳이라 학교에서의 소와 쇼는 성씨였었고 얘는 이름이 "쇼"

주문을 받고서 잘모르는 걸 좀 도와달라고 했더니 쌍노무시키

"지분데" - 해석하자면 "스스로" 그런 말이다.

그래 스스로 하라는 건 할수 있는 충고지만 말이 너무나 짧았다.

"지분데" 단 세글자로 말하는 놈은 처음봤다. 화가 났지만 나도 그냥 알겠다고 하고 주방장한테 물어봐서 해결하고

(다행히 주방장 카쯔상이 아주 친절하다)



나는 학교의 쇼상,소상과도 별로였지만 알바하는곳에서의 쇼상과도 벨벨벨루 라는것

식당 알바는 빵집하고는 또 다르게 시간이 확확확 간다.

바쁠땐 계산도 해야되고 (계산은 아직 무리지만 언젠가는 해야된다)

이 세상에서 당신이 왕이라는 얼굴로 주문표를 들고가서 아주 공손한 일본어로 주문도 받아야 되고

이 식당은 외국인 손님이 일본 현지인보다 더 많은 식당이라서 아주 짧은 영어도 해야 되고

아아아

요즘은 학교 가는 길에 유튜브로 영어 회화를 듣고 다닌다.


알바 삼주 나가서 만난 알바 애들이 대부분 대학생이었는데 유일하게 아저씨가 한 명 있는데

 이사람이 가수 나훈아를 심하게 닮았다. 머리 스타일하며 옷 입고 오는 꼬락서니도 밤무대 연예인처럼하고 등장을 하신다.

처음에 보고 "너후나" 쯤 되는 줄 알았다. 사진 보여주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알바 끝나면 그날의 메뉴로 주방장이 멋진 저녁을 차려주고 그걸 먹는 시간까지 알바 시간에 포함해서 일하는 시간이 된다.

빵집에서는 십분 이십분 넘는 건 "을"의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지만 식당에서는 또 확 다르게 밥 먹는 시간도 일하는 시간이라니


빵집 알바만 했으면 알 수 없었던 또다른 세상이기도 하고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기

이렇게 더럽게 살기

이렇게 알바 두 탕 뛰기

이렇게 많은 일본어를 매일 듣기

이렇게 매일 남편하고 통화하기


너무나 많은 "이렇게 씨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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