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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히또아메고또니 아끼가 후카마루"

by 나경sam 2018.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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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또아메고또니 아끼가 후카마루"


비가 한번 내릴때마다 가을이 깊어간다는 말이다.

오늘 수업 시간에 나가오 쎈세이가 저 말을 칠판에 쓴 순간부터 나는 그동안 가을이라는 걸 몸으로만 느꼈지

마음으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감수성있는 아줌만데,그래서 계절이 바뀌면 봄이면 마음에서 먼저 꽃이 피고 가을이면 마음에서 먼저 낙엽이 떨어졌던 아줌마였는데...

이제는 전기장판켜고 여름내내 주구장창 틀던 에어컨을 난방으로 돌려 트는 걸로 계절이 바뀐 것을 실감하다니-.-


어느새 한여름에 땡볕에 얼음녹듯이 감성이 다 사라져버렸다.

개강을 하고 일주일 이주일이 봄학기보다 더 빠르니 일주일이 도둑맞은것처럼 지나간다.

그래도 지난주에 오하라에 다녀온게 그나마 힐링이 좀 되어서 좋았었다.

빵집 아줌마들은 자기들이 교토에 살면서도 나한테 "오하라"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고상 버스에서 내려서 얼마쯤 걸어야 호센인이 나와?"

"헐- 지금 그걸 나한테 물어보는 당신들은 도대체 그동안 오하라도 안가보셨나요"라고 물었더니

"응 안가봤어" 라고 대답들을 하셨다.


내가 월드컵때 알아봤어야 했다. 월드컵이 열릴 때 내가 일본 축구하는거 보셨나요 물었더니

"월드컵.그게 뭐야."하던 후치모토 아줌마와 "타카세"상의 얼굴을 보던 순간 깜짝 놀랐던 나의 기분

"아 이줌마들은 빵집에서 일하는 거 외에는 별로 관심있는 일이 없구나"라는 것을 알았어야했다.

물론 오봉때 "핀란드"에 다녀오신 "한카이"아줌마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지난주에 내가 오하라에 갔다 온걸 오늘까지 이야기하면서

"고상은 참 대단해.오하라에도 혼자 갔다왔데"

그걸 자기들끼리 휴게시간에도 이야기를 했다면서 나한테도 다시 전달-.-


휴게실 이야기가 나오니까 다시 욱하고 올라오는게 있다.

휴게실 청소를 일주일에 한 번 간격으로 돌아가면서 하는데 내 앞이 "키타무라"고 키타무라 다음이 내차례다.

청소할 차례가 되는 사람의 이름에 빨간 스티커가 붙여져 있기 때문에 자기 당번이 되는 사람은 그걸 보고

청소를 한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걸 보고 적당한 시기에 청소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전에도 한번 해봐서 낯선게 아니었는데 키타무라가 휴게실에서 문열고 나가는 내 뒤에 대고 이름을 불렀다.


"고상.다음에 청소하세요"

기분이 부글부글

빵집 아줌마들 입에 붙은 말 "쓰미마셍"도 얘는 쓸줄을 몰라.

"쓰미마셍"을 먼저 하면서 나한테 말하면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들리는데 꼭 자기 용건만 내 이름 부르고 던지니

키타무라의 말이 기분나쁘게 들리는거다.

자기 차례 끝났다고 다음 사람한테 청소하라고 이야기하는건 실례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모든 사람이 볼수있는곳에 청소 당번 표를 붙여놓고 빨간 스티커를 이름 아래에 붙인건데

걱정도 팔자인 키타무라는 내가 청소 안할까봐 걱정인지 예쁘게 말도 안하면서 기분만 상하게 명령하듯이-.

"나도 알아요" 나도 간단하게 대답을 날려버리고


말이 너무 짧아서 기분이 나쁜 사람들이 있고 말이 너무 많아서 기분이 유쾌해지는 학교의 "하마다 쌤"도 있다.

이번주에는 세일러문 주인공처럼 세라복 원피스를 입고 오셔서 세일러문 같다고 했더니

봉을 들고 세일러문처럼 흉내를 내더니 세일러문 만화에 대해서 아주 빠른 일본어로 설명을 끝내고

세일러문 원피스처럼 보이는 이 옷도 알고보면 "유니클로"에서 산거고 위에 입은 상의는 물론 유니클로가 아니며

자기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옷은 유니클로다.라면서

세일러문 - 승 - 전 - 유니클로로 한마디시키면 열마디 하는 사람이 일본에도 있음을 몸소 실천하면서 보여주셨다.


빵집에서는 "하마다상"이 나한테 조금씩이라도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면서 한마디씩 가르쳐달라고 해서"
집에 오기 전에 "내일"이라는 말을 가르쳐줬는데 발음 꽝

그래서 내가 "하마다상 공부 열심히 하세요"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면서 막 웃는데

하마다상이 발음한 "내일"이라는 말이 너무 이상했었는데 내가 일본어 발음할 때도 일본 사람들 귀에는 이렇게 들릴수있겠다 싶어서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일주일이 싹뚝 지나갔다.


저녁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나가오쌤"이 말한



"히또아메고또니 아끼가 후카마루"


비가 한번 내릴 때마다 가을이 깊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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