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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오하라"

by 나경sam 201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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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라"


봄학기에 비해 가을 학기는 시간이 더 빠르다.

봄학기 우리 반은 평균 연령이 높았다. 평균치를 훅 올린게 나였지만 다른 애들 나이도 만만치가 않았었는데

가을 학기 반은 애들 대부분이 젊다 못해 어리다.

물론 토상과 찐상 그리고 나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도 있지만 스무살 짜리들이 이렇게 많은 반을 보게 되다니

그래서 물론 시끄럽고 정신없는 구석이 있다.

아침밥으로 사오는 맥도날드 맥모닝 셋트를 아침마다 열심히 먹는 중국 여자애 - 이름 모르겠다- 를 보면

젊다는건 별게 아니다.


맥모닝셋트를 매일 먹는 그 아이를 보고 하마다 선생님이 질리지 않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맛있는게 어떻게 질릴수가 있느냐며 오히려 그 아이가 되물었다"


라면도 일주일에 한 번 먹고 나서 돌아오는 주에 먹을려면 한 번은 생각하고 먹는 나로서는 

"젊다"의 의미는 "매일 아침 맥모닝 셋트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것" "박카스 한 병으로도 피로가 회복되는 것"


뒷자리에 앉아서 아침마다 사오는 맥모닝셋트를 정말이지 입이 찢어지게 먹는 중국 여자애의 젊음이 부럽다.

다만 그 아이의 젊음만이 부러울 뿐 - 얼굴은 하나도 부럽지 않다. "미안"


가을 학기동안 빵집과 맥도날드 집 세군데의 장소를 너무나 충실하게 돌면서 생활하느라 행동 반경이

집 주변 1킬로를 벗어나지 못했다.


알바 쉬는 날 어디라도 꼭 가봐야지 했었는데 점점 실천안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게 된 "오하라"

카와라마치에서 버스 타고 한시간 쯤 갔다. 버스도 한 시간에 두대 - 교토 외곽 촌구석이다.


군산시 임피면 우리 큰 집 가는 길처럼 생겼다.



마을을 끼고 산쪽으로 10분쯤 걸어 올라가면 숲속 산길이 이어지면서 "산젠인"과 "호센인"이 있다.

두 곳 모두 정원이 아름다운 사찰로 유명한데 입장료가 두 곳 모두 800엔이었다.

두 곳 모두 가기에는 시간도 돈도 "무리"

그래서 선택한 곳이 "호센인" 이유는 간단하다.

호센인의 입장료 800엔에는 말차와 모치 한개가 포함되었기 떄문이다.




찻잎을 갈아 만든 말차 - 색이 녹차보다 더 진하고 찻잎을 곱게 갈아 통째로 마시는 거라 쓴 맛도 있지만

함꼐 내 주는 팥이 들어간 모치와 먹으면 괜찮다.

우리 반 "맥모닝 녀"에게는 쓰디 쓸 저 말차가 나는 먹을 만하다. 그런 것도 나이 먹었다는 증거


말차와 모치를 먹으면서 다다미에 앉아서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이 "호센인"에 온 목적이다.


다다미에서 보이는 소나무가 700년 수령의 소나무다.

교토의 3대 소나무 중 한그루라고 한다.

다다미에 앉아서 소나무와 정원을 말없이 바라보는 일 - 모두가 그러고 있다.

조용히 앉아서 소나무를 바라보면 세상이 다 고요한것만 같지만 실제로 사람 사는 일은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일

빵집에서도 여전히 "키타무라" 스트레스가 있고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공부 스트레스"가 있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빵집 출근하는 키타무라를 가끔씩 보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려 빵집에 오는 키타무라를 보면 내가 왜 일본까지 와서 저 아줌마를 미워하나

내가 나쁜 사람이다 반성을 하게 된다. 열심히 사는 저 아줌마를 내가 왜 --- 나는 나쁜 사람이다 그 생각을 하면서 학교에 간다.

하지만 오후에 빵집에서 키타무라를 만나면

특히 키타무라가 나한테 뭘 가르치듯이 말을 하면 열이 확확확 나면서 아침에 했던 후회와 반성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다.

빵집에서 빵이 출하되기전에 검사를 하는 게 있는데 자기가 검사 한 빵에는 자기 이름을 쓰게 되어 있다.

하지만 빵의 종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어떤 날은 내가 검사 한 빵에 내 이름을 다 못쓰는 경우도 있다.

한 군데 씩 빼먹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키타무라는 꼭 기분나쁘게 내 이름을 부르면서 이름을 쓰라고 지적질을 한다.

다른 아줌마들한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얘가 나한테만 그런다.

"고--- 상" 이름을 쓰세요 꼭 손가락질을 하면서 말을 기분 나쁘게 해서

"그거 빠진거 알고 있었어. 니가 말 안해도 나중에 쓸려고 했어 나도 그 정도는 아니까 좀 닥쳐줄래" 라고 말했다.

물론 닥쳐줄래는 내 마음속에서만 -.- 하지만 나도 이번에는 좀 기분나쁘게 말해주기는 했다.


모든 것들을 잠시 다다미에 내려 놓고 정원을 늘어지게 보고



여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일본식 정원이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떨어지는 물소리까지 정원의 풍경에 포함시켜 설계를 한 듯한 일본의 정원 문화가 이들 정서의 한부분인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시아버지 보시면 저렇게 탱자탱자 정원 꾸며놓은 것이 다 "쓰잘데기 없는 짓"이기는 하다.

한시간을 버스 타고 가면서 얼마나 졸았는지 옆에 앉은 일본 할매한테 미안할 정도로 머리를 흔들어가면서 졸았다.


오하라까지 가는 버스는 교토 외곽이라 버스비가 비싸서 1일 교토 관광권 900 엔주고 사서 탔더니

이건 버스도 지하철도 하루 무제한이란다.

오하라 왕복으로만 쓰고 집에 돌아가기에는 어쩐지 손해보는 기분이었지만 오하라 이후에 어딜 갈 힘도 없어서

교토 역 요도바시 니토리에 들러서 행거 한개 사서 지하철로 돌아왔다.


다행이 오는 길에 빵집 앞에서 "한카이"아줌마를 만나서 교통패쓰를 주면서 아직 쓸 수있으니까 돌아가는 길에 쓰라고 했더니

아줌마 좋아하시면서 받았다.


아직 단풍이 든 것은 아니지만 시골스러운 오하라 풍경도 괜찮았다.

큰 집가는 길 같았던 "오하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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