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살기"
가을 방학중이라 삼주동안 요일 감각이 없어진 채로 쉬는 날이면 스타벅스아니면 맥도날드
일하는 날에는 빵집과 집
단순한 동선을 그리면서 살고 있다.
이렇게 단순하게 살아보는 일상도 뭐 나쁘지는 않다.
지금도 크고 있는 애들이지만 애들이 막 클 때는 동선이 걷잡을수 없이 컸었다.
춘천살 때는 남편과 처음으로 주말 부부를 했었다.
남들은 주말 부부가 여자의 오복중의 하나라고들 하면서 부러워 했었지만 사춘기의 정점을 찍고 있던 중 2의 아들과
초등학생 연년생 두 딸과 남편없이 지내는 일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었다.
특히 큰 애를 어떻게 감당할 길이 없어서 그무렵 나는 큰 아이와 잦은 충돌이 늘 있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큰 애를 더 많이 이해하고 다독거려주고 싶을 정도로 그때의 나는 부족한 엄마였었다.
강요하기만 했을 뿐 아이를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했던 시기였었다.
늘 큰 아이한테 미안한것이 큰 애한테는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은것들이 부모로서는 경험이 되어서
둘째와 셋째에게는 관대하게 대했다는것이다.
그래서 더 미안한 내 새끼 - 승범 미안-.-;;;
어디 그게 사춘기 뿐이었겠는가.돌전에 거쳤던 배변기부터 육아의 모든 과정이 큰 애에게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둘떄와 셋째는 덜 조급하게 여유있게 대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아이였던 만큼 부모로서의 역할도 큰애를 통해서 갖춰갔었다. 어찌보면 큰애를 키우면서 나도 부모가 되어갔던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우리 큰 애가 힘들었을지 - 다시 생각해도 미안하다.
춘천에서 살 때의 우리 부부의 동선은 남편이 과천에서 주말에 춘천에 오면 큰 애를 태우고 주말 렛슨을 받으러
경춘 국도 달려서 서울 외곽 순환 타고 수지까지 데리고 다녔었다.
주말에 집에 오면 쉬고 싶었겠지만 고속버스타고 고생할 아이를 위해서 그렇게 운전을 하고 다녔다.
차가 어지간히도 막히는 경춘국도(그때는 서울 춘천 고속도로도 뚫리기 전이라 무조건 경춘국도였었다)
아빠를 너무 좋아하던 우리 셋째는 월요일 새벽에 아빠가 가면 12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밖을 쳐다보면서 훌쩍거렸었다.
큰 놈은 사춘기에 막내는 아빠 보고싶다고 징징거렸고 혼자서 셋 키우는 일은 어려서도 힘들었고 클 때도 힘들었었고-.-
큰애가 그렇게 저렇게 끝나자 둘째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수원이 아닌 지역이어서 나도 둘째 운전병으로 6년 복무하는 기간동안
동선이 만만치가 않았다. 고 3일때와 재수할 때는 저녁마다 서울로 데리러 다니는 일이 정규 노선이었기 때문에
수원에서 서울로 어느날은 일이 끝나는 지역인 오산에서 서울로 참 부지런히도 다녔다.
이게 과연 끝이 날까 싶을 정도로 막막했던 하루하루였었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처럼 이렇게 단순하게 사는 것도 괜찮은것같다.
그떄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지금이 좋은것이겠지만
일하는 날은 빵집 빵순이로 쉬는 날이면 스타벅스 죽순이로 살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0월 9일 가을 학기가 시작되면 한학기를 쭉 달려가야하니까 지금 이런 시간도 한숨 돌리는 시기다,
빵집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학교에 가지 않으니까 요일 감각이 없어졌어요 그랬더니
후지모토(아따맘마) - 아줌마께서
"고상 너무 훌륭해요.요일감각이라는 그런 말도 쓰다니 정말 너무나 놀랐어요 고상 쓰바라씨이~~~~"
요일감각이라는 단어하나로 갑자기 수준이 확 올라간 나는 아줌마한테 말했다.
그런 단어는 늘 쓰는 말인데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세요.아이구 진짜 이 사람들이 국적떼고 모국어로 한번해 보시든지 싶었지만
"호호호, 제가 좀 수준이 있는 사람입니다"로 마무리
며칠 남지 않은 이 가을 방학이 또 그리워질날이 분명히 오겠지
태풍이 지나간 교토는 가을이 되었는지 밤에는 추워서 4월까지 잘 썼던 전기담요를 다시 꺼내서 쓰고 있다.
그렇게 더웠던 여름이 정말 있기는 있었었나 싶은 거짓말같은 날씨속에서 태풍이 또 한 번 지나갔고
이제 다음 주면 새로운 반으로 새로운 아이들과 한 반이 되어서 또 한학기가 시작이 된다.
잠깐의 쉼
단순한 삶 -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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