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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小確幸

by 나경sam 2018.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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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小確幸



'막 구운 따끈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 오후의 햇빛이 나뭇잎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바쁜 일상이지만 순간순간 느끼는 작은 즐거움이 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이를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1970~80년대 버블 경제 붕괴로 경제가 침체하며 힘들게 지낸 경험을 토대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가 담긴 용어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삼일 연속 빵집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해보면 하루 종일 쉴 수 있는 날(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가을방학 시작 하던 날만 빼고 삼일 연속 빵집에서 알바가 하루 종일 이었다.

토요일,일요일,월요일(경로의 날) 연휴까지 하루 8시간을 삼일 일을 했더니 "오봉"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처럼 다리가 너무 아팠다.

삼일 연속 8시간 일 한후 어제 오후 4시간의 알바시간을 채우고서 오늘부터는 3일 연휴다.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뭘 할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헤이안 진구 앞 스타벅스에 와서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를 시켜놓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듣기 공부도 하고 블로그에 끄적거리고 내일 올 딸을 기다리면서 고베 여행 일정도 짜고 빵집 8시간 일만큼이나 할 일이 많다.

다음주에 추석을 걱정하는 한국 아줌마의 살짝 짜증섞인 카톡에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라며 허세를 부릴 수 있는 지금의 이 시간이

나에게는 "소확행"이지 아니 "소확행"이 아니라"대확행"정도 쯤 된다.

자의든 타의든 전세계에 살아있는 1968년 생 아줌마들중에서 나처럼 잠시 살아 보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는가 생각해보면

"대확행"이 확실하다.


교토는 확실히 9월에 들어서면서 햇빛이 기세가 한풀 꺽였다.그래도 뭐 덥긴 덥지만 정말 쓴 커피에다 물을 좀 탄 것같은

얇아진 더위 그런 느낌


어제는 프레스코에서 고로케를 사먹었는데 기대 이상의 맛


세금포함 139엔이었었는데 저 안에 고로케 작은 것이 3개 들어있다.

봉투에 써 있는 프레스코 명물이라는 말을 항상 무시하고 안사먹었었는데 "명물"맞다.

고로케 좋아하는데 맛있는 고로케를 만났다.교토에서 말이지.이런것도 "소확행"이겠지.



우리 집 애들 카톡도 "소확행"이다.


3번이 음료수 사먹게 삼천원보내달라고 했는데 (역시 막내라 항상 징징댄다.돈 삼천원이 진짜 없었는지 아님 그냥 한 소리였는지)

그랬더니 1번 2번이 바로 만원씩 보냈다.



셋 낳기를 참 잘했다 싶을 때가 바로 이런 때다.

크면서도 애들 싸우는 걸 못봤으니 이만하면 잘 키웠다고 자부하고 싶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는것도 부모의 자부심이라는 걸 아직 애들은 모르겠지만 좋은 대학 가고 취직 잘해서 잘먹고 잘사는 것보다

서로 위해가면서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얼마전에는 5시 타임에 일하시는 "이토우"아줌마한테 이런 선물도 받았다.

타올형 손수건을 내 로커에 넣어 두고 이런 귀여운 메모까지


교토 사투리가 너무 심한 60세의 이토우 아줌마랑은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알아듣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언제나 서로 낄낄 거리느라 일할 때 항상 즐겁다.

이토우 아줌마는 5시부터 9시까지 일을 하시는데 나랑은 한시간밖에는 일하는 시간이 겹치지 않지만

한시간동안 열심히 떠들면서 일을 한다.

이제 빵집에서 빵을 굽는 제빵사들도 한국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본다.

어제는 5시 30분에 일을 마친 제빵사중 한 명이 한국에 가고 싶은데 제주도는 어떻느냐 한국도 일본처럼 쌀로 밥을 지어서 먹느냐

아주 시시콜콜 물어보는데 내가 진짜 깜짝 놀랐다.

한국이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걸 확실하게 알았다.

빵집 아줌마들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대해서 참 몰라도 너무 모른다 싶었다.


어제만 해도 그 젊은 빵집 제빵사가


제빵사 - "저기유 누님 한국에 한 번 가고 싶은디 어디가 추천할만해유.제주도는 좋아유 어뗘유"

나 - "제주도 정말 좋아요 그렇지만 일단 한국이 처음이면 "어서와 서울은 처음이지"를 추천합니다.

제빵사 - "근디유 누님 한국도 이렇게 식빵을 많이 먹나유"

나 - "그럼요 우리도 많이 먹어요"

제빵사 - "근디유 누님 한국도 라면을 먹나유"

나 - "썩을노무 시끼.우리도 다 먹고 산다 살어" 라고 하고 싶었으나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물어보는 표정이었으므로

"우리도 당신들처럼 다 먹고 살고 특히 갈비도 치즈 닭갈비도 맛있다"고 말해주었더니

요즘 '치즈 닭갈비"가 일본에서 굉장히 인기가 있기 때문에 금방 수긍을 하면서 꼭 가고 싶다고 말을 했다.

빠징코가 제주도에 있느냐고 물어 보길래 아마 있을 거라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뭐 있겠지

"정선 카지노"를 추천해줄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어제는 남편이랑 영상 통화를 하면서 유통기간이 지난 냉장고 안의 잼을 버리라고 말을 하는데 소금병이 나오자

아주 자랑스럽게 "소고기 무국 끓일 때 이 소금을 넣었다면서" 말을 하는데

오메나 세상에 "허브맛솔트" - 고기 구울 때 내가 고기 위에 뿌리던 소금

그걸로 간을 해서 먹었던 것

물론 몰랐으니까 - 그래도 요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요즘에는 소고기 무국,감자탕,미역국

"유주부"가 되어서 살림에 완벽 적응을 했다.

퇴근하면 한눈 팔지 않고 집에 조신하게 일찍 들어와서 있는 것도 그렇고 내가 없는 사이 남편이 요리남으로 변해가는 걸 보는 것도

물론 그저께는 소고기 국거리로 구워 먹어도 되냐고 물어봐서 내가 안된다고 알려주기는 했지만 어쨌든 요리에 1도 관심이 없었는데


"소확행"

아니 "大確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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