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반"
다음주 목요일이면 최종적으로 한 번 만 시험을 보면 공식적인 한 학기가 끝이 난다.
교실의 분위기는 넷으로 나뉘어졌다.
1. 2학기에 진급하지 않고 취업을 할 아이들
2. 학교에 남을 아이들
3.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아이들
4. 그리고 -.- 잠자고 결석하는 아이들
취업하려고 준비하는 우리반 양상은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면 그동안 반바지에 운동화 신고 다니던 옷차림에서
결혼식가는 신랑처럼 쫙 빼입고 학교를 오니까 양상이 옷을 갖춰 입고 온 날은 면접이 있는 날인거다.
물론 두 번밖에는 그런 모습을 못봤지만 진심 잘되었으면 싶다.
같은 한국사람이기도 하지만 우선은 결석한번 없이 성실한 학생이었고 자기 꿈이 있어서 한국에서의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일본으로 와서 맨땅에 헤딩을 하고 이번 학기에는 장학금까지 받았으니 양상같은 학생을 뽑아야 일본 기업도 상생인데
면접 보고 와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못했다고 자책을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한국에서도 만약에 면접을 봤다면 아무리 우리말이라도 하고 싶은대로 다 했겠냐고.
우리말로 해도 그럴건데 일본어니까 당연한거라고 그정도는 생각하고 들었을테니까 걱정말라고 했다.
학교에 남을 아이들은 나를 포함해서 찐상도 남을거고 타분여사,난까여사 등등이 남을것같다.
물론 2학기에는 반이 바뀌니까 같은 반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함께 다닌 정이 있어서 얘네가 이젠 좀 좋아졌다.
특히 대만 동막골 아가씨 찐상은 나더러 "오까상" -엄마라고 부른다.
팔자에 없는 대만 딸년을 입양했다.
얘가 공유를 너무 좋아해서 가끔씩 공유 사진을 보내주곤했는데
대화를 하던 중
찐상 - "오까아상,저 인제 공유 안좋아해유"
나 - "아니 왜,좋다면서 맘이 변했냐"
찐상 - "오까아상,김비서 봤슈"
나 - "아니,제목만 봤어 박서준 나오는거"
찐상 - "악악악 박 거시기 그 남자 너무 좋아유,앞으로는 김비서만 좋아하기로 했슈,인제 지한테는 김비서밖에 읎슈"
나 - "헬헬헬"
찐상의 짝사랑은 공유에서 - 김비서로 물을 갈아 탔고
중국에서 온 "가루이끼상" 미술을 전공한 멋쟁이인데 한 때 나랑 짝꿍을 한 적이 있어서 얘랑도 좀 친해졌다.
그랬는데 어느날 얘도 나를 보고 "마마"라고 부른다.
중국 강동성 딸년 입양 추가
"가루이끼"는 대학원을 도쿄로 가려고 대학원 교수님께 작품을 들고 가서 보여주기도 하고
자기 진로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한다.
짝꿍을 할 적에는 내가 매일 간식을 싸가면서 혼자만 먹기 그래서 "가루이끼" 것도 함께 싸가서 줬더니
얘가 짝꿍 헤어지는 날 손수 요리를 해서 나한테 주기도 했었다. 칼질도 얼마나 엽렵하고 폼나게 했던지 역시 미술학도는 다르구나 싶었었다.
늘 잠자는 아이는 쇼상이다.
얘는 그야말로 가지가지 다 한다. 깨어있으면 핸드폰 게임이고 게임을 하지 않을 때는 그냥 엎드려서 잠을 처 자든가
둘 중 하나. 자리를 바꿔도 늘 자기 자리를 몰라서 그냥 서 있고 - 그럼 내가 욕하면서 알려주는 거지
저기가 니 자리여 비어 있는 저 자리 그러게 학교 좀 잘 다녀라 이노무시끼야
학교에 남을 아이중에 "소"상도 포함
오늘 "소상"이 자기도 2학기에 등록을 하고 혹시 취업등 변화가 생기면 그때는 학교를 그만 둘거라고 요시코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다.
무턱대고 그만두면 비자에 문제가 생겨 비자가 소멸되게 되니까 2학기에 학교를 그만 두려면 비자문제가 취업 비자등으로
전환이 되어서 해결이 되어야만 하는게 취업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는 큰 문제가 된다.
그치만 부자인 소상은 돈 걱정없이 일단 등록을 해놓고 취업을 알아보는 것이다.
학교 등록이 비자문제에 있어서는 보험이 되는 것이다.
소상이 있다면 "우리반 에상" 애도 중국 애인데
얘는 자기가 매일 중국에서 의대를 다니다가 여기 온 거라고 자랑할 기회만 있으면 자랑을 한다.
이자카야에서 알바를 하는데 에상도 틈만 나면 결석을 하고 학교에 오는 날은 술이 덜 꺠서 괴로운 얼굴로 오거나 둘 중하나다.
나는 늘 생각한다. "에상"은 다니던 의대나 열심히 다니지 왜 일본에 와서 저렇게 술에 취해 삽질을 하고 있나.
이제 다음주에 시험 한개 치고 나면 수료증도 받고 다른 반으로 진급도 하고 한학기가 마무리가 되어간다.
그동안 지진부터 폭우 태풍까지 별별 꼴을 다 보고 사람꼴도 별별 꼴을 다 보고
누가 보면 나도 여기 와서 왠 삽질을 그렇게 열심히 하나 싶겠지만
인생 살면서 한 번 쯤 이런 삽질도 필요한거 아니겠어
뭐 그런 마음으로 사는 거지
남편이 블로그를 쓰라고 달달 볶아대서 쓰고 있다.
불법 추심 채권자처럼 말이지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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