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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아 진 짜 키타무라 아줌니 어쩔"

by 나경sam 2018.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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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키타무라 아줌니 어쩔"


빵집이 개점 휴업 상태가 되었다.

오봉때 주문이 홋카이도오에서부터 밀려들어 일본 전국으로 배달이 되더니

오봉이 지나간 뒤로 빵집이 개점휴업상태가 되서 지난 주부터 하루에 4시간을 다 못채우고 간신히 두시간 한시간 반 이렇게 일이 끝난다.


물론 나야 빵집에서 알바하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알바는 아니지만 빵집 아줌니들은 살며시 난리가 났다.

아침에 일하러 나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아침에 나온거 12시에 끝난다고 좋을리도 없고

6시에 끝난다고 그다지 나쁠것도 없지않은가.

어차피 출근한김에 정해진 시간대로 일하고 들어가는게 일하러 나온 사람 마음에는 일찍 끝나는 것보다 나을텐데

요즘에는 일이 끝나면 무조건 들어가라고 하니

생계형 알바는 아니라도 좀 짜증이 난다.

보로니아 만만세를 부를 때도 있었는데 이젠 "너 뭐냐 진짜" 이런 마음이 든다.


오늘만해도 6시에 끝나는 건데 3시에 끝났고

추가로 5일부터 20일까지중에서 하루를 더 쉬는 날로 정해서 제출하라고 하마다상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물론 나만 그런게 아니라 빵집 아줌마들 전부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더 짜증이 나는건 "키타무라 아줌마"

이 아줌마가 정말 나를 살살 열받게 한다.

내가 맡아서 하는 일이 (예를 들어 - 빵 봉지안의 이물질 체크라든가 상태 체크) 있으면 그걸

다 끝낸 다음에 만약에 다른 일이 마땅히 할게 없으면 참 곤란할 떄가 많다.

그래서 넉달에 접어들어 나름 짬밥이 생긴 나는

그전에는 빨리 빨리 손빠르게 일을 해치웠었는데(부지런한 한국 아줌마답게)

이제는 그러지 않는데.

나의 일을 아껴가면서 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된것이다.


처음 빵집에 와서 일할 때 아줌마들이 쓸데없는 공간을 정리한다거나 내 눈에는 안해도 될 일을 붙들고 있거나

하는것들이 좀 이상했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일이 없으면 참으로 뻘쭘하기 때문에 그렇게 자잘자잘한 일이라도 붙들고 있었던 것!!!


그러니 나도 야금야금 손에 든 막대사탕처럼 내 일을 아껴가면서 해야지 일 떨어지면 곤란하니까

(하던 일이 딱 끝나버리면 생활비 떨어진 것처럼 완전 곤란한 마음이 든다)

요즘처럼 일이 가뜩이나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치만 나는 누구인가.

의리가 있는 한국 아줌마자녀

그래서 나는 아까운 내 일도 코노상과도 함께 하자고 하고 내 일을 잘 나눠주는데'키타무라 아줌니는 욕심이 9단

절대 안주고 자기 일을 하다가도 자기 일을 남겨놓고 내 일을 가져다가 해버린다.

오늘도 그랬다.

빵자르는 슬라이스 기계를 한시간도 넘게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난리 부르스를 추다가 (한시간씩 할 일이 아닌데도 끌어 안고 있었다)

그 일을 완결지어놓지도 않고 내가 하던 일을 확 가져다가 반을 자기가 해버렸다.

순간 욱했다.

아니 이 아줌마가 뭐하자는거야 지금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 그런 법이 없는데 나한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게 아주 내 눈에는 다 보인다.


평소에도 조금 무례하다고 느낄때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 그런 법이 없는데 나한테는 손가락질을 자주 해서 그렇지않아도 내가 기분이 많이 나빠있던 참이었다.

한 번 더 손가락질을 하면

"씨쯔레이네" 하고 말하고 싶었었다.

내가 못알아들었다고 생각해서 손가락질을 하것 같은데 이젠 설령 누가 내 욕을 해도 다 알아듣는 판에 키타무라가 나를 너무 띠엄띠엄봤다.


빵집에서 착용하는 머리 그물망이 담긴 포장지에 아주 귀여운 아줌마 얼굴이 있다.

눈이 땡글땡글하고 웃는 얼굴이 아주 예쁜데

후지모토 아줌마가 그 상자를 보고 "고상 닮았다고 모델같다고 했었다"

그때도 키타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모두가 그렇다고 웃었었는데 말이지-.-


내가 하던 일 확 가져다가 반절을 해버리고 다시 자기가 벌려 놓은 일쪽으로 가서 마무리를 하고

혼자서 바쁜것처럼 일을 하고 다니니

내가 빼앗긴 반절의 일때문에 나는 갑자기 일이 없는 한가한 아줌마가 되버린거다.


평소에 자기 일을 좀 나눠주거나 그랬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겠다.

자기 일은 자기 일대로 다 챙겨서 하고 남의 일까지 가져가 버리니 일짝꿍으로서는 빵쩜 아줌마


어쨌든 둘이서 일하다가 3시쯤 이치모토가 가도 좋다고 그래서 그냥 나 먼저 나와버렸다.

그리고 하루 희망 휴일을 더 정하라고 해서 어차피 가을 방학 기간에 어디라도 여행을 갈까 해서

이미 정해진 3일의 연휴 기간에 하루를 더 연장시켜버렸다.

다른 때같았으면 스스로 눈치가 보여서 연달아서 쉬는 일은 자제했을 텐데

어차피 빵집 (갑의 입장에서 을을 배려 하지 않으니 나도 "을"질을 좀 해볼까해서) 4일 연휴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계약서를 쓰고 일을 시키고 있으니 2시부터 6시까지는 일의 근로시간과 수당을 보장해줘야 맞지

안그럴거면 뭐하려 계약서를 썼나고 말하고 싶지만

아 짧은 일본어로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일 하는 시간이 가뜩이나 줄어든 키타무라 아줌마 보기가 좀 미안했는지

이치모토가 "이렇게 되면 월급이 좀 줄어서 그렇지요-.- " 말을 건넸다.

그러자 키타무라 아줌마가 그렇다면서 맞장구를 쳤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여행이나 다녀 올까봐요.어차피 가을 방학기간이라 잘 된것같아요" 그랬다.


거만한 한국 아줌마됐다. 하하하


앞으로도 아무리 일이 없어서 곤란해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우선 있으면 다른 사람 나눠주고

혼자서 다 끌어안고 하고 싶지는 않다.


나눠주면 돌아오게 마련이다.


일이 일찍 끝났으니 월요일 시험 공부도 하고

맥도날드에서 히가시야마 산조 거리를 내려다 보면서 이런 시간도 갖고

시금 900엔보다 때로는 이런 시간이 1000엔 이상의 가치가 있다.


내 특기


내 앞에 갖다 붙여서 편하게 생각하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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