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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한 학기가 끝났다"

by 나경sam 201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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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가 끝났다"


오늘 시험이 4번째 시험이었다. 그동안 작문 시험을 세 번 봤고 문법과 청해 한자시험을 합친 오늘같은 시험이 네번

한 학기에 총 일곱번의 시험을 봤고 드디어 공식적인 한 학기를 마친 여자가 된 것이다.

여름방학할 때가 일학기 마친것이 아니라 오늘로 1학기를 마친것이고 이제 다음주부터는 가을방학을 짧게 한 뒤에 2학기가 된다.

수료증도 받을테고 성적표도 받게 될 것이다.

이력서 쓸 일이 있을 때 한줄 추가를 할 수있게 되었고 내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경험이자 이력이 한 줄 생겼다.

뭐 더이상 이력서 쓸 일이 없었음 싶지만(비정규직 강사 노릇을 하면서 사진붙이느라 남들보다 딱풀하나라도 더 썼음 썼지 덜 쓰진 않았으니 쉬자-.-)


오늘 시험은 듣기 평가에 나름 촛점을 맞추고 공부를 했다.

여름방학하면서부터 유튜브로 듣기 평가를 열심히 들었다. 문법은 공부하면 해결이 되지만 듣기는 공부한다고 해결이 되는게 아니더라규규규-.-

내 귀가 항일 운동을 하는지 일본어는 들어오면 밀쳐내기 바빠

아니면  내 귀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이사를 해서 건물을 지었는지 듣기 평가 시간에 좌절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무엇보다 듣기를 좀 해내리라 마음 먹고 질리게 들었다. 허니 다 이해를 못해도 어떤 때는 일본어가 우리말처럼 느껴지는

애매한 기분까지 들어서 비록 내가 다 못알아듣고 있어도 이게 일본어인지 한국말인지 헷갈릴때가 있었다.


하루에 한 개씩만 듣기 평가 문제를 듣자고 결심하고 반쯤은 실천을 했더니 그래도 오늘 듣기 평가에서는

파티에서 그녀가 왜 화가 나 있었는지 세 사람이 함께 만나기로 약속한 날은 언제인지 그녀는 병원 예약 시간을 몇시로 변경했는지

사토오상은 노인 홈에서 일하면서 어떤 것이 가장 보람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런것들이 들리기는 했다.

시험은 언제나 긴장이 된다. 어제까지 시끄럽던 우리 반이 오늘은 조용히 어제 그 애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어제는 교실에서 싸움까지 벌어지고 살면서 내 눈 앞에서 중국말로 서로 고성이 오고가는 것을 처음 봤다.

영화의 한 장면같았다. 중국 영화 좋아하는 우리 남편이 봤음 좋아했을라나.


에어컨을 26도로 맞춰놓고 늘 틀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한 번은 끄지 않으면 교실이 너무 춥다.

그래서 중간에 잠깐 에어컨을 끄는데 그때 우리반 "난까"여사가 "쵸상"을 보면서

우리처럼 지방이 많은 사람들은 잠깐 꺼도 괜찮다라고 농담처럼 말을 했는데

그걸 쵸상이 듣고 발끈한거다.

농담을 농담으로 듣지 못하고 스무살짜리 초상이 발끈해서 난까여사를 받아버렸다.


 사실 둘 다 뚱뚱한 편도 아니고 그냥 보통 몸매인데 서른이 넘은 난까 여사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몸매 얘기가 스무살짜리 초상에게는 중요한 문제였을수도 있다.

초상이 난까 여사를 보면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얘기를 한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물론 어제 싸움이 났을 때는 한국 학생 우리들은 아무런 영문도 몰랐고 오늘에서야 번역해서 들었다)

결국 이렇게 상황이 정리되었다.


초상 -"지방은 너한테는 농담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중요한 문제야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아이 쒸"

난까 여사 "아니 뭘 그런 걸 가지고 이렇게 화를 내냐 어처구니없게 그리고 내가 너보다 나이도 한참 더 먹었는데 반말 찍찍거리냐 흑흑흑"


상황이 이렇게 끝나고 수업은 시작되었고 선생님도 아이들 말을 못알아들으니 그냥 모른체하셨다.

나도 오늘에서야 해석판으로 들었다.교실에서 벌어진 내 눈앞에서 일어난 일도 머리로 들어오기까지 하루가 걸린다.요즘 같은 세상에 말이지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중국의 국민성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얘들을 보면 좀 직설적인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수업 시간 예문 중에 이런게 있었다.

"바다로 둘러 쌓여 있는 섬나라 중에서 지구 온난화로 지금 서서히 가라 앉고 있는 나라가 있다"는 예문이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그게 퀴즈도 아니었는데 중국애들이 떼창으로 "일본이요"해버렸다.

선생님 표정이 이렇게 됐다.

똑단발머리 선생님의 머리카락이 위로 확 올라가는것이 보였다.

내가 상황을 수습하느라 "몰디브"라고 말을 했지만 중국 파워를 이기지 못하고 내 목소리는 묻혔고 이미 어딘지 화가 나 버린

선생님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던것같았다.

선생님은 연신 일본도 섬나라이긴 하지만 여러분 -.- 이러셨다.

그래도 눈치 없는 중국 파워 자기들끼리 중국말로 일본 가라앉는거 맞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애들이 눈치라고는 정말 하나도 없고 돌직구도 저런 돌직구 없다. 중국 돌직구의 무서움을 알게 된 하루


"소상" 도 수업 시간에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님 시간에는 아예 벽을 보고 선생님 얼굴은 쳐다도 안봐서

선생님이 "소상 지금 어디 보고 있나요" - 물론 칠판쪽 선생님을 보라는 의미인것은 초등학생도 알 것이다-

그런데 소상은 이렇게 대답했다. "신경쓰지 마세요.제가 마음의 병이 있어서 벽 보고 있는 거니까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서 가뜩이나 깐깐한 카오리 선생님을 화나게 했다.

그리고 곧바로 책상을 소파처럼 하고 자버렸다.



그레서 수업 시간 내내 소상이 코를 심하게 골면 짝꿍인 "타분 여사"가 잠깐 깨우고 조금이라도 코를 덜 골고 자도록 했다.

"소"를 깨운 것은 수업을 들으라고 깨운것이 아니라 코고는 소리 좀 줄어들게 그래서 아이들에게 방해가 안되도록 깨운것!!!

지가 마음에 드는 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다또에바" 열심히 넣어가면서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지만

마음에 안드는 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저렇게 대놓고 코를 골고 자버리니 소상은 참 나이 값을 못한다 싶지만

어디 소상 뿐이랴 살아보니 나이값하고 살기가 가장 어렵다. 물론 나도 그렇고.그러니 누가 누구를 야단 칠수 있겠어.

나이는 저절로 먹어지는 것이라 그 값을 하고 살기가 더 어려운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애써서 한 살 한 살 먹었다면 우리가 이러고 살겠냐 싶다.

요즘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는것은 대만 동막골 소녀 "찐상"을 행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동막골 소녀 찐상은 풍채도 든든하지만 워낙이 목소리가 저음이라서 보통의 여자애들이 말하면 아주 상냥하게 들리는 일본어 조차도 아주

우악스럽게 말하는 재주가 있어서 얘가 "아리가또"라고 말하는 것은 듣기에도 너무 불량스럽게 들린다.

그래서 한국 학생인 나하고 양상이 어느날부터 "찐상"을 보고 조폭 영화의 넘버 원을 부르듯이

"행님 행님" 하기 시작했다.

워낙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찐상이라 행님의 뜻도 금방 알게 되었다.

김비서에 빠져 있는 찐상에게 행님이라고 했으니 얘가 우리를 한 대 칠것 처럼 그러긴 했어도 워낙 성격이 털털하고 좋아서

우 쒸 하고 말았다.


학교 수업 마치고 나올 때면 찐쌍을 보면서 "내일 뵙겠습니다 행님" 하고 나오는게 요즘 재미있는 일중의 하나

반학기가 지났다. 일본에서 반학기 동안 살면서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많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재난재해 앱을 깔아 놓고 그게 울리기만 해도 놀라서 무서웠었는데 이제는 홋카이도 지진이니까 여기는 괜찮구나

그런 분별력도 생겼고 (처음에는 지진이라는 안내 메세지에만 놀랐지만 이제는 지역을 정확하게 본다는 것!!!)

그리고 슈퍼에서 물건을 사고 영수증을 잘 안봤었는데 이제는 틀리게 계산된 것도 정확하게 보고 다시 환불을 받았다.

우유를 한 개만 샀는데 줸장-.- 두개 샀다고 계산을 했다는거 아냐 지금

전화로 일단 상황을 이야기 하고 다음날 가서 환불을 받았다.

이런거 저런거 생각해보면 그래도 반 년 남짓 있는 동안 처음이랑 비교해보면 지금은 참 많이 익숙하고 편해졌다.



무엇보다도 오늘 듣기 평가가 좀 들린 것

한일 관계가 좀 나아진 내 귀의 평화가 무엇보다도 반가웠고

이제 가을 방학을 좀 즐기고 이학기에도 열심히 생활해야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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