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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빵집 말썽꾸러기"

by 나경sam 2018.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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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말썽꾸러기"


이건 우리 딸이 붙여 준 별명이었다.

아줌마들한테 하고 싶은 말 물어보고 싶은 말 그냥 막 물어본다고 붙여준 별명이었는데

어제는 진짜 말썽꾸러기된 하루였다.

이제 저 별명을 바꿔야겠다. 안되겠다.


어제도 연휴여서 하루 종일 알바특공대였다.하루에 다섯명씩 들어가던 빵집 알바 인원이 저번달부터 4명으로 감축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기가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도 순번이 돌아가면서 하게 되는 시스템이 되었다.

그래도 뭐 아주 어려운 일들 - 보자기를 정성스럽게 싸서 빵 포장을 한다거나 대량의 선물 포장을 하는 일은 주로 금손인 "타카세"상이

하고 나나 키타무라 아줌마는 감히 그쪽은 쳐다도 못본다.

"타카세"가 빨간 보자기를 싸서 매듭으로 꽃봉오리처럼 만드는것은 예술에 가깝다.


그래도 그런 포장 쪽 일만 빼놓고는 이제는 주문서를 보고 빵을 잘라서 수량대로 넘기는 일은 할 수 있을만큼의 짬은 되었기때문에

"오봉"때부터 슬슬 빵 자르는 파트의 일도 넘겨받아서 하고 있었다.

뭐 그것도 빵자르기의 대가이신 "한카이"상이 출근하는 날이면 빵 칼은 잡아도 못보지만 "한카이"상이 출근하지 않은 날이면

"이치모토"가 나한테 그 일을 시켜서 사실 마음속으로 많이 고마웠었다.

"키타무라"아줌마를 제치고 나한테 그 일을 시킨다는 것은 나로서는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주문서는 처음에는 굉장히 복잡했다.

한가지의 빵이라도 그걸 그대로 잘라서 보로시아식으로 포장하는 것과 업체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 포장을 해서 넘기는 것이

다르기때문에 빵 하나당 방법이 2개 = 다섯종류면 방법이 10가지가 되는 거다.


그걸 주문서대로 처리하는게 처음에는 굉장히 복잡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내 일이 되고 보니까 어느새 칼잡고 주문서보고

잘 해내고 있었는데 어제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주문서에 분명히 "全"이라고 써 있길래 그걸 전부 다 자르라는 줄 알고 빵을 열심히 잘랐다.

그런데 그걸 다 자르면 안되었던거다. "全"이라고 써 있는 것은 빵을 식히는 선반위에 있는 빵의 전부를 말하는 거였고

한쪽에 쌓아놓은 "예비빵" 은 건드리면 안되는 거였었다.(그건 저녁에 출근하는 사람이 포장해서 넘기는 제과업체가 따로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예비빵까지 신나게 잘라서 빵을 포장하는 기계에 막 밀어놓고 있던 참이었는데 그떄 이치모토가 갑자기

악악악



지금까지도 물론 같은 일을 했던 적이 여러번이었었지만 그때는 예비빵이 없던 상태였기때문에

"전"의 의미대로 빵을 다 잘라서 포장부로 넘겼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어제는 예비빵이 일찍 나와서

있었던 것 - 그것이 문제였다. 나는 문장을 그대로 이해했을 뿐이었고 - 아줌마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빵은 금단의 빵임을

알고 있었으나 다들 바빴기때문에 내가 그 빵을 꺼내서 자르는것을 못봤었고 -.-

그래도 자르는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이미 반이 포장부로 넘겨져서 포장이 되어졌기 때문에 반이 모자란 상황이 되었다.

잠깐의 긴 침묵이 흐르고 이치모토가 다음 상황을 곰곰히 생각해보겠다고 잠시 생각하는 동안 진짜 죽을 맛이었다.


내가 너무 속이 상해서

"저는 아주 위험한 사람인가봅니다" 그랬더니 나의 아따맘마 "후치모토"아줌마가

"고상 - 우리모두 위험한 인물이야.나는 전에 작은 빵 3개를 보내라는 주문서를 보고 무조건 3자만 보고서 3斤빵을 보낸적이 있었어"

여기서 3斤이란 아주 큰 식빵 싸이즈를 말한다. 그러니까 주문서에는 1.5斤 3개라고 써 있었는데 자기는 그걸 3斤 3개로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도 아주 위험한 사람이었고 누구나 빵집에서는 그런 실수들을 하니까 괜찮다고 아따맘마 아줌마의 위로가 잠시 있었고

이치모토가 급하게 오븐실에 다녀오더니

"고상 - 오늘은 예비빵이 또 있었어요" 아주 다행이예요. 걱정마세요.괜찮아요"

처음에 알바들어갔을 떄는 아주 밉상으로 일을 시키던 이치모토가 저렇게 착해졌다.

해결이 되는 잠깐 사이에 잘라진 빵처럼 마음이 부셔졌었는데 다행이었다.


그리고 아따맘마 아줌마도 너무 고마웠었고

퇴근하면서 이치모토한테 오늘 너무 고마웠었다고 인사를 했더니 웃으면서 고생많으셨다고 인사를 하는데

하루의 긴장이 다 풀렸다.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일을 배우기는 하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을 여기서 하면서 나도 참 애쓴다는 생각과

잠시 추석이라 아버지 생각 조금 하고 송편은 못먹지만 당고는 먹을 수 있는 교토의 생활

그래 이것도 이제 잠시면 사라질 꿈같은 얘기다 그러니 실수도 인생의 에피소드처럼 즐길 수 밖에

추석도 오봉도 다 지나갔다.

교토는 바람이 불고 이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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