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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너무 덥지만 그래도 직진"

by 나경sam 2018.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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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덥지만 그래도 직진"


드디어 우리 반에도 온열질환 환자 발생

삐뽀 삐뽀

수업시간에 소상이 갑자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헛구역질을 하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만약에 소상이 여자였다면

그거슨 "입덧"이라고 말할수 있을 만큼 정확했지만

소상은 더위를 먹었다.


수업을 조퇴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간 뚱땡이 소상


나도 밤새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서 아침에는 몸이 무겁고 학교도 못갈것처럼 아팠었다.

학교에 가서도 말도 하기 싫을 만큼 의욕도 없고 아침에 가져간 보리차를 둘째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다 마셔버렸다.

(다른 날 같으면 4교시까지 마시는 양인데 갈증이 계속 나서 물밖에는 먹고 싶은게 없었다)


오늘은 드디어 NHK 뉴스에서 도쿄 북부에 위치한 사이타마 현이 41도를 넘었다고 뉴스가 나왔다.

우리나라도 마친가지로 덥지만 막내 딸이 엄마 괜찮냐고 연락이 왔다.


자기는 이 더위에 운동도 하면서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치킨 시켜놓고 맥주 한 잔하고 싶은 이 여름


언제까지나 생각이 날 것 같은 2018년의 교토의 여름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그저 이것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지내야지


빵집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빵집에서 오후에 이치모토 상이 나한테 물었다.


이치모토 - "고상- 데니슈 롤 빵에 유통기간 씰을 왜 안붙였나요"


앞 뒷 말 없이 갑자기 얼굴을 정색하고는 물어서 기분이 나빴다.

이치모토가 더운데 부채질 하고 있다 지금,에어컨도 더운데


무슨 말인가 물었더니

빵에 붙이는 유통기간 씰을 하나 빼먹었다는 것이다.


얼렐레 얘가 또 시작이네

내가 열이 확 박아서싸


나 - "나는 그 빵은 아예 붙이지를 않고 내가 붙인 빵은 완전 다른 종류였어"

"나만 씰을 붙였냐.너는 왜 꼭 나한테만 잘못 붙였냐고 물어봐 기분 나쁘게. 그 빵은 쓰나 아줌마 일이었어"


확실히 말해주었다.

물론 공손하게 하지만 눈은 부릅뜨고


이치모토는 벌써 두번째 누가 실수를 하면 그 일이 꼭 내가 한 것처럼 물어본다.

이 번 일은 확실히 증거도 있어서 빼도 박도 못하는 경우였는데도 나한테 물었다.


빵집에서는 마지막 포장후에 출하되는 빵에 유통기간 스티커를 붙이는데 자기가 붙인 스티커가 어떤 종류인지

마지막 점검표에 자기 이름을 쓰는 싸인이 있다.

즉 내가 붙인 빵이 예를 들어 플랜 식빵이면 플랜 식빵 아래에 내 이름을 적는것이다.

나는 오늘 플랜 식빵에만 스티커를 붙였고 그랬다는 증거로 플랜 식빵 아래 싸인 란에 한자와 한글을 섞은 내 싸인을 해 놨는데

얘는 그것도 안보고 무조건 묻는거였다.


역시 선입견은 무서운거다.

모두가 일본 인인 구조에서 실수를 한다면 그게 나일거라는 생각이 적어도 이치코토에게는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님을 확실이 알고는 이치모토가 좀 미안해 하긴 했지만 이미 기분 나빠졌어


그래도 퇴근할 때는 내가 자기 일을 좀 해주고 15분이나 늦게 나왔더니 고맙다고 인사를 여러번 했다.

역시 내가 너보다는 나이를 먹었다.


그래서 나잇값하고 살기가 어려운거지


우리집 애들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막내는 화를 내면서 스파이크 가지고 다시 일본에 와서 이치모토를 스파이크로 한 번 찍어준다는둥 (무서운 우리 막내)

둘쨰는 내일 당장 쳐들어가서 한국말로 귀에서 피나도록 욕을 해주겠다는 둥 (우리 둘째 욕대장)

큰 애는 화를 내면서 내 편을 들어주고

남편은 이치모토를 한국 근무 시킨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로 나를 위로해줬다.


이제는 뭐 그런 일쯤은 귀엽다고 봐줄만큼 나도 여유라는게 좀 생겼으니까 예전처럼은 속 상해 하진 않지만

역시 어려운게 인간 관계다.


아 이 더위를 어찌할꼬

집에 돌아오면서 나도 간신히 걸어왔다.


이러니 노인들은 쓰러지지 싶을 만큼 무서운 더위였다.


뭐 그래도 어쩌겠어


여전히 덥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직진이겠지.


내가 이런 여름을 즐길수 있는 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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