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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딸은 갔고 얼굴에 기미는 생기고 으악"

by 나경sam 201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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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갔고 얼굴에 기미가 생겼다"


3박 4일을 막내랑 우리 막내 친구랑 함께 이 좁은 집에서 지냈다.

딸만 온게 아니라 친구랑 함께 왔기 때문에 방을 얻어주고 싶었으나 기온 마츠리 기간이어서

교토에서 방을 구하기가 어렵고 있어도 너무 비쌌다.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여름 손님 3박 4일을 정말 좁은 이 집에서 함께 지냈다.


호랑이는 밥을 안먹지만

우리 딸은 아침부터 잘 먹었다.


수민이가 있는 동안 배추 한포기를 사다 김치도 담그고 한국에서는 하지 않던 한국 아줌마노릇을 일본에서는 착실히 하고 있다.

오늘은 오이지까지 만든걸 보면 여기서 있는 동안 김수미 아줌마 되는거 아닌가 몰라


엄마란 어디서나 똑같다.

여기서도 딸이 자는걸 꺠워서 아침을 멕이고

잔소리하고 (머리 염색 그만 하라고 잔소리)

3박 4일이 훅하고 지나갔다.


기온이 38도 이상인 날들이 삼일 연속이었어도 오사카도 다녀오고 아라시야마도 다녀오고

일정을 잘 짜서 친구랑 함께 다니는걸 보고

그동안 내가 알던 "어리버리 수민"이가 아니고 많이 컸구나 싶었다.

물론 함께 온 친구 "유나"가 똑똑해서 우리 수민이가 많은 도움을 받는것 같았지만

그래도 대견했다.


서울갔다가 수원 집에만 올려고 해도 수민이는 1호선 지하철조차 천안 방면을 타지 못하고 인천행을 타서

우리 식구들한테 전화하고 묻고 확인하고 다시 타고 그런 아이였었다.


그래서 우리는 수민이가 서울이라도 가게 되면 누군가는 꼭 긴장하고 수민이의 전화를 받아야 됐었다.

그게 주로 즈이 언니였었다.

은진이는 수민이의 구글맵이자 지피에스다.

그러니 수민이가 어딜 간다고 하면 은진이는 아직도 걱정하고 늘 챙기고

이번에 나한테 오는 것도 은진이가 티켓끊어주고 일일이 다 설명해주고

뭐랄까 셋째는 좀 인생이 편한것도 같다.

물론 나름대로 고충은 있겠지만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누군가가 챙겨주니까 셋째가 갖는 장점도 있긴 있다.


길치였었는데 대학 들어가고 처음 구미에서 집까지 기차타고 올라왔었을때 내가 감격을 했었다.

그러던 우리 막내가 오사카까지 가서 하루를 잘 놀고

오늘 다시 대구로 돌아갔다.


"엄마가 없으니까 집에가도 밥을 잘 안먹게 되는데 여기서는 아침부터 잘먹었어"

"수원 집에서보다 밥을 더 먹은거 같애"


자식에게

엄마는 = 밥이다.


아무리 아빠가 잘 챙겨준다고 해도 엄마만큼이겠는가.


아침에 보내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월요일까지 연휴여서 학교는 오늘 등교

아침에 세수하면서 깜짝 놀랐다.


"기미"가 생겼다.

정말 깜짝 놀랐다.

지진났을 때만큼 놀랐다.

사실 지진났을 때는 놀라기는 했지만 한숨이 나오지는 않았었는데

오늘은 일차로 놀라고 여진으로 한숨-.-


썬크림 바르고 양산까지 쓰고 다녔지만 교토의 미친 날씨를 이길 수가 없었던 것.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주도 40도를 찍는 날씨

그래도 이런 날씨에 기온 마츠리 행렬을 보러 가라스마오이케 길로 나갔다.



"야마보코" 행렬

야마보코 - 창이나 칼을 꽂은 화려한 수레





길을 통제하고 저런 모양의 행렬이 크고 작은게 전부 서른개가 넘게 지나간다는데 다섯 대쯤 보고 들어왔다.

저 행렬 자체가 일본의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다고 한다.

수업중에 한 시간을 빼고 다함께 저걸 보러 걸어갔다.

일본 3대 마츠리중 하나 답게 방송국 취재도 많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등 어른들은 단체로 관광을 왔는지 여행사 뺏지를 모자나 옷 가방등에 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마를 끄는 행렬 중에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마츠리가 일본인들만의 축제는 아닌것같았다.


잠깐 살고 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저력같은걸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저런거다.

자기것을 잘 보존해서 그걸 잘 이용하는것

그게 특별히 새로운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있었던 거를 지금까지 잘 지켜내는 그런 것들이 지금의 일본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것같다.


커피숍들도 상점들도 기온 마츠리 한정 세일을 하거나 특별한 상품을 만들어 팔거나

백화점에는 기온 마츠리 특별 코너도 있었다.


이 접시는 특이해서 찍어본 거고 기온 마츠리 한정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천년전에 전염병이 돌았을 때 사람들이 병에서 낫게 해달라고 빌다가 병에서 낫게 된걸 기념하기위해

시작되었다는 기온 마츠리가 지금은 저렇게 발전을 해 온거다.


어제 저녁까지는 시내 곳곳에서 포장마차가 열려 음식들을 팔고

교토의 더위쯤은 아무 일도 아닌것처럼 사람들은 더위와 함께 마츠리를 즐겼다.



그래도 나는 피해자다.


기미가 생겼으니.



막내가 갖다준 오이팩을 붙이면서 늦은 자구책을 마련해보고 있지만 내일도 기온은 40도라니



한숨*10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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