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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심각한 더위 & 빵집 대 청소"

by 나경sam 2018.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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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더위 & 빵집 대 청소"


교토에 와서는 일기예보를 신중하게 보고 다닌다.

4월과 5월에는 비가 오는걸 확인하고 우산을 챙겨가지고 다니느라 일기예보를 열심히 봤었고

(일주일에 두번 이상은 비가 착실하게도 내렸었다)


지금은 낮 최고 기온 확인하느라 일기예보를 열심히 본다.

39도

39도를 좀 더 넘은 39.2도 쯤 되었다는데 착실한 반올림의 법칙으로 뒤에 붙은 5미만의 숫자는 버리고 그냥 39도

하지만 내 생각에는 40도쯤 되는거 같다.

학교에 가는 8시

이미 잘 달궈진 아스팔트위는 열기가 그 시간부터 훅훅 뿜어져 나오고

팔토시를 끼지 않으면 따가워서 팔이 아플 지경이다.


양산을 이처럼 열심히 쓰고 다닌 적이 단연코 내 인생 50까지 한 번도 없었다.

가스렌지 불 앞에서 음식만드는 것 같은 화기를 느끼면서학교까지 20분을 걸어가서 자리에 앉으면

또 집으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 될 만큼 교토의 더위가 무서워졌다.


학교에서는 줄곧 26도의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26도에서 수업받다보면 3교시쯤에는 추워져서 팔토시를 또 팔에 끼게 된다)

더우면 덥다고 끼고 추우면 춥다고 끼고

100 엔짜리 팔토시 사서 잘도 쓴다.


너무 더워서 그런지

"소상"의 헛소리가 없어졌다.


뚱뚱한 "소상"은 더위에 취약한 몸구조를 가졌다.

머리카락은 없고

몸은 뚱뚱하니

더위에 그대로 노출되는 아타마부터 더위에 더 많이 드러나는 몸까지

여름에는 최악이지 싶다.

그러니 요즘 "소상"이 학교에 오면 들어오는 순간

"오하이요" 한 번 하고 "아쯔이"를 *3번쯤 하고 자리에 앉으면 별 말이 없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머리카락이 없어도 나름 각종 모자로 똥멋을 부리고 다니는 나름 패피족인데 요즘은 그냥 흰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메고 다닌다.


땀을 감당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모자보다 그 편이 더 시원해서인지 몰라도 여름이 되고 말수도 없어지고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소상"도 더위에 절여졌다.


나는 아무리 더운 한여름에도 찬 물로는 샤워를 못하는데

여기는 그게 가능한 동네다.

온수를 틀지 않아도 찬 물쪽에서 온수가 나오는 신기한 체험이 가능하고

그 물은 미지근한 정도가 아니라 마침 알맞게 데워진 그런 정도의 온도이다.


그러니 기미가 생기는게 어쩜 당연했던걸지도 모르겠다.

저녁마다 막내가 주고 간 오이팩을 열심히 붙이고 피부를 진정시키고는 있지만 원상복구는 어려울것 같고

우리 남편한테 기미 얘기를 했더니 대답은


"그럼 돌아와야겠네"

여보 여기 너무 더워

그말만 들어도 대답은


"그럼 돌아와야겠네"


다음주에는 이렇게 놀라운 교토의 더위속으로 남편과 아들이 오니 꼭 그대들도 체험해보시기를


다음달에 나올 전기 요금 걱정은 우선 접어두고 밤새 에어컨을 틀어두는 놀라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건

너무 더워서이다.


이 더운 와중에 빵집은 대청소를 했다.

아줌마 중에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산넨부리" - 3년만에 한다는 뜻-


물론 우리가 일하는 포장 파트가 3년만이라는게 아니라 빵을 굽는 오븐실이 3년만이라는 것


네 명이서 투입이 되서 바닥부터 벽까지 박박 닦고 선풍기를 해체해서 깨끗하게 닦고

다시 완벽 조립까지

(빵집 아줌마들은 생각보다 그런걸 못한다. 천정 아래에 붙은 선풍기라서 사다리를 올라가서 내가 다시 조립했는데

아줌마들이 사다리 아래에서 "고상 짝짝짝 고상 짝짝짝" 난리가 났었다)


선풍기 날개 조립 한 번에 아줌마들의 귀염둥이에서 아이돌 등극


빵집 아줌마들이 유독 못하는건지 내가 잘하는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빵집 아줌마들은

빵 포장은 나보다 잘해도 선풍기 조립은 내가 더 잘하는걸로~


어서어서 이 더위가 좀 갔으면


일주일에 비가 두 세번 착실하게 내릴때는 햇빛 나는 날이 그렇게도 그립더니만

이렇게 덥고 보니

비 좀 왔으면 좀 살겠다.



그래도 오늘은 금요일이고

내일은 알바를 쉬고

다음주면 또 딸이 오고 딸이 가는 담 날이면 남편이랑 아들이 오고



내가 챔말로 증멜 증멜


쉴 틈이 읎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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