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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오늘 힘들어도 내일은 편할 수 있다.오늘 사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지"

by 나경sam 2018.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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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힘들어도 내일은 편할 수 있다.오늘 사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지"



학교를 다니면서 일년에 네 번의 큰 시험을 보고 작문 시험은 일년에 세 번을 본다.

아직 1학기가 다 끝난것은 아니지만 지난주 수요일 네 번의 큰 시험 중 세 번째의 시험을 봤고

이제 남은 건 긴장의 풀어짐과 짧은 여름방학뿐이다.

새로운 교과서를 받고 다시 시작하기기는 했지만 이미 큰 시험이 끝난 후라 교실의 분위기는

좀 헐렁하고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여름방학은 3주 정도이긴 해도 방학이 기다려지는 걸 보면 일학기를 그만큼 열심히 살아서 그런건 아닐까 싶다.

석달을 넘기고 보니 뭐랄까 한고비는 넘긴 기분이 들고

빵집 아줌마들과도 멤버쉽같은 게 생겨서 이전보다 더 지내기가 훨씬 편하다.


이제는 아줌마들이 일본어로 뭔가를 해 달라고 나한테 말을 했을 때

나 - "한국말로 해주세요"

라고 큰 소리로 말하면 아줌마들이 쓰러진다.

아니 이 사람들은 그동안 유머라고는 하나도 없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살았는지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웃고 뒤집어진다.

빵집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기가 필요한 게 멀리 있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필요한 걸 받는게 훨씬 편할 때가 있다.

여태까지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주로

"~~~~호시이데쓰" "오네가이" "~~~모랏때모 이이데스까" 정도로 해결을 하고 건네주면

대답은 "아리가또오"가 정해진 패턴이었는데

나는 아줌마들에게 물건을 건네주면서

예를 들면 가위 한 개를 건네면서도 "프레젠토" - 선물-

종이 봉투 한 개 건네면서도 "오미야게" - 기념품-

빵 한 개 건네면서 "타쿠하이빈" - 택배-

가끔은 아주 정색을 한 표정으로 "이거 보잘것 없지만 받아 주시겠습니까" -"쯔마라나이 모노다께도 우께 톳떼 구다사이"

별게 아닌 그런 단어 한마디에 일본 아줌마들 웃고 난리가 난다.

어차피 하는 일 좀 웃고 하면 좋지.

퇴근 할 때도 정해진 인삿말이 있다.

"오 쯔까레 사마데시따" "아가리마쓰" 다.

그 인삿말을 하고 아줌마들이 나보다 먼저 퇴근을 할 때면 "오쯔까레 사마 데시따"라고 함꼐 인사를 해줘야 된다.

그런데 나는 "오메데또우~"축하한다" 고 인사를 해준다. 그럼 아줌마들이 처음에는 얘가 무슨 소리 하나하고 쳐다보다가는 막 웃는다.

어제는 "하마다상" 새로운 빵 포장을 알려주면서 자기가 한 개를 끝내고 나한테 보여주면서

이렇게 하면 "칸베끼" 그런다.

일본어 단어로 "완벽" 이라는 단어가 "칸베끼"다

그래서 내가 일본어로는 "칸베끼"고 한국말로는 "완벽"이라고 한다고 다시 한국말로 알려줬다.

그러자 좀 멀리 떨어져있던 "미즈타니"상이 혼자서 쿡쿡 대고 웃는게 보였다.

"미즈타니"상이 봤을 때는 내가 좀 웃긴 한국 아줌마일거다.

어제 내가 "킨베끼" "완벽"하게 한 빵 포장


먼저 저 빵을 정확하게 이등분해서 자르고 반씩 봉투 한개에 넣고 깔끔하게 포장한 후에 뒷면에

날짜와 종류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면 된다.

별거 아닌 단순 노동이긴 하지만 때로는 저런 일들이 힐링이 되기도 한다.

내가 했지만 너무 잘해놔서 사진 좀 찍겠다고 했더니 하마다가 얼마든지 찍어도 된다고 해서 찍었다.

오늘은 퇴근을 하고 나오는데 빵집 오븐실의 할아버지 한 분이 나더러

"마따 아시따" - 내일 또 봐- 인사를 하길래

내가 다시 할아버지에게 돌아가서

"저는 내일 쉬는 날이기때문에 마따 아시타를 거부합니다" 라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혼자 쿡쿡 웃으면서

자기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막 웃었다.

늘 머리굴려가면서 잔업을 시키던 "이치모토"상도 이제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넘길것 같으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부탁을 하면서 좀 해달라고 하니까 이제는 나도 기쁜 마음으로 10분이든 20분이든

내가 좀 더 해서 저 사람이 편해질 수 있다면 좀 해주자 그런 마음으로 일을 하니까

"이치모토"상과도 관계가 좋아지고 배려심이 생겼다.

이렇게 되기 까지 석달 쯤 걸렸다.

빵집 알바 초기에는 "이치모토"상 때문에 집에 와서 울기도 했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잔업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없어졌다.


오늘 사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지

지난주에는 일본에 폭우가 쏟아져서 난리가 났었지만

이번주에는 비라고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더운 날만 연속이었다.

폭우도 반갑지는 않고 폭염도 반갑지는 않지만

세상살이라는게 비도 왔다가 햇빛도 났다가 그런거 아니겠어.


석달을 잘 참고 곰은 사람이 되었고

나는 석달 남짓 잘 참았더니

어느새 "빵집 귀염둥이 한국 아줌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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