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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폭우가 쏟아져도 일주일은 간다"

by 나경sam 2018.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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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져도 일주일은 간다"



비가 이렇게도 많이 오다니

지난주 내내 비가 왔다. 지진을 겪고 나서 핸드폰에 깔아놓은 재난경보 알림 앱이

새벽에도 열심히 울려서 이번주에는 재난경보 앱때문에 잠을 설쳤다.


아침에 학교가면서 본 카모강은 교토에 와서 본 지금까지의 카모강 중에서 가장 물살이 쎄고 불어 있었다.

강 옆 산책로까지 물이 범람해서 차단막이 쳐있었고 보기드문 풍경에 사람들은 산조 다리에 서서

무섭게 불어난 물을 사진찍고 있었다.


학교에도 아이들이 결석을 했다.

 지진일 때는 결석하는 아이들은 없었는데 이번 비로 교통이 차단된 곳에 사는 아이는 학교를 이틀이나 빠졌다.


자연재해가 무섭다는 것은 도시에 살 때는 잘 모른다.

2003년 제주도에 살 때 태풍 "매미"가 지나갔었다.

겁도 없이 아이들을 태우고 중산간도로를 운전하고 연동 이마트를 갈 때 도로에 커다란 나무가 뿌리 채 뽑혀서

축 누워 있는 걸 보고서야

내가 도대체 왜 집에서 나왔나 후회를 했었다.

어찌어찌 집에 온 후에야 그것이 무모한 외출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정전에 단수에 온갖 불편을 겪고 서야 태풍은 단순히 비바람이 쎈것만은 아니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집에서 양초를 켜놓고 반나절 정도를 지내 본 것도 제주도에서 였고

단수때문에 관사에서 1키로쯤 떨어진 제주 경마장 농협 출장소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한 적도 있었다.

그때 함께 갔던 우리 막내가 엄마 왜 세수를 농협에 가서 하느냐고 진지하게 물었었다.

겪어보니 정전도 불편하지만 단수가 제일 불편하고 힘든 고충이었다.

하여간 나는 그렇게도 살아봤기때문에 어쨓든 비가 와도 꿋꿋하게

알람이 아무리 울려도 개무시를 하고 지냈다.


그래도 아침에 산죠 다리를 건널때 본 카모강은 무섭기는 했다.

평소에는 강바닥의 돌이 다 비칠만큼 투명하고 낮은 강인데 흙탕물이 거대하게 돌진해오는 무서운 강으로 변해버렸으니

사람들이 달려들어 사진 찍을만도 했다.


비가 와도 학교는 가야되고 해결해야 될 일이 있어 다시 "히가시야마 구야쿠쇼"도 가야 했다.

일본 국민연금에 가입을 해놓고 나는 학생이기 때문에 내지 않아도 된다는 신청을 해놓았는데

벌써 두번째 고지서가 같은 금액으로 날라왔다.

첫번째는 한 달 전

그때 구야쿠쇼에 가서 물어보니까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나가는 고지서였고

한달쯤 후에 안내도 된다는 고지서가 올꺼라고 분명히 말을 했었다.


그런데 0원은 커녕 여전히 같은 금액 162,00엔을 한 달에 한 번씩 일년을 내라고 일년치 영수증을

친절하게도 뭉텅이로 보내주셨다.

이런 줸장

돈이 썩었냐,개노무새끼들 욕을 진탕 하면서 구청으로 갔다.

의외로 소심한 구석이 있고 일이 생기면 바로 해결을 해야만 다음일을 할 수 있는 의외의 성격을 지닌 자로 바로 "나"

국민연금과로 가서 순서를 기다렸다.

히가시야마 국민연금과는 언제나 손님이 없다.


한달전에 상담을 해줬던 공무원 아저씨가 여전히 계셨다.




나 - "아노오~ 쓰미마셍-.- 국민연금때문에 물어볼게 있어서 왔는데요.한달전에도 왔었는데


-.-"

정말 그 공무원 아저씨한테 "당신 나 알아 몰라.한달전에 왔을 때 나한테 뭐라고 했어.새로 고쳐서 올거라면서 장난하냐"






뭐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늘 그렇듯이 아노오~ 쓰미마셍으로 시작해서 언제나 "아리가또고자이마시따"로 끝나는 야사시이 일본어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때 받은 고지서에서 이름의 한 글자가 틀려서 그걸 정정해서 보낸거고 이제는 금액이 정정되는걸로 다시 보내질거라는게 핵심



이름 한글자 정정해서 그 안에 고지서는 열두장을 넣고 보낸 것이다.


일을 참 답답하리만치 순서의 어긋남이 없이 하는 나라다.

융통성이 없이 원리원칙대로 처리하는 일본이다.


4월부터 지금까지 국민연금과의 공무원 아저씨를 우리 남편보다 더 많이 봤다.

오후에 우산을 들고 찾아 간 "무린안"

메이지, 타이쇼 시대의 정치가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별장으로, 1895년에 지었다.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대한제국 침략에 적극적으로 앞장 선 인물이다.

903년 카츠라 타로,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모토, 코무라 쥬타로 등 4명이 무린안에 모여 러일전쟁을 일으키기로 결정한다.

이를 "무린안"회의라고 한다는데 이들 4인방이 회의를 했다는 곳은 별채처럼 따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그곳 2층에 4인방이 모여서 희의를 한 장소가 의자나 탁자 모두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었다.

비도 오고 사람들이 없어서 혼자서 그 2층을 둘러보는데 무서웠다.

역사는 살아 움직인다.

이미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같아도 그 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 곳을 내 눈으로 보고 있으니

역사는 죽은 것이라 할 수 없는것,

이 정원은 돌 하나도 치밀한 계산 아래 깔려 있고 멀리 보이는 산"히가시야마"까지 마치 자기집 정원인양

시선으로는 이어지게 설계가 되어 있는 정원이다.(借景정원) -경치를 빌려온다는 뜻

너무나 꼼꼼한 정원의 설계에 오히려 나는 숨이 좀 막히는 느낌

여백의 미가 하나도 없다.

다다미에 앉아서 비가 오는 정원을 한참 보다가 나왔다.

저렇게 넓은 대지에 온통 계산된 나무와 인공 연못이라니

우리 시아버지가 봤으면 니들은 죽었어

"저기다 배추를 심고 고추 심어야지" 나무 심어서 김장하냐

한소리 하셨을거다.

7월에는 마음이 바쁘다.

다음주면 여름방학을 앞두고 세번째의 큰 테스트가 있고 일주일에 세번은 작은 테스트였다.

내가 내 머리를 이렇게까지 풀가동을 시켜도 되나 싶을 정도로 머리를 핑핑 굴리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도 놀 궁리도 공부못지 않게 중요하니 이렇게 틈틈히 나홀로 관광도 하고

7월말에 오는 남편과 아들을 위해서 "오사카 싼토리니 맥주공장"에 견학 신청도 해놨다.


"1시부터 맥주공장 견학하고 낮술 한번 마셔보자"

다음주면 "기온 마츠리"라서 벌써부터 교토는 "기온 마츠리"음악이 여기저기서 들려와서 분위기가 잔칫집 분위기다.

수박맛 호로요이가 나왔길래 한 병 사서 마시고

"한정" 수박맛 호로요이

어쩐지 "한정"이라고 써있으면 구매욕이 마구 타올라

나는 "한정판" 가방은 없어도 "한정판" 호로요이"는 마시는 여자


이렇게 비가 많이 와서 습하고 상쾌하지 못할 때는 비싼 가방이 위로가 되는게 아니라 100엔짜리 "한정판 수박맛 호로요이"가 더 좋다.

내일은 죙일 알바.

오늘은 죙일 공부에 죙일 비에


죙죙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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