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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아라시 할아버지"

by 나경sam 2018.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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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 할아버지"



아라시 상 - 아라시 할아버지 - 며칠전부터 안보여서 내가 이상하다했다.

빵집에서 일 할때는 누구나 모자를 쓰고 일을 하기 때문에 모자를 벗으면 얼굴이 싹 달라진다.

아라시 할아버지도 일을 마친 6시 이후에 모자를 벗은 모습을 보니

머리 색이 그레이가 조금이라도 섞인 그런 색이 아니라 완전히 백발이셨다.

우리 아버지도 염색을 안해서 그랬었는데

아마 내가 그래서 아라시 할아버지에게 좀 더 친절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성당에서 흰머리의 할아버지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뒤로 휙 하고 돌아본적도 있었다.

흰머리도 등급이 있다.


얼핏 다 흰 머리인것같아도 머리카락이 굵고 그레이가 많이 섞여 있으면

그런 머리카락은 그래도 젊은 편에 속하는 흰머리고

아라시 할아버지처럼 머리카락이 완전이 날라갈것 같은 흰 색이면 그런게 정말 흰 머리인거다.


우리 아버지 머리카락도 그랬었다.


머리카락이 닮아 있었고 우리 아버지처럼 왠지 실없는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던 아라시 할아버지가

며칠 동안 안보였었는데

오늘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권고사직을 당한거다.


얼마전 빵 배송을 하던 중에 교통사고도 났었고 이런 저런 이유가 쌓여서 사장이 그만두라고 했다고 하는 걸 오늘 빵집에서 들었다.


교통사고 났었을 때 내가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나를 툭 치면서 고맙다고 하셨었고

내가 빵 이름을 잘 모를 때는 선생님처럼 알려주시기도 했었다.


특히 시나몬 롤과 브리오슈를 헷갈려해서 빵에 붙이는 스티커를 잘못 붙인 적도 있었는데

그때 할아버지가 나를 불러서 다시 가르쳐 주셨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해놓으면 꼭 칭찬을 해주셨고

집이 어디냐고 가깝냐고 물어서 아주 가깝다고 했더니

"비가 오면 우산도 필요없겠다고" 아주 심심한 농담도 하셔서 내가 그걸 시원하게 알아듣고

함께 웃은 적도 있었는데

이제 아라시 할아버지는 빵집에서는 못본다.


할아버지가 음료수도 두번이나 사주셨었는데

물론 그래서 나도 커피를 한 병 사 드린적이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 안그랬으면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그때 커피를 사러 "프레스코"에 다시 갈 때 좀 귀찮은 마음도 들어서 망설이기도 했던 것같은데

할아버지한테 시원한 냉커피 한 병이라도 사드렸기 때문에 그나마 덜 서운하다.



아무도 아리시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모르다가 우연히 줏어 들은 할아버지 이야기로 오후에 잠시

마음에 비가 내렸다.


이제는 일을 하다가 남이 하는 이야기를 줏어도 듣고 귀가 참 많이 틔였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으면서 살 수 없다는 걸 오늘 알았다.

그래도 언제 알아도 알게 될 일


할아버지가 이 블로그를 볼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이 곳에 내 마음을 남겨 놓는다.


아라시 할아버지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이제는 시나몬 롤빵과 브리오슈는 확실히 알아요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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