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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하루하루 밥 값하면서 살기"

by 나경sam 201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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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밥 값하면서 살기"



"밥 값하면서 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고 놀아도 24시간

열심히 살아도 24시간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을 살지만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지니


항상 깨닫는거지만

"지금 안 것을 이십대 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렇게 오십에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하루 하루 밥 값은 하고 살자 싶다.


그 사이 빵집 아줌마들한테 김밥을 두 번 정도 싸다 주었더니

오늘은 휴게실에서 만난 아줌마들이 내게 물었다.


아줌마 1- "고상 저 번에 만들어온 오니기리 참 맛있었어요"

아줌마 2 - "그런데 그 안에 다꾸앙이 들어 있어서 더 맛있더라.유부도 그렇고 어떻게 한거지.진짜 맛있었어"

나 - "이보세요.아주머니들.저를 따라 발음해보세요.오니기리가 아니고 김밥 이라고 합니다"

나 - "김밥"

아줌마 1,2,3 - 김밥"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일본 아줌마들은 쫌 착한 것같다.시킨다고 정말 따라한다. 

아줌마들에게 티슈를 꺼내서 펼쳐놓고 김밥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디.

티슈를 김이라 생각하고 그 위에 이런저런 재료들은 올려놓고 그런 다음 단무지를 넣는 것은 아주 기본이라고 가르쳐줬다.

김밥을 말아서 두 번 나눠 먹은 후 잘하면 요리강좌하게 생겼다.

열심히 티슈를 쳐다 보던 귀여운 아줌니들

일본어는 아줌마들중에서 내가 제일 못하면서 말은 내가 제일 많다.

하하하


휴게실에서 수다 좀 떨고 출근 기록 카드를 찍은 후 가방 안에 달달 커피 한 병 가지고서 빵집으로 출근

"아라시상" 드릴 커피


빵집 할아버지는 (아라시상) - 이름이 너무 멋진 할아버지

그동안 할아버지한테 음료수를 두 번이나 얻어 먹어서 오늘은 프레스코에서 할아버지 드릴려고 달달한 커피 한 병을

사서 빵집으로 가지고 갔다.


며칠 전에 할아버지가 빵을 배송하시다가 가벼운 교통사고가 났었다.

그때 빵집으로 다시 들어 온 할아버지한테 괜찮으시냐고 여쭤봤더니 너무 고마워하셨다.

정식 직원으로 일하는 아줌마들은 5시 반이면 퇴근을 하고 나는 시간제 알바라서 6시까지 일을 하는거라

5시 반이 넘으면 관리자 한 명과 나 아라시 할아버지 이렇게 남는데

5시 반이 넘자 아라시 할아버지가 음료수를 세 병 사주셨다.


귀여운 할아버지

아줌마들이 퇴근하자마자 세 병을 사셨어^^;;;


어쨋꺼나 나는 할아버지한테는 두 번을 얻어먹었다.

그래서 오늘 그날 할아버지가 드셨던 달달한 커피를 사서 드렸다.

일하고 있는 중간에 할아버지가 배송을 마치고 들어오셨길래

운전할 때 드시라고 드렸더니 할아버지 너무 좋아하셨다.


빵집 일은 어떨 때는 너무 바쁘고 어떨 때는 일어 너무 일찍 끝나서 나처럼 6시까지 일을 하는 알바에게는

빵집의 공식적인 하루 일이 일찍 끝나는것이 쫌 괴롭기도 하다.

왜냐면 일이 너무 일찍 끝나버리면 뭐를 하고 시간을 보내야 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4시 45분 쯤 그날 그날 배송으로 나가야 되는 빵들 정리와 포장이 다 끝났고

그나마 정식 직원인 아줌마들은 5시 넘으면 퇴근이니 괜찮지만 나는 한숨이 푹푹 나왔다.

바쁠때는 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가지만 오늘처럼 일의 흐름이 딱 끊어졌을 때는 정말 한시간이 길었다.

(그동안 경험에 의해 알게 된 한 시간의 체감)


그럴 때는 관리자도 나도 곤란하다.

그래도 일찍 퇴근을 할 수는 없으니 그래 기쁜 마음으로 일 하자



오늘은 이치모토상이 쉬고 남자 관리자가 일을 하는 날

내가 느낀 거지만 관리자들은 괜히 관리자가 아니다.

앞에서는 웃고 있어도 어딘지 깐깐하고 안보고 있는 것같아도 자기 일을 하면서도 내가 하는 하고 있는 일들을 확실히 보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제나 나는 말이 많고 일본 아줌마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가장 큰 한국 아줌마다.


오후에 빵집 일이 좀 한가해졌을 때 관리자가 나더러 빵을 올려놓는 철제 선반의 묵은 때를 닦으라고 했다.

아직 아줌마들이 퇴근하기 전이라 좁은 빵집 작업장안에서 미니 사다리를 놓고 서서 선반을 닦으면서


"사다리를 조심해주세요 고상이 있으니까요" 그랬더니

아줌마 한 명이 나더러 "사다리가 한국말로 뭐냐고 물었다"


나 - "사다리가 사다리지 뭡니까 따라해보세요 사다리"

휴게실 김밥 복창에 이어 작업장에서는 사다리 복창까지

귀여운 일본 아줌니들

아줌마들 다 퇴근하고 선반의 묵은 때를 벗겨냈는데 알콜 페이퍼로 안벗겨져서 아예 가위로 북북 끍어서 때를 밀어버렸다.

5단 높이의 철제 선반이었는데 한 손에 가위를 들고 그걸 살짝 벌려서 가위 날로 묵을 때를 긁었더니

아래로 선반의 묵은 때가 솔솔 떨어졌다.


아라시 할아버지가 늦게 작업장에 다시 오셔서 그걸 보고

"아 깨끗하다.고상 정말 일 잘한다"

큰소리로 칭찬해주셨다.


사실 단순한 일이었지만 한시간동안 내가 이 선반의 묵은 때를 다 작살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가위로 긁어댔으니

거무튀튀하던 선반이 색깔을 찾아가는것이 내 눈으로도 보였다.


물론 중간에 관리자 나와서 그걸 봤다.

내가 벗겨낸 때를 확실히 보고 손으로 확인까지-.-;;;

그걸 손에 묻히고 유심히 보면서 (잘하면 먹겠더라만 워워-.-)


관리자 - "허걱 깨끗데쓰네 한 손에 가위를 들고 처음에는 무서웠었는데 가위를 그렇게 쓰다니 아 훌륭합니다"

나 - "줴기랄 그럼 묵은 때가 안벗겨지는데 내가 가위 안쓰게 생겼냐" 라고 하고 싶었지만


언제나 공손한 나의 일본어


나 - "제가 또 한 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관리자는 남자 아저씨였는데 내가 철제 선반 묵은 때를 벗겨내는 신공을 보더니

반대편의 선반도 부탁을 한다.


그래서 너무 일을 잘하면 곤란하지만

어쩌것어 이미 시작된 일

그래 오늘 하루 빵집에서 내 밥값은 하고 가자


반대편은 다행히 묵은 때가 별로 없어서 일찍 끝났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 어쩔꺼야 진짜 시계를 깨부술수도 없고-.-


어차피 오늘은 묵은 때 없애기로 마음 먹은 날

평소에 늘 찝찝하던 씽크대 아래쪽을 싹 들어내고 박박 닦았다.


빵집의 위생은 철저하지만 씽크대 아래쪽은 언제나 쫌 지저분했었다.

어차피 마음 먹은 일

주저앉아서 쓸고 닦고 했더니 관리자 아저씨가 감탄을 하면서 나에게


"고상 덕분에 제 마음이 다 시원해졌어요"


그러길래

나도 한마디해줬다.


"내가 언젠가 한 번은 이쪽 청소할려고 했었습니다. 구석부터 구석까지요 (스미까라 스미마데)"

"스미까라 스미마데" - 구석부터 구석까지의 뜻


당당하게 청소를 마쳤어도 6시가 좀 안되었지만 어쩐지 밥값은 한 기분이 들어

이제 끝내도 되냐고 했더니




나더러  맛을 보고 꼭 평가를 해달라면서 보로니야 홍차 식빵을 주었다.



6시 5분 전 퇴근



내일은 또 새로운 과에 들어가는 날이라 단어 정리도 하고

한자 시험도 있으니 공부해야 되고

홍차 식빵 맛도 정리하고

오늘은 어떻게 살았나


잘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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