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봤으면 몰랐을 것들"
4월에 "일본 국민 연금"에 가입 신청을 한 후 "학생 납부 면제 신청"을 해두었기 때문에
앞으로 1년간은 국민 연금을 내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담당자의 이야기를 듣고 왔었는데
일전에 집으로 한달에 16000엔 정도의 연금을 내라는 영수증을 한 장도 아니고 뭉탱이로 받았다.
이게 뭐여 장난하냐 지금-.-
곧바로 히가시야마 구청으로 가고 싶었지만 알바가 계속 있어서 결국 오늘 히가시야마 구청 연금과로 가서 물어보았다.
한국같았으면
나 - "이게 뭐죠.지난번에 분명히 제가 학생이니까 일년동안은 안내도 된다고 들었었는데 이게 뭐냐고요 지금"
화를 내거나 아니면 목소리라도 높였을텐데
여기서는
시작부터 비굴하다.
쓰미마셍-.-
뭐기 미안한지 항상 시작은 쓰미마셍이다.
결론은 누구에게나 일괄적으로 납부 영수증이 보내지고 나같은 경우는 앞으로 한 달쯤 후에 0원으로 처리되는 새로운
영수증이 오면 그때 지금 받은 납부 영수증을 시원하게 버리면 된다는 이야기
아니 그럴거면 지금 이걸 왜 보냈냐고 묻고 싶었지만
항상 말은 짧게-.-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고 돌아왔다.
비가 오는 수요일
요즘 교토 날씨는 비가 오거나 아니면 덥거나 둘 중의 하나다. 중간이 없다.
지난 주 토요일 입구에서 호박 모형만 보고 돌아온
"쿠사마 야요이"
오늘은 1500엔을 주고 직접 들어가서 봤다.
"쿠사마야요이"의 작품이 모두 전시되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오늘 저 전시회를 안봤더라면 "쿠사마야요이"의 작품이라곤 호박만 있나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만 들리는 법
입구에 있는 호박 모형만 보고 그게 전부인줄 알 뻔했다.
실제로 들어가서 보니 호박은 몇 뎅이 보이지도 않고 꽃,하이힐,드레스,곤충,잡초 소재는 다양했다.
실제로 쿠사마 야요이의 생가가 나가노 현 마츠모토시의 종묘 농가였기때문에 어려서부터 꽃과 과일에 둘러싸여
성장을 했던 것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고 자신의 판화에 모자,신발,꽃들이 자주 나오는데
그때 들에서 잃어 버렸던 모자를 작품으로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전시회에 "모자" 작품이 아마 그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대형 캔버스 3개를 이어서 붙인 "잡초"라는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다다미가 깔린 전시실을 맨발로 사각거리면서 걷는 느낌도 좋았고 2층 전시실에서 바라본
비가 내리는 미술관 정원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도 좋은 휴식이 되었다.
전시회를 안봤더라면 "쿠사마 야요이"하면 "호박"만을 떠올렸을텐데 다행이다싶은 기분
오래 살진는 않았지만 교토는 큰 길에 매력이 있는게 아니라 골목길에 교토의 멋이 숨어있다.
골목길을 ろじ (로지) 라고 하는데 교토에서는 숨바꼭질하듯이 "로지"를 뒤져봐야한다.
이런 곳이 있었네 싶은 골목길들이 나타난다.
이 골목에서 조금만 앞으로 나가면 사람들과 어깨를 부디치면서 걸어가야 될 만큼 번잡스러운 길인데
조금 안쪽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사람이 없는 좁은 골목길이 있다.
물론 이 길도 저녁이나 식사 시간이면 붐비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교토는 큰 길의 안쪽에는 이런 좁은 골목이나 상점들이 많이 있다.
길들이 바둑판 모양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어지간한 길치들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곳이 교토이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풀 네임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동안은 늘 "소상" "에상" "양상" 뭐 이런식으로 성에다 상만 붙여서 불렀는데
어제는 본인의 풀네임을 다 적어서 이름표처럼 붙이고 수업을 했는데
나는 "소상"의 이름을 보고 한 번 쿡 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소상의 이름은 바로 "소 점"
모든 이름에는 다 뜻이 있으니 점이라는 이름에도 뜻이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점 보러 간다고 할 때 쓰는 그 한자 "점"이어서
차라리 "소 수 점"이 낫지 않을 까 생각하면서 남의 이름가지고 혼자 웃었다.
우리나라같으면 "소상"은 점씨가 되는 거니까
이봐 "점씨"
수업 시간에 엉뚱한 질문은 이제 그만 해주세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도 안봤으면 내가 본 호박만큼만 알았을것이고
"소 점" 씨의 이름도 안봤더라면 그저 "소상"인줄만 알고 졸업했을텐데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호박만이 아니었고
"소상"의 이름은 "소 점" 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네.
소상의 얼굴이 오서방 얼굴처럼 점이 자꾸만 붙여져서
웃고 싶을 땐 책상에 고개 쳐박고 한 번씩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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