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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돈주고도 못 사는 시간들"

by 나경sam 2018.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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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도 못 사는 시간들"


돈으로 되는 것들도 많지만 정말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는 안된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시간들이 있지


나는 나대로 가족들은 가족들끼리 시간을 보낸 토요일


다음주에 생일이 돌아오는 막내가 집에 와서 옥상에서


"야매 미용실" 오픈





머리를 염색해주고 있는 야매 미용실 원장님과 공손하게 염색약을 받쳐들고 있는 손님

그 뒷편에 지나가는 아저씨 1


원장 - "염색만 해드리고 미용실 문닫습니다"

손님 - "아 예 얼른 해주세요.허가도 안 난 미용실이잖아요"

모든것이 다 정겹다.


정말 정말 햇볕이 뜨겁고 살이 타서 변해가는게 눈에 보여서 오늘은 모자를 샀다.




드러그스토어에서 700엔에 팔길래 냉큼 사버렸다.

모자 좀 사려고 했더니 어딜 가나 2000엔이길래 못샀는데 품질이 좀 떨어지는지 어쩌는지는 잘 몰라도

700엔이길래 저걸 사서 쓰고 하루종일 잘 돌아다녔다.


어찌나 더운 하루였는지 길에서 다니는데 아줌마들이 이쪽 사투리로 대화하는것도 다 날씨 얘기


길가는 아줌마 1 - "오늘 아따 참말로 덥다 더워 짜증허벌나게 난다"

함꼐 가는 아줌마 2 - "그니께말여 오메 더워죽것네.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시방부터이러면 어쩐디야 혼마야"


어쨓든 여기 말이 사투리는 사투리니까 내 맘대로 해석


막내 생일 겸 모처럼 네명이 모인 토요일 외식을 하러 나간다는 가족들


나도 혼자서 외식


"마루가메 제면 카와라마치 산죠점 가께우동"



길게 줄을 서서 원하는 메뉴를 말하면 급식 배식받듯이 즉석에서 받아서 계산하고나서 먹으면 된다.

혼자서 먹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 둘이서 먹는 자리배치보다 혼자 먹는 자리가 더 많아 혼밥이 아무렇지도 않은 곳이 일본이다.

우동면이 탱글탱글하고 식감이 쫄깃거리는게 290엔 우동치고는 다시 한 번 더 가고 싶은 집이다.



식구들도 모처럼 넷이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는 너무 지쳐서 중간에 집에 들어와서 잠시 숨 좀 고르고

다시 출발


"야요미 쿠사마"의 호박을 보러 기온 시죠에 있는 "퍼에버 현대 미술관"


증맬 증맬 땀이 목덜미에서 뚝 하고 떨어져서 그동안 참아왔던 욕을 김수미처럼 발사하면서 걸어갔다.








"야요미 쿠사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입장료는 1500엔

나는 그냥 미술관 전시실 앞에 있는 "쿠사마야요이" 노란 땡땡이 호박 모형만 보고 돌아왔지만 -.-





쿠사마 야요이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10살 때부터 주변 여기저기에 점이 보이는 정신질환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정신질환에 대한 방어기제로 치유하기 목적으로 물방울 무늬에 집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계속 이 정신질환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아 작업하고 있다.


모든 사물이 점으로만 보이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저렇게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내고 자신의 정신병력에 대한 방어기제가 되어주었다니

쿠사마 야요이도 참 대단한 여자다.


이런게 바로 "인간승리"라는거지



돌아오는 길에 들른 "교토의 유명한 가방집 이치자와신자부로함뿌"


언제나 줄이 서 있는 가방집이다.


교토에서 100년 넘게 이어진 가방집이라고한다.


"함푸"란 일본어로 범포"배의 돛을 만드는 두꺼운 천을 말한다.


그런천으로 가방을 만들었으니 튼튼함과 견고함은 대를 물려써도 될 정도라서 겉모습은 그다지 시선을 끌지는 않더라도

실용성과 가방에 담긴 장인정신으로 사람들에게는 "욕망의 리스트"


외국인들도 많이 있고 한 손에 캔버스 가방을 다섯개쯤 들고 있는 아줌마들도 있었고

나도 월급 탄 김에 하나 질러 볼까하면서 좀 봤다.


이미지 내용




저런 가방이 그래도 싼 편에 속해서 가격은 7000 엔 정도



확 땡기는 맛은 없지만

가방을 보면서 교토가 생각날지도 모르니 좀 고민 좀 하고 -.-


가방 집이 100년이 넘었으니 사연도 있었다.


원래는 가방쪽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던 큰 아들이 브랜드소송에서 승소해서 가방집을 물려받고

원래부터 일하던 장인들을 다 잘랐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부터 가방집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셋째 아들이 근처에 가방집을 오픈하고

형이 자른 장인들을 다시 데리고 일을 시작한 곳이



지금의 "이치자와신자부로함푸"





가방 집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욕망의 리스트"에 새로운 가방 한 개 추가하고 가방집을 나서서


집에 오면서 시장 안의 야채 가게에서 토마토 3개에 158엔 주고 사서 들어왔다.


가방은 더 사고 싶어질때 사고 우선 토마토는 먹고 싶으니까 사야지



나도 가족들도 지금이 얼마나 좋았고 소중한 추억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알게 되겠지.


가방이야 토마토야 우동이야 돈주면 다 살 수 있는 것들이지만


오늘 하루는 돈으로 살 수 없으니 더 가치있다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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