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알바까지 사람들 이야기"
일요일 하루 종일하는 알바도 이제 할 만하다고 느끼는 걸 보면 빵집 일도 이제 좀 익숙해진것같다.
그래도 점심 시간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으니
여기는 하던 일이 마무리가 되어야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시쓰템이라 12시 땡 점심 시간이 아니다.
2시든 3시든 하던 오전부터 하던 일을 마무리 지어야 나가는 사람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하고도 점심은 밥이 아니라 빵을 먹는다.
물론 컵라면을 먹거나 도시락을 사다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본 빵집 아줌마들은
그냥 빵을 먹었다.
일요일
나는 집으로 와서 점심을 제대로 먹고 아줌마들 주려고 김밥 세줄 (꼬마김밥 싸이즈) 싸서 얼른 직원 휴게실로 가지고 갔다.
물론 집에 있던 나의 소중한 토마토와 함께
1시간을 나도 밥먹으랴 아지매들 점심도 맹글랴
나처럼 손이 빠른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없는 불가능의 세계
하지만 나는 김밥 싸고 토마토 잘라서 가지고 갔다.
역시 아지매들 앉아서 빵 드시고 계셨다.
나 - "제가 김밥 싸왔으니까 이거 드세요"
아줌마 1,2,3 - "엄마야.이거 고상이 맹근 김밥여.어메 맛있것다.이게 진짜 밥이네"
"이거시 한국 김이여"
나 - "아니요 일본 김인데 어쨓든 한국식으로 싼거니까 맛있게 드세요"
아줌마 1,2,3 - "아따 참말로 맛있다.오메 맛있는거"
그후로 오이시이*10번
그렇게 빵만 먹고 일을 하는 것도 대단하고 내 김밥 한 줄에 오이시이를 열 번쯤 하는 것도 대단하고
빵집에서 틈만 나면 "쓰미마셍"과 고멘네" "아리가또"를 어쩜 그렇게 적재적소에 잘 넣고 대화들을 하는지
나도 인간으로서는 연구대상이긴 하지만 빵집 아지매들도 마찬가지다.
한여름이 되면 (물론 지금도 날씨로는 한여름이긴 하지만)
삼계탕을 끓여서 한 번 같이 먹을까 생각 중이다.
그러면 정말 ㅇㅅㅇ 말대로 전설의 한국 아지매가 될 지도 모른다.
팔이 아파서 파스를 잔뜩 붙이고 일을 했더니
아줌마 3 - "고상 팔 아프나 마이 아프나"
걱정도 해주고
이제는 알바가 쫌 할 만하다.
교실은 자리를 바꿨다.
일주일에 한 번 자리를 바꾸는거라 확확 바뀐다.
이번에는 중국인 여자애랑 짝꿍
물론 전 주에도 중국인 여자애 "쵸"상이라 짝을 했지만 "쵸"상은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고
앞 뒤로 중국 학생들이 없어서 "쵸"와 나는 우리 둘만 있었던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내 짝도 중국 여자애
그 뒤로 중국 여자애 그리고 타이완 여자애가 앉아 있다 보니
쉬는 시간이 되면 중국으로 패키지여행 온 것같다.
특히 뒷 자리의 타이완 여학생 "찐상"은 너무 웃겨
지난 주 금요일 수업 시간에 고등학교때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이 "찐상"에게 물었다.
선생님 - "찐상은 고등학교떄 꿈이 어떤거였나요"
"찐상" - "저는 타이완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는 타이완 시내로 대학교를 가는 게 꿈이었슈"
선생님 - "타이완 시골이라면 어디를 말하는건지?"
찐상 - "그니께 그건 지가 말해도 선생님은 잘 모르실거구유 어쨓거나 우리 동네는 그 당시 마을의 전깃불이 다섯시면 꺼졌슈"
동네의 전깃불이 다섯시면 꺼졌다는 말에 우리도 다 입을 다물었다.
오메나 까르륵일세
마을의 전깃불이 다섯시면 꺼졌다니 혹시 전화도 마을에 한 대있었던 거 아니었을 까
찐상이 동네 얘기를 하는데 "동막골"이 지나가면서 한 쪽 귀에 꽃을 꽂고 마구 뛰어 다니는 "찐상"이 떠올랐다.
지난 주에는 자리를 바꾸기 전이라 못물어봤고
오늘은 내 뒷자리니까 물어봤다.
나 - "찐상 그렇다면 니가 니네 동네에서 유학생 1호냐"
찐 - "아녀 언니 우리 아버쥐의 친구 아들이 도쿄 대학교 댕겨"
나 - "그럼 1호는 아니고 니가 2호냐"
찐 - "아녀 언니 2호도 아니고 그려도 우리 동네도 유학생들이 있긴 있어"
나 - "그럼 지금은 전깃불 몇시쯤 꺼지냐"
찐 - "언니 아따 참말로 우리 동네 무시허고 그랴.그때가 언젠디 그때는 내가 고등핵교 때라고"
참고로 "찐"상은 서른이 넘었다.-.-
찐 - "언니 아마 지금은 아홉시쯤 꺼질껴"
아구구구 귀여운 찐상
아침에 들어 올 때 항상 편의점에서 먹을거를 한 손에 가득 들고 들어 온다.
우리반에는 남자는 "소상"이 있다면 여자는 "찐상"이 있는 거다.
그래도 얘가 먹을 거를 주는 대로 다 먹는 애는 아니다.
나름 고급지고 까칠한 면도 있다. 귀여운 찐상
요즘 빵집 식빵 가져온 꼬투리로 샌드위치를 열심히 만들어서 학교에 가지고 갔다.
짝꿍도 주고 뒷자리의 "찐상"에게도 주었는데 "찐상"이 진심으로 거절을 하는거다.
나 - "야 처묵어"
찐상 - "언니 너무 미안혀 지금은 먹을 수가 없슈 배가 가득찼슈"
아침에 들어 오면서부터 한 손에 뭘 들고 먹고 있더라니.
게다기 1교시 끝나고는 우유 큰 걸 다 먹고 있었으니 어떻게 샌드위치를 먹겠냐
어쨓거나 이 귀여운 "타이완촌년 찐상"도 무서운것이 있었으니 바로 "오이"
오이는 먹지도 못하고 그림만 봐도 기절할것 같다고 진심으로 말하는거다.
찐상은 유학을 끝내면 말레이시아로 가서 비서를 하고 싶다고 한다.
타이완 깡촌 아가씨 찐상을 응원하면서
블로그에 까발린 찐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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