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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행복이 별게 아니더라"

by 나경sam 2018.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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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별게 아니더라"



월요일 테스트를 본 후에 혼자서 찾아 간 "아라시야마"




교토역에서 버스 타고 40분 정도 가면 교토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곳이 나타난다.






이 강의 윗쪽에서는 뱃놀이도 하고 낮은 숲속으로 들어가면 대나무숲이 짠하고 나타난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쳤다가는

전세계로 소문이 날 판이다.


아라시야마에서 사진을 보내면서 가족 단톡방에 아라시야마에 왔음을 알렸다.

그러자 아이들한테서 곧 바로 연락이 왔다.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말할줄 알았다.


상상속의 대화

나 - "애들아 여기가 아라시야마라는곳이야."

1번 2번 3번 - "멋지다.엄마 사진 좀 더 올려봐"


그런데 내가 아라시야마라고 말하면서 사진을 올리자마자




그냥 이렇게 답들이 왔다.


먼저 아들이 아주 짧은 두 글자로 "밥은"하고 보냈다.


식구란,가족이란 그런거다.

가족중 한 사람이 어디에 있건 그사람이 있는 장소가 궁금한게 아니라

밥은 먹고 거기에 간 것인지가 걱정이 되고 궁금한거다.


아이들이 나에게 다시 한 번 가족과 식구에 대한 깨달음을 줬다.


아직 점심 식사 전이었고 가벼운 간식만 먹고 출발했다고 하니까 2번은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어서

밥 좀 잘 먹고 다니라고 특별히 잔소리까지 해주었다.

사실 밥이야 여기 혼자 있어도 내가 저희들보다 더 잘 챙겨먹고 있는 데도

지들이 내 걱정을 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를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에서 알았다.


물론 쭉 행복한 사람이었을것이다.


단지 잘 몰랐을뿐이었겠지.


수업이 끝난 후 알바 시간까지 시간이 팍팍해서 거의 뛰다시피 빵집까지 가야 되는 데

오늘은 4교시라서 여유있게 걸어서 먼저 집으로 온 후 집에서 점심을 먹고 빵집으로 출근을 했다.

뛰다시피 걸어야 되는 날이 계속되다가 하루라도 이렇게 여유있는 날이 있으면

오늘같은 날이 나는 행복한 날인거다.


별것도 아닌 거지만 4교시후에 걸어오면서 행복하다고 느꼈었다.

"하루라도 이런 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이러면서 걸어왔다.

물론 뛰어서 알바를 가야 되는 날에도

"이렇게 뛰어서라도 갈 수 있는 알바가 있어서 좋다"라고 생각하고 뛰어간다.


빵집에 들어가서 아줌마들하고 수다를 떨고 웃고 일의 순서도 이제 좀 눈에 보이고 하니 처음보다는 덜 힘들고

드디어 오늘은 월급도 탔다.


"둑흔둑흔 데쓰네"




출근기록 타임 카드앞에 급여 명세서까지 개인 우편물로 보내 주었다.

일본에 와서 받은 우편물의 대부분은 이랬다.


몹시 불친절한-.-


우편물 - "너는 한달을 살았으니 돈을 이만큼 내라"


그런데 오늘 받은 우편물은


우편물 - "그동안 참 수고가 많으셨어요~ 돈을 드릴테니 팍팍 잘 쓰세요.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4월 18일에 일을 했어도 첫 급여였다.

 15일부터 15일까지 일을 한 부분에 대한 정산을 해서 말일에 급여가 입금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나는 한달이 넘어서 받은거다.


생애 첫 외화를 번 날이라 행복하고^^



교실에서도 그렇다.


팔이 아파서 파스있음 좀 갖다 달라고 한국 유학생 "양"상에게 부턱을 했더니

"양"상이 파스 뿐만 아니라 밴드까지 챙겨다 주면서 "없으실것같아서 함께 챙겨왔어요" 그러는데 참 고마웠다.


그동안 나도 양상에게 소소하게 챙겨서 준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이렇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으니 이또한 고맙고

"알바땜에 팔이 아프신거 아니냐"고 걱정을 해주는데 하루 종일 일본어만 듣다가 모국어로 듣는 위로의 말도 고마웠다.


사실 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으면서도 잘 모르고 살았었는데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것같다.



양상이 준 파스를 팔에 덕지덕지 붙이고

내일은 말끔해져서 두 팔 휘두르고 학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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