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넘어가고 있는 교토의 일요일 저녁"
교토에 와서 이번 주에 처음으로 아팠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집에 감기약이 있어서 그걸 먹긴 했지만 만일 내가 아파서 병원이라도 간다면?)
나 " 제가 지금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일본 의사 "지금 뭐라고 하시는거예요"
나 "아타마가 지끈지끈하다구요"
일본 의사 "아 그건 즈끼즈끼라고 합니다"
우리말의 느낌 "지끈지끈"을 일본어로 표현하자면 "즈끼즈끼'정도가 되는데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으로는 "지끈지끈"이라고 표현해야 정말 아픈것같지 "즈끼즈끼"라고 말한다면
그건 느낌이 안 살지 .암 안살고말고-.-
어쨌든 그렇게 아팠던 저녁
아프고 피곤하고 정신없이 잠들어있던 때였다.
보이스톡 울림이 계속 울렸지만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계속 울려서 결국 잠에서 깨서 전화를 보니
딸 - " 옴마아아아 전화 좀 받아아아"
깜짝 놀라서 전화를 했더니
딸은 아빠한테 서운한게 있어서 학교에서 온 늦은 밤 나한테 전화를 해서 서운함을 얘기했고
나 - "아빠가 좀 그런 면이 있잖아. 우리 딸 많이 서운했겠네.대체 너네 아빤 왜그랬지.아휴 진짜 꼭 그러더라-.-"
딸 "엄마가 이럴 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너무 착한 우리 딸은 아빠가 서운하게는 했지만 이대로 마음 불편한건 싫다고
아빠하고 이야기를 하고 풀고 자야겠다고 어른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딸과 전화를 하고 난 후 아니나다를까 카톡을 보니 딸과 통화를 하고 있는 도중 남편의 보이스톡 부재중 전화 알림이 있었다.
머리가 너무 아팠지만 어차피 판관포청천 노릇을 할려면 두 사람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 전화를 했다.
나 - "당신이 좀 기다리고 참지 왜 그랬어"
남편 - 아니 그게 아니라 어쩌고 저쩌고"
나 - "그래 그랬구나 어쩌고 저쩌고"
남편 - "ㅇㅈ이랑 이야기하고 풀고 자야지 알겠어 당신도 얼른자"
아니 둘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풀고 잘거면 뭐하러 나한테 전화를 했냐.
그렇다고 둘이 뿌루퉁하게 자는것도 내 맘이 편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인간들아
그날 내가 얼마나 아팠는데-.-
그래도 딸이 오면서 알뜰이 챙겨온 감기약을 먹고 자서 그나마 다음날 일어났다.(몹시 고마운 딸)
오늘은 일요일이라 하루 종일 빵집에서 일을 하고
드디어 오늘 내가 빵집에서 제일 어려워했던 빵포장하는 기계의 조작을 혼자서 성공적으로 해냈다.
정말 어렵고 익숙한 일이 아니라서 아줌마들한테 몇 번을 배웠어도 꼭 한번씩은 실수를 했었는데
그래서 내 마음속으로
내가 저 기계 조작을 혼자서 해내면 나는 이 빵집에서 완전히 적응한걸거야 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식빵을 올려놓으면 저게 나란히 줄을 서서 앞으로 나가면서 비닐 포장이 자동으로 되는 기계인데
너무 어려워서 내가 조작을 했을 때 저 기계의 진행 방향이 거꾸로 되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진행해야 되는 데 자동차 역주행처럼 빵들이 거꾸로 나와서 하마다상이 기겁을 한 적도 있었다-.-)
아줌마들치고는 어느 정도 기계도 잘 만진다고 생각했는데도 저 기계는 너무 어려웠었다.
그런데 그걸 혼자 조작시킨거다.
7가지 정도의 공정을 혼자 조작하면서 성공시켰을 때
일본 아줌마랑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기뻐했다.
물론 일본 아줌마는 내가 성공시킨것이 어쩜 당연히 해내야 될 일이었기 때문에
호들갑스럽게 하이 파이브같은건 할 생각도 없었겠지만
나 때문에 강제로 하이 파이브
나로서는 정말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빵집 할아버지 오셨길래 저거 제가 드디어 했어요 말했더니
언제나 나를 칭찬해주는 할아버지가 너무 잘했다고 칭찬해주시고
한 달 좀 지나 빵집에서 어려운 일을 해내고 아주 기쁜 마음으로 퇴근
내일은 알바 야스미^^
게다가 4교시라네 룰루랄라
테스트가 있긴 하지만 그거야 공부하면 되는 거고
이번 주도 멋지게 잘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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