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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집을 비우는 사람의 정리"

by 나경sam 2018.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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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비우는 사람의 정리"


처음 마음으로는

우선 냉장고를 닦고 깨끗이 정리를 해두고 싶었고

화장실도 앞으로 한 달은 닦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반질반질 윤을 내고 싶었고

고기랑 라면 각종 먹을거리를 한 달 쯤은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쌓아두고 싶었고

아이들 방에 이불이며 옷도 빨고 개고 정리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마음뿐이고

몸보다 마음이 더 바쁘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 일주일이었다.

몸이 바쁘면 병이 나지만 마음이 바쁘면 실수를 한다.

무슨 요일인지 헷갈려서 목요일이 금요일인줄 알고 어제는 핸드폰을 일시정지시키러 갈 뻔했고

(오늘부터 핸드폰 안 될 뻔 했었다.다행히 제 정신 가진 사람이랑 카톡을 하다 요일을 알게 돼서 다행^^)

오늘은 또 굳이 오늘 안해도 될 일을 기를 쓰고 하려고 덤비다가

그 일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나중에 남편이 해도 된다는 걸 자각했다.

(뭐든지 내가 해결해야만 된다는 강박증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금요일)


그나마 엄마가 우선 군산으로 내려 가셨으니 엄마한테는 죄송한 마음이긴 하지만

약간 마음이 편해진 느낌이고 엄마한테서 좀 놓여 난 기분 ( 엄마 미안 -.-;;; 자율쎄)

엄마는 자식들 챙기느라 피곤함을 느꼈을것이고 나는 나대로 엄마랑 한달을 붙어 지내는 피곤함이 없지않아 있었다.


남편 통장에서 막내 통장으로 용돈 자동이체를 어제서야 설정해놓고

집안을 둘러보니

냉장고도 그대로

화장실도 그대로

아이들 방 이불이며 옷도 어제 살던 그대로다.


달라진것 아무것도 없다.

이대로 있다가 나만 빠져 나갈게 분명하다.


"정리" 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나갈 자리를 정리하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의식도 없이 병원에 계실 때

아버지 핸드폰으로 도서관에서 빌린 책 연체 문자를 확인하고

많이 울었었다.


군산시 도서관에서 주는 우수 회원상까지 받으셨을 만큼 도서관 우수 회원이신데

아버지 생애에 연체란 그때가 아마 처음이셨을거다.


갑자기 쓰러지셨으니 아버지는 주변 정리할 시간이 없었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랑 우리들은 아버지 주변 정리하는데 많이 시달렸다.

통장에 있는 돈을 옮기는 데에도 가족 모두의 도장과 위임장이 필요했고

아버지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을 엄마가 가져 오는데도 엄마가 관공서를 여러번 다니셔야 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으니 말해 뭐하랴 싶을 정도로 복잡하고 처리할 일들이 많았지만

나는 잠시 집을 비우는데도 눈에 보이는 것이 다 발에 걸리고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이제 만 이틀 남은 집안 살림을 잘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반대로 이상한 심술이 나서

남편이 어제 밤에 얌전히 개어 놓은 빨래들 조차도 제 자리에 갖다 놓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며칠 전에는 아들에게 분갈이를 끝낸 스파티필름과 집안의 식물들 물주기를 알려주었다.

한달에 한 번쯤 줘야 되는 스투키와 잎이 처지면 줘야 될 식물들

일주일에 한 번 줘야 되는 식물들

남편도 그 정도는 하지만 아들에게 부탁했다.


엄마가 하던 당연한 일들이 이제는 아들의 몫이 되고

딸이 할 일이 될 것이다.


이 글을 보게 될 ㅅㅂ이에게

화장실은 니가 닦아 ( 우리집에서 제대로 군대 다녀 온 된 남자이니 너에게 부탁할게 )

스투키는 과습이면 제 명에 못살아 꼭 한달에 한 번 물 주도록하고

그 옆에 스파티필름이라고 잎 넓은 애들

걔네들은 잎이 처지면 물 줘 그럼 처진 잎이 쫙 올라와

늘어졌던 잎들이 니가 준 물 한 번에 꼿꼿이 올라 오는 걸 한 번 보면 물주기가 재미있어질거야

식물은 물도 중요하지만 바람도 한 몫을 하니까 가끔 창문 열고 통풍시켜주고


내 딸 ㅇㅈ아

제발 니 방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꼭 치우고

가끔 나는 니 방이 무섭다.


잘아니까 더 하기 싫고

생각이 안나서 못하겠고

마음이 바쁘니까 못하겠고

나는 그냥 이대로 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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