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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엄마 생신

by 나경sam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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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엄마 생신. 엄마 연세가 만만치 않으니 이제 집에서 차려 먹는 이런 생일상 얼마나 더 먹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제철 쭈꾸미와 신선도 좋은 육회와 우리 엄마표 양념 꽃게 무침, 이걸 우리 식구들은 무젖이라고 부른다.

양념 꽃게 무침이라는 뭔가 고상한 단어보다 그저 '무젖'이라고 해야 알아 듣는다.

 

꽃게 무젖이라고 하면 알아 들을려나, 귀로 우리말을 알아 들을 수 있을 때부터 '무젖'이라 들어서 다른 말은 대체할 말이 없고

'무젖'에 있어서만큼은 엄마는 한복선이 앞치마 입고 뎀벼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손녀들, 손자들에게까지 엄마의 '무젖'은 소울푸드로 돼버려서 애들이 우리에게 할머니에게 얼른 배우라고 재촉을 하지만

나는 도저히 엄두도 안나고 엄마처럼 만들 자신이 없다.

 

사십대 후반 남동생이 홍천에서 군대 생활 할 때도 엄마는 첫 면회 때 무젖을 만들어서 찬합에 담아 갔다.

고급진 것만 먹고 살아서 입이 삐뚤어진 초등학생처럼 까다로운 남동생에게 '무젖'은 소울푸드요 그냥 엄마였다.

군산에서 새벽에 익산까지 와서 익산에서 용산까지 기차로,용산역에 내려서 버스로 강원도 홍천까지 반나절 넘게 걸린 남동생 면회가는 길에도 엄마는 무젖을 돈처럼 끌어 안고 갔었다.

 

물어보면 별거 아니다고, 너희들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단 엄마 생신 철에는 꽃게 가격이 금게라서 엄마가 자기 생일상에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게 꽃게값이라고 하셨다.

소고기보다 비싼 꽃게지만 자식들이 좋아하고 손녀 손자들까지 좋아하니 엄마는 비싸도 남들보다 더 살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하여간 엄마가 '무젖'장인인 바람에 애들 입맛만 올라가서 셋째 남자 친구가 여수에서 유명한 꽃게 양념 무침을 우리집으로 선물 보낸 적이 있는데 우리 셋째 하는 말이 "얘, 아주 실망이네. 이걸 맛있다고 보낸거야. 이렇게 맛을 모르는 줄 몰랐어. 

그리하여 셋째 남친 ㅁㅈ이 꽃게한테 의문의 1패!!


나가서 먹는 외식이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삼학동 엄마 생신.

새벽에 일어나서 밥상 차리고 김치부터 나물, 고기, 직접 만든 도토리 묵,참기름, 들기름까지 싸서 보내야 할 일 다했다고 마음 편해하시니 외식이란 있을 수 없다. 정말 징글징글하다. 엄마 고집.

남동생 아들 셋이 부르는 엄마 생일 축하 노래

 

딸 넷, 아들 하나인 우리 엄마에게 아들만 셋을 낳은 우리집 하나 뿐인 며느리는 비록 아들 셋이라 목메달이긴 하지만

만날 때, 헤어질 때 어려움없이 우리를 안아주고 우리 엄마에게는 우리보다 잘 하니 아직까지 본인 생일 날 우리 엄마에게 용돈받고 살고 있다. 올케야. 목메달은 아닌 것 같으다.


엄마덕분에 아직도 냉장고에 반찬이 군산 반찬 그대로다. 어제는 밥만해서 나물 넣고 비벼서 남편이랑 승범이랑 나랑 저녁을 먹었다. 저녁 준비에서 놓여 난 것도 엄마 덕분이다.

 

우리는 얼마나 더 이런 밥상에서 엄마 생신을 축하해 드릴 수 있을 지, 엄마표 명품 무젖을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까.

미슐랭 별 다섯개도 아깝다. 엄마표 무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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