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돌아온다. 결혼 기념일. 한 분이랑 살고 있으니 새로울 것도 없는 결혼 기념일이지만 우리가 나이를 먹고 아이들이 커나가고 있다는 건 해마다 다른 느낌이긴 하다. 옛날 사진 찾아보면 나이 먹은거라는데, 요즘은 애들 어릴 때 사진을 보면서 남편이랑 웃을 때가 가아끔 있다. 우리도 나이를 많이 먹은 부부가 된 거다.
다들 지브리풍으로 사진들을 바꾸길래 오래 된 사진 찾아서 바꿨다.
대전 살 때, 피렌체라는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나보다. 즉석사진 아래에 피렌체라고 써 있었다.
기억난다. 그 때, 식당에서 나왔던 물이 허브차였다. 애들 입맛에 그게 맞을리도 없고, 보리차에 5년 길들여진 유승범 입 맛에 맞았겠냐고요.
물을 마시자마자 까다로왔던 입맛의 소유자, 승범군은 "웩"했다.
결혼기념일인지, 뭔지 특별한 날에 맞춰서 갔던 피렌체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우리 쓰똬일이 전혀 아니었지만 대전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고 받은 식사권이라서 으쩔수가 없이 간 건데 물부터 입맛에 안 맞았으니 우리 꼴이 어땠겠냐고요...
하긴 흰색 앞치마 긴 거 입고 아저씨가 우리 가족에게 문 열어줄 때부터 심상치 않았지만 우린 어떻게든 애들이랑 먹어볼라고 노력했고 우짜든둥 식사는 하고 나왔던 것 같지만 다신 그런 식당은 셋 데리고 가는 곳이 아니다. 인생 교훈을 얻었습니다.
물 짜증은 어디로 간거야. 웃고 있는 사진 속 우리 아이들은 울보도 짜증쟁이도 아니네. 아침에 남편에게 31주년 기념으로 입금받았으니 오늘 저녁은 피렌체까지 갈 것도 없고 행궁동에서 옹심이를 먹기로 했습니다.
밥은 물론 내가 사기로.. 입금받았으니 그 정도 상도덕은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오늘은 밥과 하이볼은 내가 내기로.
보리차 아니라고 짜증부릴 아이들은 이제 옆에 없지만 그래도 그 때가 좋았던 때였음은 틀림없습니다.
이 나이 되어 보니 알겠어요. 봄 날이 그 때였구나.
이제부터는 남편과 함께 하는 봄 날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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