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들어와서 짐 찾으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지금 바로 또 어디러 가라고 하면 갈 수 있겠어?"
"그럼. 갈 수 있지" 아들과 딸의 대답. 우리 애들만 그런게 아니라 언젠가 이탈리아에 길게 다녀왔던 소피아 언니도 공항에서 그런 마음 들었다고 내가 들은 것도 같으다.
하지만 나는 온전히 집에 가서 천정이 낮은 내방에 전기장판을 깔고 한 시간만 몸을 지졌다가 일어났으면 좋겠고 콩나물 국밥 한 그릇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지만 현실은 피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 초과수당도 못 받을 일을 하러 3시까지 다시 직장으로 뛰어갔으며 빈 손으로 가기 그래서 셋째가 보내온 한라봉을 들고 "헝가리 공항에서 한라봉을 팔더라고요" 말도 안되는 농담을 하면서 무사히 돌아왔음을 보고했다.
뭘 먹어도 허기가 지고, 먹은 것 같지 않은 헛헛함과 갱년기인지 시차인지 모를 생체리듬의 헷갈림은 여전히 새벽 3시 잠들고 11시까지 늦잠을 자는 이상한 패턴을 만들었지만 하던대로 일드 몰아서 보고 먹고 싶은 음식 사먹으면서 일상을 보내는 즐거움이라는게 행복한거구나, 다시 일 년후에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는 한 이만하면 행복한 아줌마인거고, 남편이랑 사이좋게 먹는 정자시장 홍두깨 칼국수 또한 행복지수 올려주는 소확행인거다.
저녁은 등갈비 김치찜과 생선, 샐러드
아니 여행가서 매일먹던 샐러드가 저녁 밥상에서 먹었는데 그 때 그 맛이 안나는건 뭔 조화여. 발사믹소스 남은 걸 싸와서 고대로 뿌린건데 맛이 팍 간것처럼 시어서 목 먹겠더라는... 소스가 변한게 아니라 집으로 돌아온 순간 우리에게는 깻잎이며 무김치 완전한 밑반찬들이 있어서 이젠 샐러드는 바이바이. 하고 싶은 마음이었나봅니다.
저녁부터 시작한 영어공부. 여행갔다오면 다들 며칠은 결심하잖아요. 저도 결심했거든요.
유튜브는 여행 영어로, 교과서는 5학년거부터 시작할려고 합니다. 요즘 애들은 기분 물어볼 때도 How's it going?이라고 하더라고요. 세련됐네. 하우두유두가 머릿속에 박제처럼 박혀 있었는데 이제부턴 하우스 잇 고잉으로 바꿔야겠어요.
그리고 기내 필수 영어 Could you give me some medicine? 약 좀 주세요...
이젠 약이 필요한 나이가 됐더라고요. 두통약이든 소화제든. 국적기 아닌 다음에야 이런 말 정도는 할 줄 알아야겠다 싶어서 오늘부터 영어공부 2일차. 새해계획에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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