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혼자 놀러가서 꽉 찬 2박 3일로 뽕을 뽑고 딸은 돌아왔고, 탄핵은 가결됐다.
역사의 한 귀퉁이에 점으로라도 페이지를 넘긴 기분이 든다.
1987년, 봄 벚꽃 냄새보다 최루탄 냄새를 더 많이 맡고 다녔던 87학번 동기 넷이 서울 여행을 한 날이 국회에서 탄핵 가결 된 날이다. 광화문에서 시티투어 야경 버스를 타고 국회 의사당 앞을 지나는 코스에 헌재가 있는 북촌에서 1박을 하는 여행 코스였으니 우리는 광화문에서는 극우 보수의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고 국회 의사당을 멀리 보고 갈 때는 탄핵이 가결된 가벼운 발걸음의 사람들의 무리를 보았다.
기분에 따라 국회 의사당이 멋지게 보일 수도 있다니, 토요일 저녁이 그런 날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여자 배우는 두 사람 "코바야시 사토미"와 "시노하라 료코"다.
우리나라 시국과 딱 맞는 일본 드라마를 주말에 본 게 "민중의 적"이다.
"세상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고등학교 중퇴 아줌마 시노하라 료코가 시의원이 되어 나중에는 시장까지 되는 정치 드라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바로 당신이라는 말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였다.
시티투어 버스가 국회 의사당쪽을 지나갈 때 멀리서 보이던 국회의사당 둥근 지붕은 정말로 멋졌다.
광화문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탔을 때는 보수 아저씨 아줌마들의 거친 욕설을 들었고 국회 의사당 쪽을 지나갈 때는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았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12월 14일 풍경이었다. 시티투어 버스는 남산에서 정차한 후 타워를 보고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는데 이 날의 남산타워는 조명이 파란색깔이었습니다.
미세먼지없이 좋은 날이라서 파란색 조명이었겠지만 어쩐지 기분과도 딱 맞는 산뜻한 파란색이었네요.
한옥 에어비앤비에서 넷이서 잘 자고 다음 날은 덕수궁 미술관에서 관람도 하고 1년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을 마무리했네요.
우리는 우아한 아줌마들이니까 미술 작품 정도는 보고 모임 마무리를 해야 됩니다.
이로써 우리들의 1년은 갔습니다. 스무살에 만나 쉰 둥이들이 됐고 역사는 87학번이던 그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때와 다른 점은 시노하라 료코가 드라마에서 말 한 것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당신입니다" 국회 의사당 앞에 모인 사람들이었다는 거죠.
남산타워 조명처럼 시원했던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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