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어제 저녁 1월 9일 11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까지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이제 진짜 여행은 시작되었네요.
동생이 책 하나 골라, 선물해줄게 연락이 와서 이탈리아 여행 책을 사 달라고 했고, 책을 보면서 밑줄 쳐가면서 읽을 생각을 하니 설레입니다.
짐짝처럼 14시간을 가더라도 긴 인생에서 열 네시간 짐짝쯤은 얼마든지 되어 드리리다. 그런 마음이니 여행을 다니고 싶은 모양입니다.
"카프리섬" 아마 못 갈지도 모르지만,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카프리섬은 중학교 2학년 때 노래로 알게 된 이탈리아 섬입니다.
언제나 추억의 푸른 섬 카프리, 바닷가 물결은 출렁이고, 생각에 잠겨서 해가 저물면 내 꿈을 부르는 카프리
노래 가사처럼 사진으로 카프리섬을 찾아보니 푸른 섬 맞고만요.
중학교 2학년 때 우리반 합창은 첼로를 하던 정일이라는 여자애가 지휘를 했고, 피아노는 완전 재수탱이 여자애가 이름이 은선이였다. 어디선가 은선이가 보고 있음 안되는데... 그때 사실 재수탱이 맞긴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1981년에 우리가 유별난 세대도 아니었는데 가사 실습 같은거 하는 날이면 은선이는 학교 행주 더럽다고 자기 거 가져와서 따로 쓰고 우리랑은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 처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유별나다고 싫어했으나 본인은 그런게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였다.
1981년 정일이가 카프리섬 지휘를 하고 은선이가 피아노를 친 우리반 합창은 상을 탔던 것도 같고, 알토였던 나는 아직도 그 노래를 끝까지 다 부를 수 있을 만큼 나에게 "한 번 카프리 섬은 영원한 카프리 섬"이다.
우리 반은 무대에 입장할 때 은선이가 치는 "워터루 전쟁"에 맞춰서 들어갔다. 중학교 2학년 애들이 참 머리도 많이 썼던 것 같다.
은선이랑 친할 일도, 이야기를 제대로 할 일도 없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우르르 은선이네 집에 몰려 갔던 적이 있었다.
은선이가 자기는 침대에서 잔다고 말했던 게 원인이었다. 지금은 있어도 안 쓰는 침대지만 1981년 군산에서 자기 방에서 자기 침대에 잔다는,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재수탱이였던 은선이가 한 그 말에 누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으짓말"
그러자 울면서 자기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은선이는 그래, 모두 니네 우리집에 가자. 그렇게 돼서 나는 무슨 사연인지도 모르고 우리집과 전혀 반대 방향이었던 은선이네 집 경암동까지 가게 된 것이고, 그 애 집에서 엄마에게 인사했을 때 화투를 치고 있던 은선이 엄마를 처음 봤다.
그리고 침대도 봤다. 있긴 있었지만, 과연 이걸 침대라고 할 수 있나. 싶은 그런 거였다. 침대같긴 하나 아닌 것 같기도 한...
우리는 그 집에서 물 한 잔도 못 얻어 마시고 침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침대를 보고 단체로 돌아서서 나왔다.
그걸로 끝이었다. 은선이하고도, 교내 합창도 그 이후로는 한 적이 없다.
은선이도 정일이도 어디서 뭐 하고 사는 지도 모르지만 카프리섬은 이탈리아에 그대로 있네.
카프리섬에 "푸른 동굴"이 있어서 푸른 섬이라고 했나,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짐이 돼도 떠난다. 이따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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