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만규투어를 떠난 남편

by 나경sam 2024. 11. 4.
728x90
반응형

만규투어를 떠난 남편

 

아주 올 1월부터 환갑으로 뽕을 뽑고 있는 남편이다. 1월에는 홋카이도 - 6월에는 퇴직기념 여행 마쓰야마

10월에는 환갑 기념 대학 친구들이랑 다낭 - 그리고 이게 마지막일지 또 뭐가 엮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시골 친구들이랑 동해안 2박 3일 여행까지 내가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 중에 이처럼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의 호시절은 없는것같다


남편이 없으니 집이 절간됐다. 애들은 나가고 나 혼자 주말에 있는 동안 토요일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고 대문 밖으로는 그림자도 안 내보고 지냈다.

빨래 걷으러 널러 옥상에 두 번 올라간것 빼놓고는 집을 나갈 일이 없다니. 남편이 있었더라면 둘이 어디라도 나갔을텐데.

집에 있을 때는 말이 너무 많다고 제발 한 마디만 덜하라고 했건만, 집에 없어보니 남편이 없으면 말 할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남편이 있어야 말이라도 하고 사는구나,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 있어야 되는구나...

 

딸이 있어서 말을 많이 하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의 입에 비교할 수가 없었다.

오직 나를 향해 열려있던 남편의 입이 없던 2박 3일동안은 템플스테이였다. 이토록 존재감 100프로인 남편이라니!!


주최자인 만규라는 친구 이름을 따서 "만규투어"라고 깃발 하나 만들어서 가방 옆에 꽂아줬다. 저걸 꽂고 집에서부터 버스 타고 한시간 가서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갔으니 깃발이 모든 걸 다 했다.

 

땡땡면 친구들중에 가장 셀럽인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라 남편은 은수저, 동수저 측에도 못 끼지만 원래 땅부잣집 놈들도 있고 제 멋대로 살아도 부인이 아무 소리도 하지 않는 도련님 스타일도 있지만 이번 여행도 찍어서 보내온 사진을 보니

남편의 뚜껑만 제대로 엎어져 있었으니, 환갑 남자의 승부처는 얼굴이 아니라 뚜껑에 있음을 증명해주었으니..

 

그의 소중한 뚜껑이 날라가지 않도록 앞으로 남은 세월 잘 살아봐야겠다. 환갑 기념 여행은 이제 끝인걸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