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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순둥이가 된 남편이라니

by 나경sam 2024.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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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이런 날이 내 올 줄 알았다. 남편이 퇴직도 하고 환갑이 되는 그런 날.

그리고 애들이 서른이 되는 그런 날. 예측이 되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뒤 돌아보니 순간이었고

이젠 앞으로도 순간 지나 갈 그런 날들일것이다.

 

건강하게 30년 살면 사라질 시간일것이다.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오늘도 잘 살아보기가 이제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남편이 환갑이래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둘 다 자기 나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그냥 남들이 환갑 생일은 저렇게 해주나보다. 그런 걸 보고 했을 뿐이지만 막상 해보니 뭔가 눈물 나는 포인트가 있긴 있었다.


환갑 포토존

 

64년 환갑이신 분 들, 우리집 포토존 빌려드리고 싶지만 벽에 붙여놓은 떙땡놈들 때문에 아무에게나 빌려 줄 수는 없게 됐다. 반드시 땡땡 놈들이어야 저 포토존 아래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겠네.

 

이번에 남편을 64년생 땡땡놈들 중에서 전교 1등 한 번 만들어버리지 뭐.

뭐만 했다하면 들키기 딱 좋은 집 사이즈라서 아이들에게 맡겨놓고 남편과 외출하고 그 사이에 수민이 혼자서 다이소에서 생일 이벤트 장식품 사다가 볼이 터져라 저걸 불어서 붙이고 아주 환갑 대 환장 파티를 했으니 주인공이 웃을 수 있게 우리는 얼마나 바빴는지 남편은 모른다.


흐흐흐. 우리에겐 당신이 없는 가족방이 하나 있거든...

좋은 일에도 크게 웃지 않고 슬픈 일에도 감정의 동요가 어지간하면 없는 남편이지만 아이들이 편지 읽어줄 땐 좀 울었지.

그래 눈물이 좀 보였다고 믿고 싶다.

세 아이들의 편지

 

퇴근하고 들어오는 아빠를 안으면 밖에서 배여온 냄새까지 기억난다는 수민이의 편지, 보조바퀴 떼고 자전거를 잡아 주던 아빠, 모래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해 주던 아빠, 언제나 부르기만 달려와주는 아빠가 고맙다는 둘째

멋지게 공무원 생활 마감하고 자기들 잘 키워준 아빠가 고맙다는 첫째의 편지

 

아이들의 편지는 진심이었고 글에서 느껴지는 아빠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남편은 딸들과 소꿉놀이를 해줬고 아들과는 공을 차 주던 사람이었다. 애들이 학교 다니기 전에 살았던 전주 아중리 부영아파트에서 남편은 빌런이었다.

놀이터에 엄마들이 득실득실할 때 남편은 혼자서 꿋꿋하게 딸 둘 데리고 소꿉놀이와 모래놀이를 해 주던 사람이라 또래의 남편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공공의 적이자 빌런이었지만 그는 출신은 시골이었지만 아이들은 대하는 마음만큼은 세련된 서울 놈처럼 남의 눈치 안 보고 놀아주던 사람이라 셋을 키우던 나의 육아에는 빛과 같았던 구원의 동지였다.

 

밤 잠 안자고 아이들 돌봐줬고 일주일에 하루는 육아에서 나를 완전히 해방시켜줄줄도 알았던 사람이었기때문에 64년생 땡땡놈들 중에서 당신이 제일 잘났어를 받을만 하다.

 

예순둥이가 되었지만 귀여운.. 나의 남편

그래 64년생 땡땡놈들 중에서 당신이 제일 잘났어.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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