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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남은 생은 남의 나라 말을 배우는 데 써야겠어!

by 나경sam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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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게 되는 시간이 참 오래 걸렸다.

기본적으로 나는 글자에 관심이 있었던 거다. 쓰고 말하고 지어내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내가 쓴 일기를 내가 진짜 싫어했던 담임이 칭찬하면서 아이들에게 읽어 준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안되는 거였다.

담임은 있는 집 엄마들이 학교에 와서 주는 촌지를 너무 좋아했었고 학교에 오도 가도 않는 아이들은

개무시를 했었다.

 

60명이 넘는 아이들을 1등과 60등을 짝꿍으로, 2등과 59등을 짝꿍으로 만들어서 한 줄은 공부 잘 하는 줄, 한 줄은 못 하는 아이들로 자기 편한대로 만들어 놓은 6학년 5반 우리 반은 이름이 불려진 아이들은 담임이 예뻐했던 걸그룹같은 소녀 그룹과 늘 1등만 하던 새침떼기 지연이 뿐이었고 50명 넘는 아이들은 대부분 번호 아니면 똥기계줄이라는 말도 안되는 호칭으로 불려졌다. 지금같으면 아동학대로 잡혀 갈 선생이었는데 시절을 잘 만났다.

열 세살이면 먹성보다 감성이 더 많을 나이인데 그런 애들한테 공부 못한다고 31등부터는 똥기계가 뭐냐.

하여튼 나는 사람을 똥기계라고 할 수도 있구나 라는 충격적인 단어를 그 선생에게 처음 들었다. 유감이다.

다행히 10등 안에 간신히 걸쳐 있었던 나는 똥기계 줄은 아니었지만 선생이 예뻐하던 이름이 불리는 걸그룹도 아니었다.

존재감이 없었으나, 1979년 어느 일요일의 일기를 그 분이 아이들 앞에서 읽어 주면서 나를 폭풍 칭찬한 거다.

 

6-5반 담임 :" 카.... 일기는 이렇게 쓰는 거란다. 들어 봐. 얘가 얼마나 잘 썼는지"

나의 일기를 친구들 앞에서 읽은 담임은 드디어 나를 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불렀던가.

그는 우리 부모님에게도 촌지를 바랬을테지만 세상 미안하게도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밉지도 좋지도 않은

그저 그런 아이였는데 일기 하나로 이름이 생겨 버린 거다. 좋아하지도 않는 선생이라 반갑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현충사 수학여행가서는 여관에서 싸 준 점심 도시락을 펴 놓고 잔디밭에서 먹으려는 순간

담임이 잽싸게 나타나서 도시락을 먹지 말라고 소리쳤었다.

1979년 수학여행은 여관에서 도시락을 싸서 줬었다. 단무지가 들어 있었던 맛 없는 도시락이었지만..

담임 : "먹지마. 이상한 냄새가 난다"

코를 킁킁대며 먹지 말라고 소리치던 담임은 도시락을 모아 놓고 사진을 찍은 다음 여관에 따지러 갔었다.

온양온천 여관 주인은 우리 담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관 주인 " 냄시는 무신 냄시가 난다고 그려유. 그거는 원래 다꽝 냄시여유"

자기가 먹을 도시락에 고기가 빠져 있어서 화가 나서 그랬는지 담임이 냄새가 난다고 우리 모두 점심을 굶기고

쫓아 간 여관 주인과의 한판 싸움에서 그는 패하고 현충사 잔디밭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담임: 먹어도 되는 거 였단다. 원래 단무지 냄새라고 하더라.

 

이런 망할, 사과 한 마디없이 남의 점심을 못 먹게 하고 현충사에서 그걸 말 이라고 했는지.


내 인생 처음으로 비행기에서 하루가 가는 여행을 예약했다.

스페인과 포르투칼 1월에 예약해놓고 어제부터 기초 스페인어 1일차 삐약이입니다.

시원스쿨 기초 스페인어를 하루 듣고 나니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남의 나라 말을 배우는데 써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말과 글이었구나. 그리고 그림.

이제라도 좋아하는 것을 알았으니 인생 헛 발질은 아니지. 

스페인은 지역 감정이 심하고 우리가 스페인어라고 아는 게 실제로는 마드리드어이고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는 쓰느 말이

다르다는 것도 기초 스페인어 수업에서 듣고 알았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재미있는게 많을지 두근두근합니다.

어제배운 스페인 말은 저는 학생입니다. 요 소이 에쓰뚜디안떼, 나는 주부니까 요 소이 아마데카사.

여보 나 스페인 좀 다녀올게. 곰국 끓여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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