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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시월드

by 나경sam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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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시월드의 세계가 열리는 추석이 되었다.

승범이와 수민이를 데리고 시월드 직행

셋을 다 데리고 내려가는 일이 아이들이 크고는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아이들 출석률은 우리집이 가장 높은것같다.

이번 추석은 시댁에 거의 다 도착할 때까지 차가 어디고 원만하게 뚫린곳이 없어서 힘들었다.

 

결혼해서 우리는 전주살고 동서네는 서울 살 때 차가 막히니 빨리 가야 된다고 행사때 모이면 다음 날 일찍 자기집으로 돌아가는 둘째 동서가 부러워서 제발 차 막힐만큼 먼 곳에서 살게 해주세요 그랬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옆 동네 전주에 산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볼모로 잡히고 둘째 동서는 아침 먹고 바로 갔었는데

아침 먹고 바로 출발하는 동서가 세상 다 가진 여자처럼 부러웠었는데 6시간 넘게 수원에서 익산까지 걸리니

부러워할 일은 아니었다.


일년에 네 번 이상 가지 않는 시댁이다.

명절 두 번, 어버이날 한 번, 생신 두 번, 김장 한 번 공식적으로 6번이지만 이리저리 두 번은 빼먹고

겨우 네 번 채우는 출석률 좋지 않은 며느리지만 그렇다고 시댁에 가서 고분고분하지도 않은게 바로 나다.


시댁은 건축 25년이 넘고 나니 집이 여기저기 손 볼곳이 생겼는데 수도가 말썽이 났다.

어딘가에서 관이 터졌는데 그걸 잡지 못해 수도요금이 많이 나올거라 걱정인 시아버지는 수도를 잠궈놓고

필요할 때만 틀고, 대부분의 생활 용수는 큰 대야에 받아서 쓰는 생활을 일 년 넘게 하고 계시는데

자식들이 아무리 말려도 그게 고쳐지지 않고 있어서 시댁은 지금 물과의 전쟁 중이다.

 

자식1 - "아버지, 수도요금. 얼마 안나와요. 그러니 자식들이 모일 때만이라도 틀어놓고 계세요"

시아버지 - "물 받아놓은 거 쓰면 되잖여"

자삭1 - "아버지, 할아버지 집에 물이 안나오면 애들이 불편하다고 오지도 않을려고 해요"

시아버지 - "받아놓은 물 쓰면 돼"

 

우리 시아버지는 고집쟁이에, 자신의 말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위에 있는 분이시다..

아무도 그 분을 이길 수 없다. 자식들은 아무도 그 분을 이기지 못하고 가끔 나는 깨갱이라도 하면서 덤비긴 한다.

형광등은 꺼야 되고, 물은 잠궈야 되며, 에어컨은 장식품인 시댁

컴컴한 거실이 싫어서 불을 켰더니 어디선가 시아버지가 나타나셨다.

시아버지 - 아주 큰 일이 난 것 같은 목소리로"이렇게 환한데 왜 불을 켰냐" 

나 - 볼맨 소리로 "명절인데 좀 환하게 있고 싶은데요"

시아버지 - 큰 소리로 "안 보이냐"

내 - 큰 소리로 말대꾸 "네, 안보여요"

거실 형광등은 며느리 승, 시아버지 패. 

하지만 이후로 줄줄이 연패였다.

시아버지를 아무도 이길 수 없었다. 평생 살아온 본인만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게 우리 시아버지에게도 있으니

그것을 거슬를수 있는 사람은 시댁에 아무도 없다. 아니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결국 그렇게 사실 수 밖에 없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일 년에 네 번 가는 사람이 불편할까. 거기서 계속 사시는 분들이

불편할까 생각하면 답은 빤하다.

아들들이 돌아가면서 그렇게까지 아끼지 말라고 하고, 시아버지는 당신 뜻을 굽히지 않고 그러다가 추석이 가버렸다.

 

올라오면서 생각해보니 우리만 스트레스 받는게 아니라 시아버지 스트레스도 만만치않겠다 싶어서 전화드렸다.

나 - "아버님, 물 갖고 그렇게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시아버지 -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그려"

날선 목소리가 아니라, 말랑해진 목소리라니, 아마 당신도 스트레스 받았던 물 문제를 며느리인 내가 다독거리듯이 말해주니 마음이 풀린것일수도 있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말랑해지셨다.

 

일 년에 다섯 번 가는 것도 아니니, 물 문제는 그냥 참기로 했다.

이번 추석은 김제 오느른 책밭에 들러서 집 구경 하고 온 걸로 나에게 주는 추석 선물로 하자.

오느른 책밭

추석에 휴무라서 못 들어갔지만 눈으로 보고 온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김제 오느른 책밭

추석덕분에 들렀다 생각하고 좋게좋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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