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추석 후기

by 나경sam 2023. 10. 4.
728x90
반응형

달무리가 졌던 추석달을 처음 봤다.

오십 넘어 처음 본 달무리

친정집 옥상에서 달무리를 보고, 환할 때 상을 차리고 옥상 환장 파티를 시작했다.

삼학동 옥상 환장 파티 - 새우와 장어, 소곡주.

달이 떴을 때 앉은뱅이 술이라는 소곡주를 두 잔 마셨나. 두 잔 이상 마시질 않아 앉은뱅이가 되지는 않았다.

엄마 한 잔, 나 두 잔, 동생이 두 잔 마셨나. 술 맛 봤더라면 우리집 술꾼 여자 은진이가 좋아했을 맛인데

그녀는 연주때문에 수원에 남았다.

 

빌라들로 둘러 쌓여있는 수원 우리집 옥상은 옆 집 소리와 거실이 들여다 뵈는 불편함이 있지만 삼학동 친정집 옥상은

사생활 보장 옥상이다.

1972년 건축했던 집을 2003년에 다시 지었으니 20년된 집이니 이 집도 이제 청년이 되었다.

작년 추석에는 태양광 아래에서 재미없는 고스톱을 쳤었고 올 추석은 새우 장어를 구워 먹었다.

살던 사람들도 대부분 동네를 지키고 사는 도시인듯 아닌듯 헷갈리는 삼학동이다.

 

옆집에 옆집 아저씨는 아줌마 돌아가시고 부인만 일곱을 얻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고

(심지어, 여섯 번 째 아줌마를 일곱 번 째 아줌마가 몰아 낼 때 위자료를 6이 7에게 건냈다는 소문도 있음)

내 또래 남자애가 살았던 우리 뒷집은 아들이 연세대에 갔다고 아줌마가 목에 기브스를 하고 다녔다는 전설이 그 집에도 있었다.

동네를 꽉 잡고 있는 슈퍼 아줌마의 눈을 피해 큰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던 우리 뒷 집 아줌마는 슈퍼 아줌마의 매서운 눈길을 피해 슈퍼 앞을 지나가지 못하고 우리집 담을 넘어 자기 집으로 가려다 팔이 부러졌다는 이야기까지 

내가 지어낸 이야기는 1도 없이 모두 사실이다.

 

슈퍼 아줌마는 살아온 세월이 억울해서 이대론 죽을 수 없다며, 자면 죽을 것 같아서 어떤 때는 눈을 뜨고 밤을 세운다는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가 사실인 동네가 우리 친정 동네다.

 

8시면 새벽인듯 자는 엄마는 우리랑 소곡주 마시고 그날은 늦게 주무셨다.

만나면 깔깔대는게 일인 둘째와 달빛 아래에서 명절 담화를 나누는 일이 즐거웠다.

내년에도 찾아 올 명절, 우리 동네는 달라지는 게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다.

혹시 여덟번째 아줌마가 출현할까. 그것은 모를 일이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은 생은 남의 나라 말을 배우는 데 써야겠어!  (3) 2023.10.13
학자금 대출 0원  (4) 2023.10.08
시월드  (2) 2023.10.02
T냐 F냐  (1) 2023.09.25
가을 비는 내리고  (4) 2023.09.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