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가 서천 실업 경기를 끝내고 집에 왔다. 태백에서 유배같은 여름 전지훈련을 마치고
곧바로 이어진 서천 경기를 끝내고서야 화요일까지 금쪽같은 휴가를 얻어서 집에 왔다.
덕분에 우리집 케이 아부지는 주말이 완전 바빴다.
한 놈 들어오면 한 놈이 나가고 자식이 셋 있는 집에 어쨌거나 둘은 꼭 자리 지키고 있는게 우리집
국룰이다.
셋을 키워도 어느 놈 하나 다른 사람 손 안빌리고 키운게 나의 자랑이라면 자랑이다.
애 봐 달라고 손 벌린적 없었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 어디 가서 아이가 하루 잘 일이 있으면
셋이 있다가 한 놈만 어딜 가도 집이 조용했다.
셋과 둘의 차이는 청각적으로 엄청났다.
자식이 없는 것 같은 허전함은 기본이요. 집 안이 절간처럼 조용했으니 셋이 있다가 하나가 없으면
집이 텅 빈 것 같은 쓸쓸함. 아니. 자유. ㅋㅋㅋ 잊을 수 없다.
셋 중 하나를 덜어 낸 적이 별로 없을 만큼 자식들을 옆에 끼고 남의 집에 보내기 보다 우리집에서 모여서 놀았던 적이 많았으면서도 셋 낳았다 눈총받고 살았는데 요즘 세상에 낳았더라면 나라에서 돈도 받았을 일이다.
이런 세상이 될 줄 몰랐습니다요.
가끔 엄마 심심할까봐 자발적으로 집을 나가던 아기는 있었으니 바로 둘째
다섯 살 될 때까지 뻑하면 집을 나가서 내가 아파트 층마다 내려서 애 이름을 부르면서 찾아 다닌 적도 많았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애가 없어졌다 소리도 여러 번 했었는데, 무사히 잘 키워서 미아 만들지 않고 지금까지
한솥밥 먹고 있으니 다행이다.
아중리 살 때 은진이 찾아줬던 승기 엄마, 고맙다.
연주땜에 집을 비운 둘째대신 셋째가 와서 옥상에서 대하를 구워 먹었다.
여름내내 전지훈련으로 힘들었고 시합 하나 뛰고 나면 애가 몸이 말도 안되게 상해서 온다.
제발 자기가 트랙에서 토할 만큼 뛰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시합을 보면서
말도 안되는 댓글은 안 달았으면 좋겠다.
저 영상에도 그런 댓글이 있었다.
'기권하려면 왜 뛰냐' 그런 것도 있던데, 각 팀마다 선수마다 사정이라는게 있는거다.
그러니 알지 못하면 그냥 가만히 계셔라.
그리고 중계하는 아나운서나 해설자는 성적이 좋은 선수들만 이름을 만하지 말고 트랙에서 뛰는 선수는
제발 좀 이름을 말해줘라. 그게 바로 당신들이 할 일이라 이말이다. 이 양반들아.
컨디션이 좋지 않아 힘들게 뛰든, 날라가든 트랙에서 뛸 때는 다들 자기 심장 걸고 뛰는 거지 장난하러 나가는 거
아니다 이 말이다.
스포츠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동네라고 누가 그러더냐. 나는 선수 엄마로서 마지막에 들어오는 선수를 볼 때
마음이 더 짠하다 이 말이다.
너희들이 트랙에 드러누워 심장이 터질것처럼 헐떡거리는 달리기를 한 적이 없다면 댓글에 이상한거 다느라
손가락 함부로 놀리지 말아라. 그러다 부러진다.
가을처럼 저녁에는 시원했다.
아들과 나만 복분자 한 잔씩, 남편과 셋째는 물 한 잔씩. 우리집 술도녀 둘째는 연주로 자리 비움
대하는 맛있었고 얼음 채운 복분자는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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