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 아이들은 경기아트센터에서 여름내내 준비했던 연주를 했고
나는 나대로 광교1동 성당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하느라 우리 식구들은 몹시 바빴다.
물론 섭섭군은 더 바빴으니, 그것은 바로 태양광 인버터 순직 사건으로 일어난 일이다.
2016년 옥상에 360KW 태양광 판넬을 설치한 후, 우리집은 전기부자, 에어컨 맛집이었으니
세 대를 원없이 돌리고도 은진이방에 한 개 더 설치해서 넉대의 에어컨과 욕실에도 제습기를
돌릴 만큼 전기는 후회없이 쓰고도 한 달에 만원을 넘지 않았다.
7년을 한결같이 아주 더운 한 여름에는 만원으로 충성하고 평균 5천원-7천원 선에서
기어오를줄 모르던 전기요금이 이번달에 4만 8천원이 나왔다.
전쟁난줄 알았다. 이게 지금 무슨 이이여, 후덜덜덜

이름 확인, 아아 남편 이름 맞고요, 우리집 맞네요, 전기요금만 미쳤나보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태양광 판넬은 설치하면 평균 30년을 쓰는데 판넬과 함께 설치하는 인버터라는 기계는
평균 7년이 수명이라네. 그래 2016년에 설치했으니 딱 7년 쓰고 이 분이 장렬하게 옥상에서 순직하신거다.
그리하여, 우리집에는 조용히 돌아가신 칙칙한 회색의 인버터 대신 빨간색 멋쟁이 인버터가 달렸다.
얘는 그동안 우리집에서 개고생하다 돌아가신 인버터다.
그리고 얘는 새 옷 입고 나타난 2023년식 인버터, 벌써 옷 색깔부터 다르다.
하여간 저걸 설치하러 기사가 왔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안되는 일, 누군가 조수하느라 옥상에 붙어 있어야 됐는데 그게 우리집에서는 할 사람이 바로 누구였겠어. 섭섭씨지.
애들은 연주하러 경기 아트 센터로 나는 광교 1동 성당으로, 섭섭군은 옥상으로 아주 바빴다니께
그리고 인버터 돈까지 내느라 맴이 찢어졌을껴. 일 하고 돈도 내고 몸과 마음이 다 섭섭했을 섭섭군과 연주로 힘들었던 우리들의 저녁 풍경은 이랬다.
그리고 남편과 나는 그대로 뻗었다. 열일하다 가버린 인버터처럼 우리도 그렇게 쌍화탕 마시고 쿨쿨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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