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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아아, 우리 엄마

by 나경sam 2023.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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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반찬

잼버리 꿀알바 끝내놓고 엄마가 과천 동생집에 다녀가셨다.

김치부터 밑반찬까지 각종 반찬에 직접 방앗간에 맡겨서 빻은 미숫가루에 갈치조림 해먹으라고

갈치 손질해서 호박과 양파까지 밀키트처럼 해 오는 게 우리 엄마라서 (징글징글한 모성애, 힘에 부칩니다)

엄마의 짐은 세 개였다.

 

등에 배낭 하나, 손에 여행 캐리어 하나, 어깨에 보냉백 하나. 모두 반찬이었습니다. 흑흑흑

여행용 캐리어 하나, 어깨에 매는 베낭 하나, 보냉백 하나

모두투어 띠가 둘러 진 여행용 캐리어는 이번에는 비행기를 못타고 수원행 시외버스에 타게 돼서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아마 비행기였다면 화물값 더 내지 않으면 실어주지도 않았을 어마무시한 무게를 엄마는 택시탔을 때도

본인이 뒷 트렁크에 넣었고 내릴 때도 엄마가 내렸다는 엄청난 이야기를 해주셨다.

시절을 잘 만났더라면 우리 엄마는 장미란처럼 역도에서 메달 따고 지금쯤 장관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노름 좋아하시던 외할아버지를 아버지로 만나, 외할머니가 여섯을 낳고 셋은 죽었다는 형제들 사이에서 우리 엄마만

외갓집의 구멍을 메꿔주는 살림밑천 딸이 되어 외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고생이셨다.

 

만만한게 우리 엄마였는지 외할머니도 큰 이모와 막내 이모한테는 적당히 대하시던 것도 엄마한테만은

뜯어갈 것 다 뜯어가고 요구할 것 당당히 하셨다하니 우리 엄마 친정에 좋은 감정이 없는 것도 당연한데

우리들한테는 그런 외할머니 1도 닮지 않고 뭐든지 퍼주지 못해서 병이 난 사람처럼 주신다.


내가 들어보니, 삼십키로는 되는듯한 무게였으니, 여든 다 된 우리 엄마

효자문 세워줘도 부족하게 엄마한테 잘 하는 막내동생 아들이 엄마가 우리한테 이렇게 힘들게 온 걸 알았다면

입에 거품물고 누나 네 명 다 죽여버린다고 할 지 모르니

이번 엄마의 반찬 가방 사건은 무덤까지 갖고 가는 걸로 합시다.

 

하지만 절대로 엄마, 다시는 이렇게 다니지 마시길.

물론 엄마도 이번만 이렇게 다니고 다시는 그냥 온다. 걱정말어라. 이제 힘에 부치더라 하셨지만

믿을수가 없다.

 

그게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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