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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당

꼬막 비빔밥, 봄 밥 한그릇

by 나경sam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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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넘어 출근, 산을 넘어 퇴근을 하느라 만보찍는 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산너머 직장, 산너머 집이라니, 이게 실화냐, 실화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있는 출근 산 길

누구랑 맞춰서 걷지않아도 되니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서 걷는 길이다.

대기업다니는 사람의 출근길이 부럽지 않은 산길 출근

짧은 산하나를 넘으면 나오는 아파트 상가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들고 나머지 걸음을 걷다보면

하루에 누릴 행복을 아침에 다 써버린것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산길덕분에 일주일 내내 만보 이상을 계속 걸을 수 있었다.살면서 이렇게 많이 걸은 날이 있었을까

솔잎이 두껍게 카페트처럼 쌓여있는 산길을 걷다보면 내가 가고 있는 곳이 돈벌러가는 직장이 아닌것같기도하다.


주말에는 섭섭군과 함께 같은 코스로 만걸음 걷기 챌린지

산넘어 시장에 들른 이유는 성가대 총무로서 교중미사후 부활미사 연습하는 성가대원들에게

점심을 줘야 된다는 책임감때문에 시장에서 뭐를 살까 고민하느라다.

나야 성가대 총무니까 당연한거지만 총무 남편인 섭섭은 전생에 아마 나라를 팔아먹어서

총무인 나보다 더 점심 식단 고민하고 심부름해주나보다.

 

그것도 다아 섭섭의 운명이고 성격이기도 하다.

나물비빔밥을 해서 나눠먹은 점심밥은 양도 맛도 딱이었는데 남편은 혹시 밥 모자라다고 하면 들고 올려고

밥을 해놓고 있었다니 열녀문 세우듯이 열부문 하나 세워줘야 공로치하가 될까

 

 주는 만큼 받는 법이라 자기가 마음을 써준 만큼 나도 한끼 맛있는 밥을 해주느라 꼬막 비빔밥을 했다.

꼬막비빔밥 (깻잎,불미나리,쌈채소,꼬막,양념간장)

 

꼬막을 소금 한 주먹 뿌려 검은 봉지로 씌워 해감시키고 물에 끓여 깨끗이 씻어놓으면 준비는 끝난거다.

일요일 이른저녁으로 꼬막비빔밥을 만들어서 한그릇 먹고는 행복한 표정이라니, 욕심없기가 아주 안타까울 정도지만

그래도 멋진 멘트 하나 날려주고 내려갔다.

봄 한그릇 먹은 것 같다는 말을 해서 내가 깜짝 놀랐네.

전혀 섭섭하지 않은 칭찬, 밥 한그릇과 계절을 퉁쳤으니 넘치는 표현이었지만

꼬막 비빔밥 한그릇씩 먹은 식구들 모두 맛있다해줬으니 손이 가는 음식도 한 번씩 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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