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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당

오토나노 아지(어른의 맛)

by 나경sam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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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새우 수제비

어른 입맛, 어른의 맛을 

일본어로 오토나노아지(おとなのあじ)하고 한다.

나는 자라는동안, 지금까지도 물론

입짧은 아줌마다.

그나마 지금은 어른이 됐다고

나물도 잘 먹고 어렸을 때는 먹지 않았던 것들을

잘 먹는 씩씩한 어른이 됐지만

생각해보면 김치도 국민학교 4학년 때 처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식탐이 많아서 세 살 어린 여동생의 모유도 

뺏어먹었다던 엄마의 진술로 봐선

뭐든지 먹었을것 같은 아이였지만

입은 짧았다.

엄마가 잠결에 동생에게 젖을 물리고 있으면

동생을 밀쳐내고 내가 먹고 있더란다.

조폭 애기였었나봐.

 

식탐은 모유에서 끝났고

건강기록부에 1학년 때 19킬로

소말리아 어린이 같은 아이였을것이다.

 

우리때야 다들 그랬다지만

먹는 거 하나는 정성으로 만들어줬던

우리 엄마가 키운것치고는 영양실조같은

1학년이었다.

 

그했던 내가

이제는 어른의 입맛이 됐다.


민물새우수제비

민물새우 수제비, 이런 걸 해먹는 날도 있네.

지금 집에 첫 이사 오던 2015년에 아랫집의

세입자였던 선영이네가 낚시에서 잡아왔다며

민물새우를 줬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뭐 그래봤자 옆집 빌라지만

 

다시마, 육수팩넣고 국물을 내고

올리브유, 물 넣고 수제비 반죽을 해서

숙성시킨다음

고추장, 마늘을 풀고 수염 뗀 민물새우를

넣고 끓이다가 수제비 반죽을 낭창낭창 떼어 넣었다.

대파도 넣어야 된다.

 

고추장의 들큰한 맛과

민물새우의 감칠맛

어른의 맛이라 할 수 있는

민물새우 수제비가 완성되었다.

 

새우수염 안 떼어내면

입천장 다 까진다.

남편이 얌전하게 새우수염 떼어낸 덕분에

둘이 고개박고 먹었다.

 

감자도 넣었다면 더 맛있었겠다.

하지만 수제비,민물새우,고추장,마늘, 대파의

맛으로도 충분했다.

 

어른의 맛이었던 민물새우 수제비

이제 나는 정말 어른같다.

이런게 맛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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