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입맛, 어른의 맛을
일본어로 오토나노아지(おとなのあじ)하고 한다.
나는 자라는동안, 지금까지도 물론
입짧은 아줌마다.
그나마 지금은 어른이 됐다고
나물도 잘 먹고 어렸을 때는 먹지 않았던 것들을
잘 먹는 씩씩한 어른이 됐지만
생각해보면 김치도 국민학교 4학년 때 처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식탐이 많아서 세 살 어린 여동생의 모유도
뺏어먹었다던 엄마의 진술로 봐선
뭐든지 먹었을것 같은 아이였지만
입은 짧았다.
엄마가 잠결에 동생에게 젖을 물리고 있으면
동생을 밀쳐내고 내가 먹고 있더란다.
조폭 애기였었나봐.
식탐은 모유에서 끝났고
건강기록부에 1학년 때 19킬로
소말리아 어린이 같은 아이였을것이다.
우리때야 다들 그랬다지만
먹는 거 하나는 정성으로 만들어줬던
우리 엄마가 키운것치고는 영양실조같은
1학년이었다.
그했던 내가
이제는 어른의 입맛이 됐다.
민물새우 수제비, 이런 걸 해먹는 날도 있네.
지금 집에 첫 이사 오던 2015년에 아랫집의
세입자였던 선영이네가 낚시에서 잡아왔다며
민물새우를 줬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뭐 그래봤자 옆집 빌라지만
다시마, 육수팩넣고 국물을 내고
올리브유, 물 넣고 수제비 반죽을 해서
숙성시킨다음
고추장, 마늘을 풀고 수염 뗀 민물새우를
넣고 끓이다가 수제비 반죽을 낭창낭창 떼어 넣었다.
대파도 넣어야 된다.
고추장의 들큰한 맛과
민물새우의 감칠맛
어른의 맛이라 할 수 있는
민물새우 수제비가 완성되었다.
새우수염 안 떼어내면
입천장 다 까진다.
남편이 얌전하게 새우수염 떼어낸 덕분에
둘이 고개박고 먹었다.
감자도 넣었다면 더 맛있었겠다.
하지만 수제비,민물새우,고추장,마늘, 대파의
맛으로도 충분했다.
어른의 맛이었던 민물새우 수제비
이제 나는 정말 어른같다.
이런게 맛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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