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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끓였지만 퍽 잘 끓인
고여사 갈비탕
대학교 때 우리 과 남자애가
나한테 삼학동 고여사라고 불러서
내가 아주 발끈했었는데
그때는 그런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그 놈을 아작을 내고 싶었으나
어디선가 존경받는 아버지로
잘 살고 있을테니
그걸로 됐고!!
이제는 진짜 여사 소리 들을 나이가 됐다.
찬바람 불면 한 번은 끓이고 지나가야
숙제 한 것같은 갈비탕이다.
처음에 끓일 때는 뭣도 모르고 갈비만 넣고
푹푹 끓였으나, 이제는 잡뼈도 함께 넣고 끓여야
국물이 우러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핏물 빼고 끓는 물에 튀겨내서 찬물에 씻고
갈비탕 한 그릇 식구들에게 줄려고
금요일 저녁부터 세 시간 정도 신경을 쓰고
만들어냈다.
수민이도 왔으니 돈이 좀 들더라도 수입갈비말고
한우갈비로 끓였다.
이번달 생활비가 짼데 돈 좀 주라
섭섭이한테 말했더니
언제나 돈에 관해서라면 주머니 속까지 털어서
긁어주는 보살님이 또 섭섭이 아니겠어
평소에 말했던 금액보다 한 장 더 얹어서 불렀는데도
바로 입금
이럴줄 알았으면 한 장 더 불러볼걸-.-
큰 손은 못된다. 나도
![](https://t1.daumcdn.net/keditor/emoticon/friends1/large/036.gif)
금요일부터 주말이 지나가는 동안
무 석박지를 두 번 만들었고
장롱안 서랍 장 정리하고
갈비탕 한 번 끓이고
등뼈 감자탕 한 번 끓였더니
일요일 저녁이 되었다.
건강검진이 있는 섭섭이는 이른 저녁을
내가 눈치를 줘서 조금만 먹고
아 배고프다 소리를 두 번 쯤 하고는 잤다.
등뼈 감자탕은 연습갔다 늦게 온
은지니가 쪽쪽 거리면서 먹는 걸
우리는 소리로만 듣고 잤지만
부모는 애들이 먹는 걸로
됐다는 걸
고여사 나이가 되고야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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