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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당

고여사 갈비탕

by 나경sam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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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끓였지만 퍽 잘 끓인

고여사 갈비탕

 

대학교 때 우리 과 남자애가

나한테 삼학동 고여사라고 불러서

내가 아주 발끈했었는데

그때는 그런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그 놈을 아작을 내고 싶었으나

어디선가 존경받는 아버지로 

잘 살고 있을테니 

그걸로 됐고!!

 

이제는 진짜 여사 소리 들을 나이가 됐다.

찬바람 불면 한 번은 끓이고 지나가야

숙제 한 것같은 갈비탕이다.

처음에 끓일 때는 뭣도 모르고 갈비만 넣고 

푹푹 끓였으나, 이제는 잡뼈도 함께 넣고 끓여야

국물이 우러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핏물 빼고 끓는 물에 튀겨내서 찬물에 씻고

갈비탕 한 그릇 식구들에게 줄려고

금요일 저녁부터 세 시간 정도 신경을 쓰고

만들어냈다.

 

수민이도 왔으니 돈이 좀 들더라도 수입갈비말고

한우갈비로 끓였다.

 

이번달 생활비가 짼데 돈 좀 주라

섭섭이한테 말했더니

언제나 돈에 관해서라면 주머니 속까지 털어서

긁어주는 보살님이 또 섭섭이 아니겠어

 

평소에 말했던 금액보다 한 장 더 얹어서 불렀는데도

바로 입금

 

이럴줄 알았으면 한 장 더 불러볼걸-.-

큰 손은 못된다. 나도

금요일부터 주말이 지나가는 동안

무 석박지를 두 번 만들었고

장롱안 서랍 장 정리하고

갈비탕 한 번 끓이고

등뼈 감자탕 한 번 끓였더니

일요일 저녁이 되었다.

 

건강검진이 있는 섭섭이는 이른 저녁을

내가 눈치를 줘서 조금만 먹고

아 배고프다 소리를 두 번 쯤 하고는 잤다.

등뼈 감자탕은 연습갔다 늦게 온 

은지니가 쪽쪽 거리면서 먹는 걸

우리는 소리로만 듣고 잤지만

부모는 애들이 먹는 걸로 

됐다는 걸

고여사 나이가 되고야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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